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모가지
손이 아파서 쉬려면
돈을 바짝 벌어놔야 되니까
손을 무리하게 쓰면서
이것만 하고 당분간 일하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만 하는 생활이 벌써 몇 년째
손이 쉬기 위해 손을 더 쓰는 아이러니
손을 안 쓰고도 돈이 알아서 벌리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평소에 안 하던 일을 하니까 손은 더 망가지고
그런 걸 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사람이 살아야 하니까 집안일은 해야 하고
빨래만 해도 손은 망가지므로
집안일조차 할 필요가 없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도시락을 사다 먹으니까 쓰레기는 더 많아지고
설거지를 덜 하니까 다른 청소를 더 많이 해야 하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는 일들이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휴식은 돈과 직결된다
인풋이 적으면 아웃풋을 줄여야 하는데
보험을 해지할 수도 없고
주택청약을 해지할 수도 없고
병원비를 줄일 수도 없고
옷을 사길 하나 화장품을 사길 하나
난 미용실도 안 가는 사람이다
이번 달을 위해 중고 물건을 팔아야지
참 희한하다
빈곤하지도 않고 굶지도 않고 누구와 싸우지도 않는데
왜 모자라다 모자라다 한탄하고 있을까
이 심정의 기저에
패배감이 깔려있다
더 인정받고 싶고 더 알려지고 싶고
아직 나오지 못한 아름다운 것들이 많은데
그것을 내 능력으로는 하지 못해서
이렇게 힘들어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