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에 필요한 구독자 수

산타를 믿는 어른이

by 류귀복

2023년 12월, 산타 할아버지에게 실바니안을 부탁하는 6살 딸아이 옆에서 함께 소원을 빌었다.

"산타 할아버지, 저는 구독자 천 명 주세요."

반년 동안 투고하면서 우는 밤을 보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마흔한 살 어른이가 기특했던 것일까? 산타 할아버지가 (어른이 된) 류귀복 어린이를 30년 만에 다시 찾았다. 크리스마스 날,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브런치 구독자 수가 천 명을 넘긴 것이다. 당시 나는 크리스마스 관련 글을 보면 "저는 산타 할아버지에게 구독자 천 명을 달라고 소원을 빌었습니다"라는 댓글을 남겼다. 브런치는 예나 지금이나 사계절이 모두 봄이다. "그럼 제가 작가님의 산타가 되어 드릴게요"라는 답글이 달리며 구독자 수가 한 명 더 늘었다. 천 명의 산타 덕분에 첫 글을 발행한 뒤, 6주 만에 구독자 천 명을 달성할 수 있었다.

"나는 구독자 수가 적어서 출간이 안 돼."

대다수 사람들이 출판사에 투고 이후 거절을 받으면 (혹은 누군가는 투고를 하기도 전부터), 본인의 구독자 수를 탓한다. 단기간 내 2권의 책을 출간하고 3번째 책을 계약한 나를 보면서 '저 사람은 구독자가 8천 명이라 계약한 게 분명해'라고 추측하는 경우도 많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생각이다. 네 자릿수 구독자는 출간계약의 속도를 높이고, 초기 판매에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절대 조건은 아니다. 책 쓰기는 기획과 컨셉이 중요하다. 원고가 약하면 구독자가 만 명이어도 출간이 어렵다.

"출간은 구독자 수가 적어도 가능하다."

2023년 8월, 나는 구독자 수가 0명인 상태에서 출판계약서에 서명을 남겼다. 경험해 보니, 무명작가도 타깃 독자를 확보하고 글을 쓰면 출간할 수 있다. 다만 성공 난도가 높을 뿐이다. 원고 투고는 눈물이 기본이고, 콧물이 옵션인 시간을 길게 보내야 한다. 오로지 글 하나만으로 출간을 꿈꾼다면 길고 긴 터널을 통과할 각오가 필요하다. "과연 내 글을 나를 모르는 사람이 2만 원을 내고 즐겁게 읽을까?"라는 질문에 고민 없이 "그렇다"라는 답을 할 수 있으면 분량을 채워도 좋다. 그게 아니라면 기획부터 다시 잡는 게 우선이다.

"독서를 하면 독자가 생긴다."

내 경우, 3년 간 500여 권의 책을 읽고 첫 문장을 썼다. 인풋이 많으니 아웃풋을 얻는 게 수월했다. 글쓰기를 배운 적은 없지만, A4 100페이지 분량의 원고를 5개월 만에 채울 수 있었다. 이후 투고와 거절이 반복되면서 기획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출판사 관계자들이 쓴 책을 30권 정도 찾아 읽은 후 "책이 나오면 필승의 각오로 홍보에 임하겠습니다"라는 내용으로 출간기획서를 작성했다. 무명작가의 진심이 출판사 대표의 마음에 가닿아서 첫 책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다독은 출간의 지름길이다."

나는 이제 확신한다. 독서량이 늘면 출간이 빨라진다. 좋은 글은 언제나 독자를 좋은 곳으로 데려다 주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양서를 읽으면 출간이 아니어도 삶이 더 행복해진다. 가성비가 단연 으뜸이다. 투자하지 않을 이유를 찾기가 더 어렵다. 나의 독서 기록을 정리해 보니, 올해는 총 52권의 책을 읽었다. 한 주에 한 권 정도를 읽은 셈이다. 글쓰기를 하면서 독서량이 삼분의 일로 줄었다. 안타깝긴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나는 이제 쓰는 삶을 포기할 수 없다.

"산타 할아버지는 착한 어린이에게 선물을 주고,
다독하는 어른이에게 출간을 선물한다."

산타는 우리 안의 믿음이다. 읽고 쓰는 여러분의 삶에 출간의 기쁨이 더해지길 소망한다.




산타 작가님들 덕분에 저의 한 해가 빛났습니다. 몸을 'ㄱ' 자로 만들어서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행복한 연말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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