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던함'이란 과연 무엇일까?
익숙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살아내는 일에 익숙하다. 지금까지 30개국 100개가 넘는 도시를 여행했고, 몇몇 곳에서는 여행이 아닌 일상을 보내는 삶을 살았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종종 나를 '무던하다'라고 표현해왔다. 그런데 과연 무던함이란 무엇일까?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것인가, 아니면 그 불편함을 다루는 방식의 차이일까?
기대와 현실 사이
NGO 봉사단으로 몽골 바가노르 지역에 온 지 한 달. 앞으로 10개월의 삶이 더 남아있다. 이곳에서 만난 T는 전년도 봉사단원으로, 선배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나와는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고, 결국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찾아 중도에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T가 사용하던 숙소를 이어받게 되었을 때, 나는 상당한 청소가 필요하다는 점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또한 몽골의 강한 바람과 건조한 날씨, 햇빛도 들어오지 않는 지하 사무실의 갑갑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내게는 그저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었지만, T의 반응은 의외였다.
"다양한 경험을 해봐서 무던할 거라 생각했어요."
그 순간 무던함이라는 단어가 내 귀에 이상하게 울렸다. 마치 내가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예상 밖이라는 듯한 반응이었다. 우리는 분명 서로 다른 생활 방식과 우선순위를 가지고 있었다. 예를 들어, 나에게 음식은 단순히 생존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삶의 중요한 부분이지만, 다른 이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서로의 기준이 다름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유연함과 원칙 사이
무던하다의 반대말이 까다롭다 혹은 민감하다 알까? 스스로 생각해 보면, 나는 상황에 따라 지독히 무던한 부분도 있고 꽤나 까다로운 부분도 있다.
모로코의 한 산골 마을에 초대받았을 때의 일이 떠오른다. 수도시설이 없어 산에서 흘러나오는 물로 생활하는 그곳에서, 당나귀를 타고 마을 구경을 마친 후 손을 씻을 틈도 없이 바로 저녁 식사가 시작됐다. 시멘트 가루가 날리는 바닥 위 카펫에 테이블이 놓여 있고, 모두 손으로 음식을 먹는 문화였다. 그 순간 나는 선택해야 했다 - 내 위생 기준을 고집할 것인가, 아니면 그들의 환대를 존중할 것인가. 나는 조용히 옷에 손을 문질러 최소한의 위생을 지키려 노력하고 그들이 대접하는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나는 손님이었고, 그들의 삶을 존중하는 선에서 내가 적응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침대만큼은 다르다. 여행 중 이동할 때는 어디서든 잘 자고, 캠핑할 때는 씻지 못하는 것도 당연히 받아들인다. 그러나 한곳에 오래 머물 때, 침대는 내게 성역이다. 밖에서 입었던 외출복으로 절대 들어가지 않고, 무조건 샤워 후에만 들어가는 공간. 이 원칙은 어느 나라에서 지내든 변함없이 지켜왔다.
감정을 다루는 힘
다양한 경험이 내게 준 건, 기준을 낮추는 법이 아니라 다른 방식과 공존하는 법이었다. 그래서 여전히 어떤 것들 앞에서는 솔직하게 불편하다고 느끼고, 때로는 힘들다고 말할 줄 알고 싶다. 그게 누군가의 기대와 다르더라도 내 감정을 억지로 감출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무던하다는 건 감정을 없애는 일이 아니라, 감정을 다루는 힘이다. 이해한다는 건, 때로는 불편함을 말할 수 있는 용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깨달음은 지금 몽골에서의 삶에서도 중요한 지침이 되고 있다. 사실 몽골은 내가 선호하는 환경과는 매우 다르다. 나는 여름의 냄새와 느낌, 따뜻한 햇살을 사랑하고, 해변이나 강가 같은 물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몽골은 10월부터 4월까지 이어지는 긴 겨울, 일교차가 크고 여름에도 경량 패딩을 챙겨야 할 정도의 기후를 가진 곳이다.
어쩌면 내가 선호하지 않는 환경에서 앞으로 10개월을 보내야 한다는 점이 스스로에게는 하나의 챌린지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낯선 환경에 적응해가는 과정에서, 모든 것을 무조건 받아들이기보다는 내 감정에 솔직하면서도 타인과 환경을 존중하는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 그것이 진정한 무던함이 아닐까.
여러 문화를 경험하며 내가 배운 건, 세상에는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고 그 모두가 나름의 이유와 가치를 가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 다양성 속에서도 내가 지키고 싶은 가치와 원칙이 있다. 몽골의 건조한 대지 위에서도, 내 안의 여름을 잃지 않는 법을 배워가는 중이다. 불편함을 느끼고, 그것을 인정하고,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 두 가지를 조화롭게 지켜나가는 것, 그것이 나에게 무던함의 진짜 의미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