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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귀복 Nov 30. 2023

05. 천재작가, 구독자 급등의 비밀

무명작가 에세이 출간기

다시 또 기적이 일어났다.


브런치에 혜성처럼 등장한 ‘천재작가’에 대한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다. 등장 2주일 만에 구독자 수가 500명을 넘어섰다. 2023년 11월 29일 기준, 올라온 글은 5개뿐인데 ‘라이킷’은 무려 1,200개가 넘는다. 피드백에 인색한 독자들이 남긴 댓글 수도 상당하다. 자타공인 만족스러운 결과다. 비결이 무엇일까? 독자들이 오만방자하기 짝이 없는 시건방진 문체에 매력을 느꼈을까? 아니다. 사연에 담긴 진정성 때문이다. 사람들은 꾸며낸 이야기는 귀신같이 알아채고 떠난다. 그러니 제발 사실만을 이야기해라. 글에서는 팩트가 가장 중요하다. 감동적인 사실을 재미있게 쓴다? 게임 끝이다. 독자들의 엄지가 저절로 ‘♡’를 누른다.




“천재작가 님 글은 가독성이 뛰어나요.”

자주 듣는 칭찬이다. 의도한 바는 아니다. 지적 수준이 낮아 길게 쓸 역량이 부족한 탓이다. 사실 길게 쓰고 싶어도 못 쓴다. 짧게 쓰니 틀릴 일이 없고, 읽을 때도 편해서 좋다. 의도치 않은 단문에 타고난 흥이 더해지다 보니 리듬감 있는 문장이 완성될 뿐이다. 몸치의 한을 늦게나마 자로 푼다. 초반부터 몰입한 독자들은 각자의 바운스에 따라 글자를 읽는다. 발바닥을 땅에 구르며 무의식 중에 몸을 흔들다 보면, 튕겨나갈 타이밍을 놓친다. 결국 끝까지 읽는다. 무명작가의 글을 벌써 이만큼이나 읽었다. 이게 바로 단문의 힘이다. 많은 작가들이 단문을 강조하는 데는 이유가 다 있다. 믿고 따라라. 손해 볼  없다. 이왕 읽은 거 어깨를 들썩이며 끝까지 가 보자. 리듬을 타고 즐겁게 읽다 보면 금세 결말이다. 마지막 글자 뒤 작은 동그라미를 만날 때까지 고개를 계속 끄덕여 보자.

천재작가는 꿈을 이루기 위해 꿈을 포기한다.”

육아와 직장을 병행하며 글을 쓰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고민도 잠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다. 가슴에 간직한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부족한 잠을 더 줄인다. 침대에서 꾸는 꿈을 포기하고, 현실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 생각을 거듭하며 문장을 떠올린다. 틈만 나면 손가락을 움직인다. 물론 당신의 역할도 크다. ‘♡’는 연료가 되고, ‘댓글’은 영감이 되어 부족한 수면을 대신해 준다. 출간계약을 했고, 다음 목표는 베스트셀러 작가다. 평소 눈을 뜨는 05시 30분, 모두가 잠든 시간에 회사에 도착한다. 추운 차 안에서 불편하게 앉아, 꿈을 이루기 위해 단팥빵을 먹으며 간절함을 글자로 표현한다.

“05시 30분, 당신은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묻고 싶다.”




천재작가는 보통 에피소드 한 편당 10시간 정도를 할애한다. 흥겨운 자유 시간을 포기하고, 무급 노동을 자청하며 글을 쓴다. 보상으로는 원치 않는 흰머리와 영감을 얻는다. 어쩌다 글이 ‘빵’ 하고 터지면, 기쁨이 모든 고통을 이기며 잠시 천국을 맛본다. 직장 상사가 천사처럼 느껴지는 기적이 일어나고, ‘쿵! 쿵! 쿵!’ 울리는 층간소음은 음악이 되어 귀를 간지럽힌다. 이처럼 작가에게 글쓰기는 신이 주는 벌이자 축복이다. 피할 수 없는 길이라면 차라리 즐기는 게 더 낫다.

“독자가 즐거워야 작가도 즐겁다.”

평생 들어보지 못한 ‘작가님’이란 호칭을 육성으로 듣고 있으니 입이 헤벌쭉 벌어진다. 피곤한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겨우 4시간 자고 일어나서 쓰고 있다. 다 여러분들 덕분이다. 응원이 이어지니 글 쓰는 게 더 즐겁다. 작가에게 즐겁게 쓸 권리가 있듯, 독자에게는 즐겁게 읽을 권리가 있다. 글은 취향이니 정답은 없다. 다만 글에 더해지는 리듬감은 치트키가 분명하다. 진심이 담긴 팩트에 흥겨운 리듬이 얹어지면 독자는 떠나지 못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글을 읽는 중에도 유혹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즐거움이 계속돼야 끝까지 읽는다. 잊지 마라. 독자가 있어야 작가도 있다.




“쓰고 싶은 글은 일기장에 쓰고, 원고에는 사람들이 읽고 싶은 글만 써라.”


타인을 위해 쓰는 글은 일기가 아니다. 읽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하고 써야 한다. 다양한 앱과 웹의 유혹을 뿌리치고 온 귀한 손님들이다. 작가에게는 지식과 재미, 감동이 넘치는 글을 써서 독자를 즐겁게 해 줄 의무가 있다. 이 세 가지 중 어느 한 가지라도 빠지면 전달력이 떨어진다. 매력도 잃고, 독자도 잃는다.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 중요한 MZ세대 직원들에게 “오늘 회식이야, 메뉴는 김치찌개!” 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외치는 직장 상사나 다를 바 없다. 안 쓰느니만 못하다. 첫 문장에서 독자의 시선을 ‘확’ 잡아끌고, 중간중간 무릎을 ‘탁’ 치게 만든 뒤, 마지막에는 가슴에 ‘찡’한 무엇을 하나 남겨야 한다. 다 아는 이야기라고? 모든 일은 머리로는 쉽게 이해 가능하다. 다만 실천이 어려울 뿐이다. 그래서 지금 내 글을 읽고 있는 게 아닌가? 그렇다고 너무 상심하지 마라. 지극히 정상이다. 인간은 본디 의지가 약한 동물이다.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가? 딱 걸렸다. 반성하라. 핑계 댈 시간도 아깝다. 글을 쓰기 전에 간절함부터 채워라. 누군가의 가슴에 울림을 주기 위해서는 진심이 가장 중요하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감동적인 사실을 재미있게 쓴다? 게임 끝이다. 독자들의 엄지가 저절로 ‘♡’를 누른다.”


잠시 후, 당신의 엄지가 이를 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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