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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장장 Aug 17. 2021

003. 김이슬 트리오 + 1


오랜만에 공연!  리베로시스로 좋아하게 된 재즈 뮤지션 김이슬님의 또 다른 프로젝트 김이슬 트리오가 텀블벅으로 진행한 공연이었다. 공연을 위해 만들어진 제대로 된(?) 공연장에서 라이브를 보는 게 꽤 오랜만이다. 상상마당에서 공연을 본 건 더 오래된 것 같다. 공기처럼 일상이 되어버린 코로나 시대에는 할 수 없는 것이 너무 많아 숨이 막힐 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 이 공연도 텀블벅으로 미리 후원을 했지만 과연 8월 15일에 열릴 수 있을까? 하고 취소가 되어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히 공연이 열렸다. 창작곡과 기성곡으로 채워진 다채로운 공연이었다. 김이슬 트리오는 피아노와 콘트라베이스, 드럼의 3인조에 기타 +1을 더해 기대만큼, 아니 기대 이상으로 좋은 공연을 선보였다. 합이 좋은 공연을 보고 나면 마음이 꽉 채워진다. 공기를 뚫고 교환하는 눈빛에 맞춰 박자를 맞추며 싱긋 웃기도 하고, 미간을 찌푸리면서 집중하고 쉼 없이 움직이는 손가락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터지거나 줄어들며 끝이 난다. 재즈 라이브는 언제나 마음을 완벽하게 헤집어 놓는다. 이번에도 그랬다. 이 만족스러운 공연을 이런 시기에 용기 있게 진행해준 김이슬 트리오에 얼마나 고마움을 느끼는지는 아무리 말해도 부족할 것 같다. 정말, 고맙습니다. 


 공연은 너무 좋았다. 너무 좋아서 어깨를 들썩였다. 하지만 내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좌우가 비워진 복도, 이동할 수도 설 수도 없는 그곳에서 진동처럼 미세하게 움직이는 정도가 전부였다. 호응도 금지. 질문하는 뮤지션의 말에도 대답을 할 수 없어 박수만 쳤다. 서글프고 웃긴 순간이 이어지다 결국 환호가 터져 나왔다. 환호. 함성. 짧지만 강렬한 감정의 폭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코로나 시대 이전의 공연들이 생각났다. 몸을 부대끼고 머리를 흔들며 들썩이던 다양한 공연들. 그 공연들에서 풀쩍풀쩍 뛰어대던 순간들. 와인을 곁들이던 자라섬의 가을밤. 늦은 밤 옹기종기 앉아 보던 영화제 야외상영. 가까이서 보기 위해 몇 시간을 기다리던 홍대 제비다방. 모르는 사람들과 기차놀이를 하던 곱창전골. 맥주를 마시다 춤을 추던 쌈싸페. 바다 앞에서 펼쳐지던 제주의 공연들. 내 서울 생활의 기둥 같던 명월관에서의 밤들. 따로 같이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던 그 순간들이 스쳐 지나간다. 


다시 그런 순간들을 맞이 할 수 있을까? 



김이슬 트리오


https://vibe.naver.com/album/5496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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