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일주일만에 팔로워 1.2k명..?
*글 시작에 앞서, 이 글은 유튜브 혹은 구글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 유튜브를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의 개인적인 후기&의견임을 밝힙니다.
드디어 내 클럽하우스 프로필 사진에 폭죽 이모티콘이 사라졌다. 그말인즉슨 클럽하우스를 가입한지 일주일이 지났다는 뜻. 일주일간 길다면 길고, 적다면 적은 시간을 리스너, 스피커, 그리고 모더레이터로서 클럽하우스를 이용하며 특히 '유튜브 직원'으로서 느낀점과 짤막한 개인적인 후기도 적어보려고 한다.
기
처음 시작은 여느 클럽하우스 이용자들과 비슷했다. 처음에 몇 번 내 지인의 인스타그램에 클럽하우스 관련 게시물과 스토리가 올라오더니 점차 그 빈도가 잦아졌다. '도대체 이게 뭔데'라는 얕은 호기심만 가지고 있다가 평소에 내가 동경하는 친구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오자 그만 참지 못하고 일단 앱을 다운받았다. 초대장을 미리 받은건 아니었지만 다행히 내 지인 중 이미 가입한 사람이 웨이팅리스트에 올라간 나를 보고 바로 초대장을 내줘서 가입할 수 있었다. 소셜미디어를 또 다른 소셜미디어를 통해 가입하다니 2021년에 맞는 전형적인 일종의 레퍼럴 시스템이 아닐 수 없었다.
승
클럽하우스가 친절하게도 연락처를 연동해 준 덕분(?)에 내 전화번호부에 가입되어있는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을 한꺼번에 팔로우할 수 있었고, 이내 그들이 참여하거나 운영하는 방이 내 클럽하우스 피드에 뜨기 시작했다. 처음 시작은 유튜브에 대한 가벼운 대화방이었다. 대화방의 제목은 보통 '유튜브 이야기 나눠요!', '유튜버의 미래는?' 등의 다소 추상적이거나 광범위한 주제를 담고 있었다. 일주일 전이 아직 국내 유저 베이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전이라서 그런지(혹은 이미 폭발하고 있었을수도) 많지는 않았지만 몇몇 직접 아는 크리에이터 혹은 눈에 익은 분들이 방에서 스피커로 참여하고 있었고, 그런 방에서 몇 번 크리에이터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또 과연 크리에이터분들이 요새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지에 대한 내용을 조용히 듣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나는 몇 가지 업무적 인사이트를 얻기도 하고, 나아가 크리에이터들을 조금 더 인간적으로 이해하게 되기도 했다. 크리에이터들과 유튜브 채널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내 주 업무인데, 아무래도 내가 직접 크리에이터 생활을 해본 건 아니기에 그들의 고민과 고충을 전부 이해하긴 힘들었다. 하지만 클럽하우스에서 자유롭게 고민을 나누는 크리에이터들의 대화를 통해 그들이 유튜브, 채널 운영, 나아가 크리에이터로스의 자신의 미래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조금이나마 더 이해할 수 있었고 더불어 요새 업무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유튜뷰의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생각의 단초를 얻을 수 있었다.
한 크리에이터의 말을 빌리자면 클럽하우스는 라이브로 진행된다는 점은 같지만 유튜브 라이브, 인스타그램 라이브는 소통하고자 하는 대상의 의견과 반응을 텍스트로밖에 받을 수 없는 반면에 클럽하우스를 통해서는 실시간 음성을 통해 소통할 수 있어 앞의 두 라이브 형식과는 확연이 다른 점이 느껴진다고 했다. 또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명, 본인의 사진, 본인의 실제 프로필을 걸고 대화에 참여하기 때문에 유명인이면 필연적으로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악의적인 비방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면서도 팬들 혹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했다.
전
그렇게 나는 점점 더 많은 크리에이터들을 팔로우하게 되었고, 유튜브 관련 주제를 다루는 방도 함께 진화해나갔다. 처음에는 유튜브라는 하나의 큰 공통 주제를 가져가는 것 위주였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유튜브 관련 주제도 세분화되어갔다. 예를 들면 '알고리즘에 대한 대화', '유튜브 힘들 때 쉬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유튜브 영상 제작 이야기 나눠요', 그리고 'MCN 회사 필요할까'등 유튜브에 대해 보다 세부적인 주제를 다루는 방으로 진화해나갔고, 여러 방들에 들어가 귀동냥한 결과 실제 해당 주제에 대해 나름 심도있는 대화들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크리에이터 뿐만 아니라 MCN 담당자, 유튜브 편집자, 방송업계 종사자 등 여러 업계 사람들이 함께 의견을 보태며 여러 인사이트와 정보를 나누는 장이 되기도 했다. 꽤 오랜시간 머물며 여러 스피커들의 이야기를 들었던 '유튜브 힘들 때 쉬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방에서는 크리에이터들이 본인이 실제 쉬어본 경험담, 쉴 때는 어떻게 쉬었는지, 무얼 하든 카메라를 챙겨가는 촬영 중독증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에 더해, MCN담당자들이 간접적으로 경험한 크리에이터들의 휴식기 이야기 등이 오가며 서로의 경험과 이야기와 인사이트 뿐만 아니라 공감과 위로가 이야기 위로 층층이 쌓였다. 그리고 거기서 커뮤니티 빌딩, 커뮤니티 이벤트 등의 업무적 용어를 통해서만 어렴풋이 느꼈던 '커뮤니티의 힘'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일시적으로 존재했다 사라지는 대부분의 클럽하우스 방의 특성상 지속가능한 공동체의 형태는 아니지만 얼마 간의 시간동안이라도 내가 여기 모인 사람들과 비슷한 방향성을 가지고 같은 일을 하고 있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공유하는 것 만으로도 소속감과 동질감을 느낄 수 있고, 그런 경험은 커뮤니티 구성원에게는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 새로운 사고를 열어주는 영감 등의 에너지로 전환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또 크리에이터들이 자신의 전문 분야를 살려 직접 방을 운영하기도 했는데, 영화 리뷰 크리에이터 김시선님 같은 경우는 '영화관의 뒷자리'라는 클럽하우스 방을 직접 운영하며 특정 영화 혹은 감독에 대해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또 일명 비즈니스 유튜버라고 불리우는 창업, 이직, 사업운영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채널을 가지고 있는 크리에이터들이 모여 관련 주제에 대한 사람들의 질문을 받고 간단한 컨설팅을 해주기도 했고, 주식 크리에이터도 투자 관련 방에서 모더레이터로 직접 방을 오픈한 건 아니지만 스피커의 일원으로 의견을 보태기도 했다. 대표적인 여성 피트니스 크리에이터인 제이제이살롱드핏님도 역시 다이어트 고민에 대해 묻고 답할 수 있는 방을 열어서, 나도 들어가 몇 가지 고민되는 점을 여쭤보기도 했다.
그리고 우연찮게도 이런 경험을 실제 바로 다음날 업무에 적용하게 되었는데, 요새 슬럼프를 겪고 있다는 한 크리에이터와의 대화에서였다. 유튜브 파트너 매니저는 일반적인 비즈니스 파트너십팀처럼 회사를 상대하기보다는 개인 크리에이터를 상대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회사 대 회사가 아닌 개인 대 개인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일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단순히 채널의 성장 속도, 광고 단가 같은 숫자 이야기 뿐만 아니라 유튜브 외적으로 요새 포커스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심리 상태는 어떠한지, 크리에이터로서 받는 스트레스는 잘 핸들링하고 있는지 등 좀 더 개인적이면서도 포괄적인 이야기도 함께 나누게 된다. 그리고 요새 슬럼프를 겪고 있고, 이 슬럼프를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모르겠다는 크리에이터에게 평소 같았으면 '어떡해요..힘드시죠...?' 등의 깊이 없는 이야기만 건넸을 내가, 지난밤 클럽하우스에서 들은 크리에이터들의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적극적으로 공유해줄 수 있었다. 실제 내가 허심탄회하게 크리에이터들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라는 점을 강조하며 '번아웃이 올 때는 뻔한 이야기지만 애초에 채널을 왜 시작하게 되었는지 한 번 생각해보라', 혹은 '아예 유튜브와 성격이 다른 틱톡 같은 플랫폼에서 재미삼아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리프레쉬하는데 도움이 된다더라' 등의 내용을 전달했고, 이윽고는 그 크리에이터에게 이 이야기는 전부 클럽하우스에서 들은 것이니 직접 가입해서 다른 크리에이터들이랑 고충도 나누고 공감을 통한 위로를 받으라며 클럽하우스 초대장을 보내주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나눠준 나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크리에이터의 인사와 함께 미팅을 마치고, 다음날 클럽하우스의 또 다른 유튜브 방에서 동료 크리에이터와 활발하게 고민을 나누고 있는 그 크리에이터의 모습을 봤을 때의 성취감은 클럽하우스를 통해 얻은 나의 작은 수확이었다.
결
그래서 결론은?
재미없을수도 있지만 사실 클럽하우스에 대한 주류의 시선과 비슷하다. 분명 클럽하우스가 아니었다면 마주치지 못했을 사람들로부터 날것의 이야기를 듣고, 또 그 이야기들이 개인적인 지식과 경험의 확장(ex. 김금희 작가님이 내게 직접 추천해주신 단편소설집은 단연 일주일간 내 클럽하우스 경험의 백미였다)뿐만 아니라 업무적으로도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다. 특히 클럽하우스가 가지는 커뮤니케이션의 즉시성 덕분에 기존의 SNS가 어느정도 가지고 있는 일방향적 소통방식에서 벗어나 다자간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야기의 심도가 더해지고, 궁금한 것을 바로 묻고 답하는 과정을 통해 대화의 폭이 넓어지는 것은 즐거운 자극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클럽하우스가 뭔가 '알은체의 향연'이 되는 것 같아 피로감을 느낄 때도 더러 있었다. 물론 성대모사 방, 잡담 방 등 지극히 가벼운 주제를 다루거나 재미를 추구하는 방도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방은 그게 유튜브건 문학이든 예술이든 와인이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나누는 방이어서 특히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라면 방에 들어와 대화의 맥락을 알아서 파악하고 모르는 내용들에 대해서 따라가는 것은 분명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또 스피커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토대로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내가 잘 모르는 사람들이 화려한 언변으로 나열하는 정보를 그저 듣고 있자면 어쨌든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만으로도 (나만 그럴수도 있지만) 묘하게 피로해지기도 했다. 또 커리어 이야기, 면접, 이직, 실리콘밸리, N잡 등의 단어들이 뭔가 나도 이렇게 한가로이 클럽하우스만 주구장창 듣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무언의 압박을 주기도 해서 (이것 역시 나만 그럴수도 있지만) 거기서 대단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현생을 벗어나려고 했다가 오히려 현타만 맞고 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태생이 프로불편러라 요새 많이 회자되다시피 유명인만을 중심으로 운영되거나 그로 인해 클럽하우스 내에서도 일종의 '계급사회'가 형성되는 것 같다는 의견에도 고개를 끄덕이게된다.
그럼에도 나는 일주일간 꾸준히 하루에 짧게는 몇십분, 길게는 몇시간씩 클럽하우스에 머물며 여러가지 대화방을 오가는 중이다. 이 패턴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업무적인 인사이트, 연결의 기쁨을 줌과 동시에 크리에이터들에게는 잠시나마 조회수의 늪에서 벗어나 동료 크리에이터들과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또 영상 편집이라는 지난한 작업 없이 편하게 팬 혹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며 영감, 휴식, 위로를 얻을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클럽하우스가 내 앱별 배터리 사용량의 최상위 목록을 차지하는 것은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덧) 여러 유튜브 방을 기웃거리며 가끔 스피커로 몇마디를 얹자, 원래 연이 있는 크리에이터들이 알아봐준 덕분인지 아니면 한껏 있는체하며 써둔 프로필 덕분인지 일주일만에 팔로워가 1.2k명이 생겼다. 내가 지금껏 해본 모든 SNS 중에 가장 단시간에 팔로워를 이만큼이나 얻을 수 있었는데 신기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하다. 사람들은 내 이야기가 좋은 걸까 아니면 내가 가지고 있는 타이틀과 크리에이터와의 친분이 좋은걸까. 결국에 내가 가지고 있는 타이틀이 내 이야기의 신빙성을 더해주고, 내가 이뤄낸 성취이기도 하기 때문에 나와 동일시해도 되는걸까-등의 해묵었지만 아직도 나를 혼란에 빠뜨리는 고민을 떠올리며 글을 마무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