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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원일 goldbranch Dec 18. 2020

우울증 일기 #12

꿈에서의 작곡


작곡가가 할 일은 곡을 쓰는 일인데

아름다운 곡을 쓰기 위해선 마음의 큰 여유가 필요하다.

나는 그렇다.

적어도 삶에 치이면 안 된다.

쌓인 설거지거리가 있거나 청소를 해야 하는 등의

의무감에 사로잡힌 날엔 창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매일 아침마다 집에서 탈출을 하게 되나 보다.



악보 판매를 시작했지만 구매자는 단 한 명뿐이다.

내 음악을 연주하고픈 이가 극소수라는 사실을 직면하고는

마음이 아팠다.

음악을 하는 게 의미 없게 느껴졌다.

나 혼자 좋거나 둘만 좋은 것은,

의미가 없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내가 좋아하는 특별한 맛의 커피를 만드는 카페를 차렸는데

손님은 단 한 명뿐이라는 것과 같다.

영향력이 적은 음악을 한다는 건 참으로 사람을 초라하게 만든다.

이 정도의 음악으로 장사를 하고,

돈을 벌고, 삶을 영위해나갈 자신이 없다.



나의 아침 두려움을 해결해주던 공간도

점점 좁아지고 있다.

온종일 우울감에 잠식되어버렸다.

탈출구가 막힌 느낌이다.


낮잠을 자고

꿈에서 작곡을 했다.

꿈이라는 걸 깨달으면 다행이다.

꿈에서 벗어나기 전에 기억하려고 애쓰다 깨어났다.

모든 음이 다 기억났고,

잘 녹음을 했다.


좋은 곡이 나온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만들고 싶던 맛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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