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사랑하는 일
사람이 모이면 돈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내게 남겨진 응원 댓글은 총 94개이고, 누적 금액은 1,389,500원이다. 수가 많아지니 잊지 못할 해프닝도 종종 발생한다. 지난여름에는 응원금 오배송(?) 사건이 일어났다. 강원도 삼척에서 세 식구가 레일바이크를 타다가 응원 댓글을 받고 화들짝 놀라는 일이 있었다.
백OO 님께서 작가님께 보내는 응원금을 저한테 잘못 보내셨습니다. 확인하고 다시 작가님께 보내드립니다. 제가 쓴 책 리뷰 글, 작가님의 책 《돈 버는 브런치 글쓰기》 참조해 주세요.
₩20,000원을 응원했습니다.
2만 원, 1만 원 두 번에 걸쳐 보냈습니다. 한 번에 3만 원이 없네요ㅋㅋ
₩10,000원을 응원했습니다.
연속해서 남겨진 두 개의 댓글을 보고 나는 두 번 놀랐다. 우선은 백OO 님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나는 책 선물을 즐기지만 내가 쓴 책은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거의 하지 않는다. 《돈 버는 브런치 글쓰기》는 직계 가족 외 세 명에게만 선물했고, 백OO 님은 그중 한 명이다. 그는 수줍음 많은 류서아가 가족과 선생님을 제외하고 가장 먼저 입을 열고 인사한 어른이다.
4년 전, 아이가 4살 때로 기억한다. 등원 버스를 타러 가는 서아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경비 반장님. 세 달 정도 지났을까? 진심이 통했는지 부끄러움 많은 딸아이가 반장님에게 목례로 화답했다. "계절이 바뀔 때까지 묵묵히 인사만 받던 류서아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라는 사실은 우리 부부에게는 대한민국의 월드컵 16강 진출만큼이나 반가운 사건이었다. 나의 첫 책 《나는 행복을 촬영하는 방사선사입니다》에는 류서아가 자주 등장한다. (류서아를 포함한 동네 모든) 아이들을 좋아하고, 당직 근무가 일상인 반장님에게는 적절한 선물이 될 듯하여 책이 나왔을 때 경비실에 한 권 가져다 드렸다.
책을 읽은 반장님은 서아에게 "서아야, 너 아빠가 엄청 사랑하더라"라는 인사를 건넸다. 물론 서아는 묵음으로 아주 반갑게(?) 응대했다. 경비 반장님은 내적 친밀감이 쌓인 이후로 서아를 더욱 아꼈고, 심지어 서아 엄마에게도 예전보다 더 다정하게 안부를 물었다. 흐뭇한 기억이 쌓여서 두 번째 책이 나왔을 때도 얼른 한 권을 가져다 드렸다. 책을 읽은 경비 반장님은 브런치 앱을 설치했고, '류귀복이 나오는 글을 찾아 읽고 응원금을 남기면 류귀복에게 전달이 된다'라고 생각했던 거 같다. 3만 원이라는 거금을 선뜻 남긴 그 마음이 너무 감사해서 가슴이 먹먹했다(아마도 반장님은 감명 깊게 읽은 책 값을 꼭 지불하고 싶었던 거 같다).
감동은 계속 이어진다. 모른 척 넘어가도 될 일을 바로 잡은 귀인을 떠올리니 다시금 감정이 벅차오른다. 수수료가 발생하는 일인데도 선뜻 내게 공제 전 금액을 전해준 것도 고마운데, 2만 원과 1만 원의 의미를 알기에 더욱 울컥했다. 지니 작가는 내가 감당할 수수료를 아끼고자 본인의 불편을 기꺼이 감수했다. 웹으로 다시 접속하여 2번으로 나누어 전달한 정성을 생각하니 눈물이 살짝 고였다. 브런치 앱은 한 번에 3만 원 응원이 가능하지만 웹은 3만 원이 불가하다(브런치는 앱과 웹의 응원금 단위가 다르다). 정리해 보면, 지니 작가가 박OO 님에게 받은 3만 원은 수수료가 40%에 달한다. 지니 작가는 커피 2잔을 결제하고도 남는 큰돈을 허공에 날린 셈이다. 그럼에도 내게는 수수료 절감을 위해 웹으로 응원금을 남겼다(브런치로 책을 썼으니 이 정도는 안 봐도 눈에 훤하다).
가슴이 쓰릴 상황에서도 댓글에 'ㅋㅋ'로 배려해 준 날개 없는 천사에게 보답을 하고 싶었다. 고심 끝에 "출간에 도움이 되는 책을 한 권 보내드리겠습니다"라는 답글을 남겼다. 다행히 주소지를 받을 수 있었고, 나는 보란 듯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책을 받은 귀인의 기쁨이 두 배가 되길 기대하며, 출간에 도움이 되는 책을 두 권 선별하여 보냈다.
《내 인생의 첫 책쓰기》와 《책 만들다 우는 밤》을 선물로 보낸 후 은혜를 다 갚았다고 생각했다. 그. 런. 데. 이 모든 건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산 너머 산이다. 얼마 전 "3월 3일에 신간이 출간될 예정입니다"라고 알린 글에 날개 없는 천사가 또다시 등장했다. 짧지만 강렬한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3권 예약합니다"라는 댓글을 남기는 게 아닌가. 지니 작가는 숫자로 라임을 맞추며 분위기를 띄우는 데도 탁월한 재능이 있었다. 그녀가 가진 날개의 크기는 나의 상상을 초월했다. 이쯤 되니 작가의 필명이 '(램프의 요정) 지니'로 보인다.
내가 받은 응원금 최고액은 세 식구가 옷을 차려입고 외식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큰 금액이다. 지난 9월, 귀인 작가 한 분이 익명 댓글로 출간 계약 소식을 알리며 내게 어마무시한 금액을 남겼다. 축하 꽃다발을 보내야 할 사람은 나인데 주객이 전도된 듯하여 당황스러웠다. 귀가 후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응원금에 담긴 진심을 추측할 수 있었다. 사연은 이러하다. 책 구입과 서평, 응원금에 이르는 3종 세트로 나를 응원하는 브런치 작가가 있었다. 그녀는 출간에 적합한 조건을 두루 갖춘 상태에서 투고를 시작했다. 그럼에도 기다리던 소식은 쉬이 들리지 않았다. 나는 메일로 원고와 출간기획서를 보내 줄 것을 요청했고, 자료를 받아서 수정한 뒤 회신했다.
백 번을 생각해도 답은 같다. 귀인 작가의 원고는 나의 도움이 아니었어도 출간계약이 되었을 거라 확신한다. 아내는 어리둥절해하는 내게 "그분의 기쁨의 크기가 그 정도인 거야. 자기 첫 책 때를 생각해 봐. 감사히 받아"라고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글로소득 전액은 아내를 위해 사용한다"라는 '류귀복 글쓰기 제1원칙'을 처음으로 깼다. 출간 이후 홍보의 어려움을 그 누구보다 잘 안다. 아내에게 "이 돈은 잘 보관했다가 나중에 작가님 책 나올 때 서평단 모집으로 쓸게"라고 말했고, 아내는 흔쾌히 허락했다.
우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간다. 주는 게 익숙한 사람도 있고 받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다. 전자의 비율이 높아질수록 사회는 더 따뜻해진다. 돌이켜보면, 나는 브런치에서 과분한 사랑을 받으며 성장했다. 소중한 귀인의 첫 책을 가장 먼저 세상에 알리는 영광을 누림으로써 받은 은혜를 일부 나마 보답하고 싶다. 12월 1일, 채수아 작가의 첫 책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예약판매를 시작한다. 이미 소식을 접한 독자들은 내 글과 상관없이 책을 구입할 테니, 이 글을 통해 채수아 작가를 알게 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서평단을 모집하고자 한다.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작가 5명을 선별하여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하나. 채수아 작가를 이제 막 알게 되신 분
둘. 책을 받고 2주 이내 브런치에 서평을 남길 수 있는 분
셋. 브런치를 사랑하시는 분
참여 방법은 간단하다. 12월 7일까지 댓글에 "서평단 신청할게요"라고 남기는 게 끝이다. 살아 보니 느낀다. 결과를 만드는 건 오직 행동뿐이다. 여러분도 뜻하지 않은 계기로 '류 작가의 찾아가는 기획안 수정 서비스'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브런치 작가들의 출간 소식이 내게는 어릴 적 산타 할아버지에게 받는 선물만큼이나 반갑다. 거리에 울려 퍼지는 크리스마스 캐럴처럼, 채수아 작가의 첫 책이 세상에 온기를 더하길 바라본다. 바깥 날씨는 춥지만, 브런치는 오늘도 훈훈하다.
※ 당첨자 선정은 선착순 3명과 추첨 2명으로 진행할 예정이며, 행운의 주인공은 개별 연락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