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고맙다, 브런치

(얼떨결에) 브런치 10주년 전시회 다녀온 사연

by 류귀복


※ 브런치팀의 협찬(?)을 받고 작성한 글입니다.

브런치 덕분에 첫 책이 독자를 만났고, 두 번째 책을 얻었다. 스스로를 브런치 최대 수혜자 중 한 명이라 생각하며 늘 감사한다. 더 나아가 《돈 버는 브런치 글쓰기》 북토크 이후에는 플랫폼에 대한 애정이 더 커졌다. 오프라인에서 소중한 인연들을 직접 만났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브런치 10주년 전시회 소식을 들었다. '어머어머! 여긴 무조건 가야지!'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딱히 여유가 없었다. 사는 게 바쁘다 보니 경복궁까지 찾아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다음을 기약하며 행사를 기억 속에서 지웠다.

전시회 3일 차 저녁, 행사장에 다녀온 작가로부터 귀한 제보(?)를 하나 받았다. "작가님의 첫 번째 책이 보무도 당당히 선반에 놓여 있더라고요. 자랑스러웠습니다"라는 내용이다. 나는 궁금한 건 절대 못 참는다. 브런치 검색창에서 '10주년'을 검색하여 현장을 꼼꼼히 스캔했지만 기대하는 사진이 발견되지 않았다. 제보자인 조선여인 작가는 나의 소중한 분신을 본인의 책처럼 아끼는 귀인이다. 브런치 소속 작가의 자부심도 엄청나다. 조만간 사진과 함께 후기가 올라올 거라 예상하며 취재를 중단했다.


브런치 10주년 전시회 현장


행사 마지막 날 아침, "Nova님이 내 글을 언급했습니다"라는 알림을 받았다. 귀한 소식을 확인했으니 부리나케 달려가서 글을 읽고 댓글을 남겼다. 이후 파도를 타다가 끌리는 글을 하나 발견했다. sweet little kitty 작가가 남긴 브런치 10주년 전시회 참가 후기다. 홀린 듯 읽다가 낭만 가득한 포토존(?) 사진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경복궁 돌담길을 배경으로 햇살이 비추는 책상에 앉아 있는 작가를 보니, 동공이 커지고 심장이 속도를 높인다. '아~ 나도 가서 사진 찍고 싶다'라는 욕심이 몸집을 불렸다.

흔들리는 마음이 무색하게 내게는 바꾸기 힘든 일정이 있었다. 1시간 후 짝꿍은 유능한 편집장을 만나러 간다. 《편집자처럼 책을 보고 책을 쓰다》의 저자인 아내의 절친이다. 고로, 나는 아이와 함께 키즈카페와 서점을 오가며 하루를 보내야 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딸에게 현장 사진을 보여주며 "서아야 아빠랑 브런치 전시장 가 볼래?"라고 물으니, 아이는 0.01초의 망설임도 없이 "싫어!"라고 답한다. 슬픔도 잠시,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조선왕조 제일의 법궁(法宮) 사진을 검색해서 보여주며 "그럼 경복궁 갈래?"라고 다시 물었다. "응"이라고 답하는 아이의 마음이 변하기 전에 후다닥 차에 태우고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했다.

기흥역에서 출발해서 양재 IC에 도착하니 뒷좌석에 탑승한 상전이 "아빠, 배고파"라고 노래를 부른다. 차는 막히고 노랫소리는 감미롭고 머리는 복잡하다. 이 모든 게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다. 반포 IC에서 빠져나와 회사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뒤 딸아이가 선택한 식당에 들어갔다. '반포'에서 '신촌'이라는 상호를 사용하는 설렁탕집이다. 식사를 마치고 자가용 대신 지하철을 탔다. 난생처음 3호선에 탑승하는 8살 딸은 자리가 없어도 즐거워 보인다. 22분간의 열차 여행을 마치고 경복궁역에 도착했다.


책을 좋아하는 서아 (연출 이미지가 아닙니다ㅎㅎ)


날씨도 좋고, 분위기도 좋고, 부녀의 기분도 좋다(물론 자유를 즐기고 있는 아내의 기분이 제일 좋을 것이다). 룰루랄라 경복궁을 거닐며 사진을 찍고 기념품샵에 들린 후 최종 목적지로 이동했다. 브런치 10주년 전시장에 도착하니 어색함이 감돈다. 첫 느낌이 안 좋다. 분명 공지에는 "예약 없이 와도 됩니다"라고 적혀 있었는데, 안내자는 관람객이 많으니 무작정 기다리라고 한다. 예정에 없던 경복궁 나들이가 예상외로 만족스러웠던지라 그냥 귀가할까 했지만, 따님의 허락을 득해 입장을 기다릴 수 있었다.


딸과 함께 한 경복궁 나들이


내부에 들어서니 분위기가 바뀐다. 브런치팀에서 많은 준비를 한 게 분명하다. 어두운 방에서 손전등을 벽에 비추면 숨겨진 문장이 나타나는 공간이 꽤나 인상적이다. 2층에는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수상자들이 출간한 책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3층에는... (잠시만요. 눈물 좀 닦고 올게요. 흑흑.) 보무도 당당히 나의 첫 책 《나는 행복을 촬영하는 방사선사입니다》가 자리하고 있었다.


조연도 행복합니다(^0^)


때마침 옆을 지나가는 나의 구독자인 오성진 브런치 기획자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저는 류귀복이라고 하는데 혹시 알고 계실까요?"라고 말을 건네니, 전역 후 군대 동기를 만난 듯 반갑게 맞아 준다. 소심하게 "제 책 전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전하니, "작가님 책 저도 샀습니다"라고 답하는 게 아닌가!! 장장 4시간에 걸쳐 현장에 도착한 모든 고생이 보람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귀인 오성진 기획자의 요청을 받고 2층에서 함께 사진을 찍은 뒤 다음 코스로 이동했다.


브런치 10주년 전시회 현장


마지막 장소는 고대하던 포토존이다. 도착 즉시 sweet little kitty 작가가 담대한 사람임을 깨달았다. 멋진 공간에서 사진을 남기기 위해서는 큰 용기가 필요했다.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소심한 나는 예비 작가(?)인 딸의 도움을 받아 단체 사진을 찍고 관람을 마무리 했다.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아이가 "아빠, 오늘 사진 브런치에 올릴 거지?"라고 물었다. 흔들리는 눈동자를 들키지 않게 조심하며 "당연하지"라고 답했다.

퇴장 시에 받는 기념품은 인스타에 사진을 올리는 조건으로 제공된다. 나는 브런치 작가의 자부심으로 "저는 인스타를 안 합니다"라고 외치니, 담당자가 "그럼 다른 SNS도 가능합니다"라고 답을 하는 게 아난가. 신용 거래(?)를 마치고 마우스 패드를 챙겨 복귀하는 아빠의 검은 속내를 딸이 파악한 것일까? 약속을 소중히 여기는 딸아이 덕분에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올린다. 아 참, 부녀의 약속도 중요하다. 일요일 저녁 7시에 키즈카페에 입장하니 전체를 대관한 듯 고요하다. 한적한 공간에서 열심히 딸과 뛰어놀고 귀가하니 9시가 훌쩍 넘었다. 잠든 아이를 부러워하며 아빠는 숙제를 한다. 시간을 보니 01시 43분을 막 지나고 있다. 으아악! 4시간 후면 출근이다.


포토존 현장 & 신용 거래로 획득한 마우스 패드


나는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으로 인해 브런치 10주년 전시회에 다녀왔다. 그리고 돌아오는 일요일에는 아내 대신 내가 편집장을 만나러 간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 스타벅스 마곡나루공원점에 방문한다. 더블엔에 새롭게 보낸 원고가 합격하여 계약을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단언컨대, 출판계약서에 서명을 남기면서 마시는 커피보다 맛있는 커피는 지구상에 없다. 시애틀에 있는 스타벅스 1호점의 낭만도 이보다는 못하다.

정리해 보자. 나는 브런치 덕분에 첫 책이 독자를 만났고, 두 번째 책을 얻었다. 더 나아가 이제 곧 세 번째 책을 계약한다. 이 모든 기적은 '브런치 작가'라는 수식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부디 독자 여러분도 궁금한 걸 못 참았으면 좋겠다. 출판계약서에 서명을 남기는 기쁨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의 향을 느끼는 순간을 꼭 맞이하길 기대하며 숙제를 마친다.

고맙다, 브런치!




※ 하단에는 감사한 마음을 담아 우연을 필연으로 만든 귀인들의 브런치 링크를 남깁니다.


* 조선여인 작가님


* sweet little kitty 작가님


* Nova 작가님


* 오성진 카카오 기획자님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