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르는 고양이가 어머니 곁을 졸졸 따른다. 바둑무늬 고양이는 착한 놈이다. 늘 어머니 뒤를 따라 다니며 어머니의 안부를 살핀다. 이따금 카메라에 잡히는 놈의 긴 꼬리는 날래지만 어머니와 함께 있을 때는 귀여운 능청으로 가득하다. 따스한 가을 햇빛이 마루 안 깊숙히 비출 때면 놈은 어머니 무릎에 기대 잠을 잔다. 어머니는 돋보기 안경을 쓰고 뜨개질을 하고 있다.먼 곳에 사는 누나가 주말을 맞아 음식을 잔뜩 싸들고 차에서 내린다. 집에서 나오는 음식 냄새가 카메라의 코끝을 간지르고 얼룩 고양이의 친구인 다른 고양이들이 집 근처에 어슬렁거린다. 뒷집에 살던 노인 부부가 나란히 요양원으로 간다. 우리집에서 그 집까지는 한 걸음에 불과하지만 어느 날 안주인이 우리집에 마실 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지 못하고 낯선 밤길에 헤매는 걸 천만 다행으로 누군가 발견했다. 인천 어딘가에 산다는 자식들이 부랴부랴 달려오고 구급차에 실린 부부는 이 없는 입으로 미소를 지으며 마을 떠난다. 어머니의 처소는 더욱 한적해진다. 요양원과 무덤으로 노인들이 번갈아 떠나는 마을은 거미줄 차지다. 거미줄에 걸린 날벌레는 있는 힘껏 거미줄을 흔들어 본다. 저녁놀이 산등성이 너머에서 내려와 땅거미가 깔리면 깊은 정적 속에서 어머니의 귀는 더욱 퇴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