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야, 그거 별거 아냐. 누구나 다 그 정돈 아파.
인생사 굴곡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니.
저 말을 하는 사람들의 인생이 궁금해졌다. 그런가.
그 정도로 견딜만한 아픔밖에 당신의 인생엔 없었나.
시간이 지나 보니, 다 이유 없는 괴로움이었고, 정당화 될 수 있었던 일들 뿐이었나.
감히 누가 한 개인의 심정을 재단할 수 있을까.
어쩌면 위로가 간절해 힘들게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를, 비단 자신의 일이 아니기에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치부해 버린 건 아니었나.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누구의 아픔도, 그 누구의 슬픔도 가볍지 않다.
가벼울 순 없다. 적어도 당신의 그 저림과, 순간의 고민들과, 찰나의 생채기가 진정 당신을 아프게 했다면, 비참하게 울어버린 어떤 날의 하루도, 아무것도 하기 싫어 다 망쳐버린 그 어느 날도, 괴로워 울다지쳐 잠든 어느 날 밤도, 그 단 하루도 의미 없는 날은 없다.
나는 가족에게 내 울분을 토해낼 때마다 "합리화하지 마"라는 말을 들었다.
내가 겪는 아픔이 합리화라니. 그 원인이 바로 당신들이었다는 사실을 애써 부인한 채, 계속 곱씹으면 너만 괴로우니 시간에, 과거에 덮어 흘려보내라는 말을 들었다.
물론 어렵지 않다. 그게 내 정신건강에 더 좋은 것이라는 것도 안다.
그러나 나는, 나를 무한히 사랑하기에 그 말인 즉슨 그들의 잔인한 회피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대부분 가해자는 상황을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하지 못하게 설계되어 있는 것처럼.
자신들이 한 일은 기억에서 지운다.
"내가 너의 아픔을 차마 읽어 내지 못했어."
"내가 부족했어. 나 때문이었다면 정말 미안해. 너의 아픔이 조금이나마 나아지길 바라."
피투성이 논쟁 끝에, 나는 기어코 이 말을 듣고야 말았다.
당신의 아픔은 결코 흔하지 않다고, 그 누구나 한낱 다 겪어야 하는 그런 가벼운 무게가 아니라고, 스스로 다독이며 일어나기를 바란다.
아픈 감정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 애써 피하고 외면해왔던 내 아픔이, 곪고 곪아 터져 나오던 그 순간에,
아무도 내편이 아니었을지라도.
이 글을 읽는 당신 역시, 소중한 당신의 목소리를 잃지 않길 바란다. 부디 극복해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