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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Dec 09. 2023

사랑을 남발하자더니

신경질적인 나날의 연속을 보내고 있습니다

 올해 목표는 사랑을 남발하기였다. 팍팍해져 가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 해도, 미워했던 사람이라 해도 사랑을 주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예를 들면 나의 아버지. 나는 평생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었는데, 나이 든 아버지를 보며 연민을 느끼기 시작했다. 동정이나 연민도 사랑이라 할 수 있다면 나는 이제 아버지를 사랑할 준비가 되었나 보다 했다. 엄마에게 "난 이제 아빠한테 앙금 없어."라고 말했던 날, 엄마는 나에게 고맙다고 했다. 그 말만큼은 진심이었다. 나에게 조울증과 끝없는 자해 충동을 안겨준 사람이 아버지였는데, 더 이상 밉지 않았다. 어쩌면 나도 나이가 든 건지도 모르겠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두 달이 넘었다. 이제 슬슬 일이 익숙해져가나 싶다가도 늘 긴장한 상태로 가게 된다. 안정제를 먹지 않으면 안 된다. 사장님께서는 내가 아무리 바빠도 차분히 일을 하는 것 같다고 말씀하시지만, 나는 안정제를 먹기 때문에 차분해 보이는 것이라고 말씀드렸다. 사장님은 내가 병원에 다니는 것도 알고 계셔서 내 상태를 잘 아신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말이, "엄청 노력하고 있는 거였구나."였다. 감동받았다. 어쨌든 카페 일은 그렇게 계속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사람을 대하는 것이다 보니 쉽지가 않다. 마감이 다가오는데 자리를 뜨지 않는 손님들이라던가. 난 분명 마감이 몇 시라고 안내를 했는데, 굳이 한 번 더 가서 말하게 하는 사람들. 우리 카페는 원두를 골라야 하는데, 어떤 원두로 드릴까 여쭤보니 인상을 쓰며 "아 그냥 아무거나 줘요!" 퉁명스럽게 말하는 사람들. 참 밉다. 나에게 짜증을 쏟아내는 손님들을 볼 때마다 이를 악 물고 넘어간다. 그럼에도, 사랑하자, 사랑하자. 혼자 겨우 되뇐다. 

 지금은 작업실에 있는데 옆 호실 파티룸에서 엄청난 소음이 들린다. 심지어 벽도 쾅쾅 친다. 남자건 여자건 쉴 새 없이 떠들며 연신 소리를 지른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요즘은 소화도 잘 안 돼서 배가 아프다. 이따 친구를 만나기로 했는데. 큰일이다. 아무래도 예민한 성격 탓인가 싶다. 날도 추워지는데, 나조차 팍팍해지진 말아야지. 그러지 말아야지. 긴장된 마음은 안정제로 다스리고, 쓰린 속도 약으로 다스리자. 그러면 마음에도 여유가 조금 생겨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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