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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이즈 본

21세기의 고전

by 원일

‘레이디 가가’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반사적으로 떠올리게 되는 것은 그녀의 기괴한 분장과 무대 의상이다. 만일 레이디 가가가 2010년 MTV 뮤직 어워즈에 쇠고기로 만든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모습이 기억나는 학부모들은 그녀가 TV에 나타나는 순간 채널을 돌릴 것이다. 그녀의 독특한 ‘괴상함’은 늘 미디어의 관심거리이면서 동시에 그녀의 음악적인 재능을 평가절하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대중들은 그녀를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가수라기 보다는 알렉산더 맥퀸의 의상이 어울리는 퍼포머로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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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가가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스타 이즈 본>(A Star Is Born)이 우리 나라에서 개봉했다.. 데뷔 후 10년이 넘도록 대중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본 일이 없는 그녀지만 정극 영화의 주연으로 출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첫 주연임이도 불구하고 영화에서 레이디 가가는 어설프거나 미숙하지 않다. 이 영화는 고정관념과도 같은 레이디 가가에 대한 모든 편견을 부정한다. 과거 레이디 가가의 독특한 이미지 때문에 영화로의 몰입을 방해 받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영화 포스터 중앙에서 분장없이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도 평범하여 이전에 우리가 알고 있던 레이디 가가가 아닌 것 같다. 레이디 가가의 재발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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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스타 중 한명인 브래들리 쿠퍼도 <스타 이즈 본>을 통해 재발견되었다. 영화의남자 주인공이자 연출자이기도 한 브래들리 쿠퍼는 이 영화에서 자신의 전매특허 같은 장난꾸러기 악동의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추락하는 스타를 연기한다. <스타 이즈 본>이 배우 브래들리 쿠퍼의 첫 번째 연출작이라는 사실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영화는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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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이즈 본>은 헐리웃에서만 벌써 세 번째 리메이크 된 작품이다. 바브라 스트라이잰드 주연의 <스타 탄생>도 이 영화의 리메이크 중 하나이다. 여러 번 리메이크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줄거리는 늘 비슷하다. 스타 지망생인 여자와 톱스타인 남자가 운명적으로 만나 사랑을 하고, 이들의 사랑은 점점 깊어진다. 하지만 그 만남을 시작으로 여자는 스타의 자리에 오르게 되고, 남자는 추락하기 시작한다. 결국 남자는 여자를 재능을 시기하게 되고 이 둘은 갈등이 시작된다.


같은 줄거리를 다르게 보이도록 영화는 리메이크 될 때 마다 여자 주인공을 다른 장르의 스타로 만들었다. 1952년의 <스타탄생>에서는 주디 갈란드는 뮤지컬 가수였고, 1976년의 <스타탄생>에서 바브라 스트라이잰드는 록스타였다. <스타 이즈 본>, 혹은 과거의 <스타탄생> 영화들은 영화 개봉 당시 어떤 뮤지션들이 가장 인기가 있었는지 알려주는 기록이기도 하다.


movie_image (4).jpg 1952년 <스타탄생> 포스터


2018년 현재 가장 인기있는 뮤지션은 아이돌 그룹의 멤버나 비슷한 음악을 추구하는 댄스 가수일 것이다. 음악의 장르보다 퍼포먼스가 중요하기에 노래와 랩을 물론 묘기에 가까운 춤을 출 수도 있는 가수들이다. 이들 중 누가 더 인기가 많은지에 대한 논란은 유튜브의 뮤직 비디오 조회수로 해결된다. 레이디 가가는 이 시대가 사랑하는 인기 뮤지션의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는 가수이기도 하다. <스타 이즈 본>에서 레이디 가가가 연기한 앨리는 아이돌 스타가 되기 위해 훈련받지만 그 전에 이미 샹송, 컨트리, 리듬 앤 블루스를 라이브로 소화해 낼 수 있는 뮤지션이기도 하다. 영화의 주인공인 앨리와 현실 세계의 스타인 레이디 가가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영화의 관객들에게 묘한 현실감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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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관객들이 고정관념처럼 알고 있던 주연 배우들의 새로운 모습을 제외한다면 이번에 개봉한 <스타 이즈 본>은 이전 <스타탄생>들과 같은 줄거리의 영화이다. 남녀가 사랑을 하고 스타가 되고 이별을 한다. 굳이 <스타 탄생>을 보지 않았더라도 비슷한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이미 다 알고 있던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같은 이야기를 또 듣기 위해 또 다시 극장을 찾는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가 들을 때 마다 재미있다면 그 이야기 속엔 사람들의 욕망이 담겨있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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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 제도는 사라지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는 시대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더 높은 신분으로 상승하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은 여전히 오랜 습관처럼 남아있다. 영화 <스타 이즈 본>은 그러한 신분 상승에 대한 욕망을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영화라는 형식을 이용하여 표현한 이야기이다. 평범한 사람이 귀족이 된다는 설정이 전형적인 신데렐라 이야기와 비슷하지만 배우자의 선택 이외에는 귀족이 될 수 없었던 신데렐라와는 달리 자신의 재능과 노력으로 스타가 된 앨리는 신데렐라보다 더 주도적이기에 매력적이다.


1937년에 처음 등장한 영화가 같은 줄거리로 아직까지 리메이크 되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스타 이즈 본>은 고전이라 부를 만 하다. 이 영화가 이처럼 오랫동안 시대에 맞게 리메이크 되는 이유는 특수 효과 기술의 발전 때문이 아니라 이야기 자체의 매력 때문이다. 마치 평민의 딸이 왕비가 된다는 이야기처럼 평범한 시민이 스타가 된다는 이야기인 <스타 이즈 본>은 먼 훗날에도 누구나 그 줄거리를 알고 있지만 다시 한번 찾아보고 싶은 영화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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