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 느리게 피어나는 꽃 - 한채윤
봄이 오고 꽃은 피어나고
사람들은 꽃을 노래하고
길가에 활짝 피어있는
새하얀 목련 바라보네
여름 되어 세상은 푸르러
또 다른 꽃이 피어나는데
내 안의 작은 꽃씨들은
도무지 피울 줄 모르고
느리게 피어나는 꽃
눈물로 싹을 틔우는 꽃
여전히 살아 숨쉬는 건
언젠가 꽃을 피운다고
느리게 피어나는 건
기다림이 거름이 되어
더 진한 향기를 담아서
오래도록 지지 않는다고
오래도록 곁에 머문다고
가을되어 꽃은 열매 맺고
풍요 속에 꽃은 잊혀지는데
내 안의 작은 꽃씨 하나
바람과 친구가 되었네
느리게 피어나는 꽃
눈물로 싹을 틔우는 꽃
여전히 살아 숨쉬는 건
언젠가 꽃을 피운다고
느리게 피어나는 건
기다림이 거름이 되어
더 진한 향기를 담아서
오래도록 지지 않는다고
오래도록 곁에 머문다고
아직 꽃이 피지 않은 화분
가끔 마주치는 반가운 손님
동네 길 고양이
나른한 오후의 조용한 그림자
겨울을 지내고
봄을 기다리는
우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