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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Mar 16. 2024

숨어 울기

 엄만 내가 우는 걸 싫어하셨다. 어릴 적 드라마의 슬픈 장면을 보고 엉엉 울던 나를 보며 손가락질하며 웃던 게 시작이었던가. 13년을 키운 강아지를 떠나보냈을 때에도, 구조해 온 다람쥐가 죽었을 때에도 내가 울면 나를 구박했다. 그래서 나는 숨어 운다. 원래 특별한 일이 있지 않은 한 잘 울지 않는데, 그냥 어느 순간부터 눈물이 난다.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병원에 이야기하면 약을 늘린다. 그렇게 약을 조금씩 늘려왔다. 오늘도 숨어서 울었는데 이걸 말씀드리면 다시 약을 늘리시려나. 더 나빠지기는 싫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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