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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데이 Every Day

주인공의 외모가 제거된 로맨스

by 원일

로맨스 영화 <에브리데이>는 남자 주인공은 있지만 남자 주연 배우는 등장하지 않는 영화이다. 더 쉽게 설명하면 여러 명의 배우들이 한 인물을 연기하는 영화이다. <에브리데이>의 주인공은 매일 아침 다른 사람의 신체에서 잠이 깨는 인물이다. 그의 영혼이 다른 사람들의 신체를 떠돌아 다니기 때문에 이름도 없고 부모도 누군지 알 수 없다. 자신이 흑인인지 백인인지 알지 못하며,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다. 유일하게 알고 있는 것은 자신의 기억 뿐이다. 관객들은 이 인물이 영화 포스터 속 사랑에 빠진다는 이유로 남성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이 인물은 영화 속에서 4번이나 여성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영화 포스터에 있는 잘 생긴 남자 배우를 포함하여 이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들은 한 번 퇴장하면 다시는 영화에 나타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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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데이>는 고상한 철학적 담론을 논의하는 영화가 아니라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만든 10대 관객을 위한 로맨스 영화이다. 인간의 주인이 영혼인지 육체인지, 아니면 유전자인지에 대해 논쟁을 벌이는 영화가 아니다. 그리고 영화로서 <에브리데이>는 많이 허술하다.

매일 다른 신체를 떠도는 사람이 이처럼 훌륭한 인격을 갖추게 된 원인에 대해서는 설명은 없고, 적당히 가슴 아픈 이별과 뜬금없는 만남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여주인공과의 스킨십이 필요할 때마다 백인 남자 배우가 등장하고 아이폰 선전은 너무 노골적이다.

단점이 많은 영화이기는 하지만 외모가 사람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관객들에게 설득하는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이 영화 꽤 괜찮다. 주인공 A는 정해진 외모는 없지만 다른 10대들과는 달리 품위있는 언어를 사용하고 상대방에게 공감할 줄 알고, 자신의 과거를 통해 보다 깊은 성찰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납득되는 순간 관객들은 A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여자 주인공 리아넌(앵거리 라이스)도 결국 외모를 뚫고 A를 좋아하게 되고, 관객들도 미녀 여주인공과 A의 로맨스를 응원하게 된다. 아마 누구라도 이런 사람과는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처럼 훌륭한 인격을 지닌 사람이 잘생긴 외모까지 갖추게 된다면 키스를 하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고작 비현실적인 로맨스 영화 한 편 관람하고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는 진부한 당부를 할 생각은 없다. 사람이라면 외모에 대한 선입견과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는 습관을 영원히 버리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본다면 외모에 가려져 있는 멋진 사람을 판독해 낼 수 있는 능력만은 길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런 능력만 있다면 잘생김 이외의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남들보다 빨리 발견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 자신도 보기보단 훨씬 괜찮은 평가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바꿀 수 없는(?) 외모를 뚫고 자신의 장점을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다른 장점들도 훨씬 더 빨리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첫인상은 잘 바뀌지 않는다지만 첫인상까지 바꿀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굉장한 장점을 가진 사람이 분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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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 매거진 하고 (hago.kr)에 기고한 글 중 일부를 편집한 글 입니다.

원문은 hago.kr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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