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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Feb 15. 2024

사람이 싫은데 카페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숫기 없고 내성적인 나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 정신 질환을 앓고나서부터는 더욱 심해진 것 같다. 사람 많은 곳에 가려면 안정제를 꼭 먹어야 한다. 친구와의 약속을 잡았더라도 말이다. 그런 내가 몇 년째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계속해서 사람을 마주해야 하는 일인데, 소심한 내가 서비스직이라니. 나는 더욱이 표정을 잘 숨기지 못하는데 말이다. (그래서 가끔 기분이 다운될 때는 마스크를 씀으로써 표정을 숨긴다.) 어쨌든, 작업실 월세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억지로 하는 중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매너 좋은 손님 분들이 많아 가끔은 기분이 좋다. 그런 분들을 마주할 때면 카페 아르바이트도 나쁘지 않구나 생각한다. 그런데 내 나이 서른셋, 언제까지 아르바이트를 할 수는 없지 않나. 요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주변 친구들은 다 직장에서 자리 잡고 있는데, 나는 오히려 퇴보하는 느낌. 정녕 내 인생 최대 업적이라곤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했던 것뿐인가. 가끔 절망적인 생각이 들어 또다시 우울에 잠식되기도 한다. 아니, 그럼에도 살아 있다는 것에 의의를 둘까. 스스로 위안 삼는다.

 오늘은 날이 궂은데도 꽤나 찾아오는 손님이 많다. 아직까진 무례한 손님을 그다지 마주해 본 적이 없어 다행이다. 오늘도 무사히 지나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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