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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귀복 Dec 07. 2023

06. 천재작가, 신에게 구하는 용서

무명작가 에세이 출간기

브런치 활동 3주 만에 6개 글로 구독자 700명을 모집한 천재작가의 7번째 글입니다.


“둠칫둠칫. 브런치가 들썩인다.


지난주 손가락이 춤을 추다 엄지가 자동으로 ‘하트’를 누르는 신비한 경험을 한 뒤, 너도나도 단문이 주는 매력에 흠뻑 빠져 있다. 몸치들은 쌓인 한을 문자로 풀기 위해 앞다투어 문장을 만든다. 자음과 모음은 식사할 여유도 없다. 여기저기서 데이트 신청이 들어온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천재작가는 독자들이 엉덩이를 들썩이는 글을 남겼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 뿌듯함에 양어깨가 2cm 정도 위로 높게 올라가더니 도무지 내려올 생각을 안 한다.




“작가에게 교만은 신이 내리는 벌이다.”


04시 40분, 이른 새벽에 눈을 떠서 22시간째 눈을 감지 못하고 있다. 삼일 밤낮을 고민하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완성한 초고를 닫고 새롭게 시작하는 중이다. 아쉬워도 어쩔 수 없다. 뱉은 말이 있다. 독자들이 읽고 싶은 글을 써야 한다. 바쁜 건 내 사정이다. 핑계가 안 된다. 간혹 천재작가를 백수로 오인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아니다. 직장과 아픔이 있는 어엿한 6년 차 ‘산타’다. 주업이 늘 우선이다. 퇴근하고, 아이가 잠들어야 글을 쓴다. 벌써 12월이다. 날개는 없지만 본인이 천사라고 굳게 믿고 있는 6살 착한 딸이 있다. 아이 모르게 크리스마스 선물도 준비해야 한다. 하루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오늘이 금요일인 게 천만다행이다. 그나저나 어렵게 쓴 초고를 지우고 처음부터 다시 쓰는 이유가 궁금하지 않은가? 4초 광고 후에 알려주겠다. “천. 재. 작. 가.”, 바로 ‘원고의 결’ 때문이다.


“김범수의 발라드 앨범에 도끼의 19금 랩을 한 곡 때려 넣었다.”


욕심이 과했다. 교만함에 푹 빠져 겸손함을 잃었다. 오만방자함을 내려놓고 따스한 글을 썼다. 오랜만에 쓰고 싶은 글을 원 없이 쓰며 눈시울을 붉혔다. 주변 지인들도 읽고 눈물을 보인다. 쓰고 나니 속이 다 후련하다. 이제 지혜의 여신 아테나님만 ‘오케이’ 하면 퇴고다. 그런데 아내가 고개를 갸우뚱한다. 감정을 내려놓고 독자의 시선으로 초고를 다시 보니 그럴만하다. 기존 원고와 결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과감히 포기한다. 반성의 의미로 주말 아침 달콤한 늦잠을 신에게 바친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신의 아량으로 겸손을 되찾는다. 그제야 독자에게 바칠 글의 영감이 ‘똑똑’ 하고 전두엽을 두드린다.




“읽히는 글을 썼다면 이제는 분량이다.”


출간을 계획한다면 ‘톤 앤 매너’를 유지하면서 본인만이 낼 수 있는 색으로 원고를 가득 채워야 한다. 중간에 한 번 튕겨나간 독자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김치찌개가 먹고 싶어서 백반집 문을 열었는데 짜장면을 판다”라고 생각해 보자. 손님들은 자리에 앉기도 전에 얼른 다시 나온다. 이후 그 식당을 다시는 찾지 않는다. 독자도 마찬가지다. 작가라면 확실한 정체성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당신이 파는 글은 뚜렷한 색이 있는가?”


‘글의 격’만큼 ‘글의 결’도 중요하다. 어차피 A4 100장, 책 한 권 분량은 100일이 걸려도 다 못 쓴다. “나는 쓰는데?”라는 생각은 오만이다. 그 글은 당신 하고, 당신 가족만 재미있게 읽는다. 친구도 안 읽는다. 나중엔 가족들도 안 읽는다. 출판은 충분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조급해하지 말고 모든 문장에 온정성을 쏟아라. 그래도 부족하다. 타인의 영혼까지 빌려다 쓸 각오로 써야 한다. 초고를 쓰다 보면 단어와 문장이 수시로 “저 혼자 있고 싶은대요”라고 한다. 그때마다 잘 다독여서 데리고 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흐름이 매끄럽게 이어지도록 다듬고 또 다듬어야 한다. 작가가 쏟은 정성은 독자가 더 잘 안다.


“천재작가는 일상에서 글감을 수집한다.”


가슴을 뛰게 만드는 문장을 발견하면 ‘이거다’ 싶다. 쏟아지는 잠에게 이별을 고하고, 손가락이 자동으로 움직이며 문장을 만들어 낸다. 이번 글은 이전 발행 글 <05. 천재작가, 구독자 급등의 비밀>에 달린 댓글에서 영감을 얻었다.


누군가를 꿈꾸게 하는 글을 쓰기 때문입니다.
제가 작가님 글을 읽는 이유입니다.


이처럼 우아한 문장을 만드는 작가에게 칭찬을 받는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나는 다시 태어나도 이렇게는 못 쓴다. 부러운 필력이다. 심지어 짧은 작가소개에서도 매력이 철철 넘친다.


글은 수준이 아니라 취향입니다.  (한서율 작가)


그렇다. 이 말에 정답이 있다. 글은 수준이 아니라 취향이다. 작가는 타깃층이 확실해야 한다. 나를 필요로 하는 독자가 누군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타깃이 없는 글은 ‘사막에 가서 우산을 파는 행위’나 다름없다. 안 쓰느니만 못하다. “나는 취미로 글을 쓰니 해당이 없네?”라고 생각하는가? 거짓말하지 마라. 가슴에 품고 있는 뜻이 있으니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내 글을 읽고 있는 게 아닌가? 스스로 떳떳해지길 바란다. 문장이 모여 언젠가 책이 되길 꿈꾼다면 원고의 톤을 유지하고 분량부터 확보해라.


“비천한 글을 여기까지 읽은 것만으로도 당신은 이미 작가가 될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다.”


다음카카오에서 인정하지 않았나? 그러니 제발 욕심을 버려라. 어렵게 발걸음 한 귀한 독자들의 시간을 빼앗지 마라. 수십 번, 수백 번 읽어도 재미있는 글만 남기고, 아닌 글은 일기장에 써라. ‘다다익선(多多益善)’은 초고가 아니라 퇴고에 필요한 사자성어다. 조절이 어렵다면 스마트폰을 끄고, 가까운 절에 템플스테이라도 다녀와라. “참을 인(忍)이 3번이면 독자가 30명 더 는다”라는 각오로 인내하라. 노력 없이 얻어지는 결과는 없다.


“한 주에 한 편씩 일 년을 면 책 한 권 분량이다.”


가수 오디션 프로에서 박진영이 첫 소절에 입을 ‘쩍’ 벌리며, 황홀한 표정으로 버튼을 누르는 모습을 기억하는가? 당신도 그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브런치에서 ‘라이킷 투어’를 다니다 보면, 손가락이 종종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인다. 작가소개에 적힌 한 줄만 보고 바로 ‘구독’을 누른다.  이런 게 바로 작가의 매력 아닐까? 작문도 예술이다. 글에서 특별한 향기가 묻어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부디 욕심을 비우고, 톤을 지키며, 분량을 늘리자. 원고가 완성되어 출판사에 투고할 때, 제목과 첫 문장에서 편집자의 입을 ‘쩍’ 벌어지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도 될까 말까 한 게 출간이다.




“0.01퍼센트의 가능성이 10,000번 더해지면 100퍼센트가 된다.”


내가 브런치를 하는 이유다. 마흔한 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운에 기대고 기다릴 수는 없다. ‘0.01퍼센트’의 가능성이라도 있으면 일단 하고 본다. 그게 바로 간절함의 크기라 믿는다. 포근한 글을 쓰는 나를 버리고, ‘천재작가’라는 페르소나를 쓴다. 수시로 ‘라이킷’을 누른다. 원고를 완성하기까지 일 년이면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책의 속지에 서명을 남기길 원한다면 원고지를 꺼내 당신만이 낼 수 있는 색을 칠해라. 


마지막으로 한번 더 강조한다.


“백반집에서 파는 짜장면을 먹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 감사의 말

이번 글의 영감은 ‘한서율 작가님’이 남긴 댓글에서 얻었다. 보답하는 의미로 작가님의 브런치 링크를 공유한다. 주의해라! 클릭하는 순간, 그녀의 취향에 푹 빠져 손가락이 자동으로 ‘구독’을 누른다. 내가 그랬다.

https://brunch.co.kr/@hanseoy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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