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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 위시

힘없는 리메이크

by 원일

<데스 위시>란 제목만 아니었어도 볼만했던 영화로 남았을지 모른다. 대형 포탈사이트의 평점도 평균 이상이고 실제로 <데스 위시>를 관람한 사람들은 재미있는 영화라는 평가를 했다. 톰 크루즈 뿐 아니라 브루스 윌리스도 30년 넘게 똑같은 얼굴로 연기하는 액션 스타이다.


movie_image (4).jpg 30년 째 멋진 배우, 브루스 윌리스


문제는 이 영화가 무려 5편까지 제작되었던 찰스 브론슨 주연의 <데스 위시>시리즈의 리메이크였다는 점이다.

나는 찰스 브론슨 주연의 데스 위시 시리즈를 1편부터 5편까지 관람한 몇 안 되는 사람 중에 하나이다. 뒤늦게 비디오로 관람했던 1편과 2편은 너무 재미있었기에 람보의 아류로 변질된 3편은 극장에서 관람했다. 4편과 5편은 국내에선 극장 개봉을 하지 않았는데 누가 봐도 수준 이하의 3류 영화였다. <데스 위시> 시리즈를 관통하는 설정은 찰스 브론슨이 사랑하는 사람들은 악당들에게 살해를 당하고 공권력과는 아무 관련없는 찰스 브론슨이 자신의 힘으로 복수를 한다는 것이다.


movie_image.jpg 공권력을 대신하여 악당을 심판하는 영화 <데스위시> (1974)



1974년 <데스 위시>를 지금 본다면 아마도 ‘심심’하게 느껴질 것이다. 형사가 아닌 일반인이 가족의 살인범에게 복수를 한다는 내용은 이제 상투적인 설정이 되어버렸을 정도이다. 그러나 당시 형사도 아니고, 특수부대 출신도 아닌 전문직 종사자가 공권력을 대신하여 복수를 한다는 설정은 사회적인 논란이 되었다. 선량한 사람이 공권력을 대신해서 죽여도 될만한 사람을 처단해도 되는 것인가? 이 논란은 <데스 위시>를 유명하게 만들었고 5편까지 제작되는 원동력이 되었다.


MV5BZDJhODZkOTYtYTRiOS00YTMyLTlkMmUtM2Q1NTliMTEwODc5XkEyXkFqcGdeQXVyMjUyNDk2ODc@._V1_.jpg 국내에선 1988년에 개봉되었던 <데스 위시 3>은 당시 람보 시리즈의 아류처럼 만들어졌던 이상한 영화였다.


그런 <데스 위시> 리메이크가 개봉되었다. 과거의 찰스 브론슨보다 훨씬 더 오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브루스 윌리스가 주인공이고 영화는 꽤 잘 만들어 졌다. 문제는 사람들이 개인적 복수에 대해 더 이상 논쟁을 벌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제 미국인들의 관심사는 총기 규제이고 공권력을 대신해서 범죄자를 처단해도 된다는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관심이 없으므로 논란이 될 여지도 없다. 그래서 영화 속 미디어가 대신 논쟁을 벌인다. 브루스 윌리스가 폭력을 사용할 때 마다 영화 속 미디어들이 앞 다투어 이 사건을 소개하고 호들갑을 떤다. 이 문제를 스크린 밖으로 끌어낼 힘이 없으니 그냥 스크린 안에서 떠든다.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척 하는 미디어 출연자들은 아무런 정답도 내리지 못하고 의미없는 논쟁만 이어가고 브루스 윌리스는 단 한번도 미디어에 쫓기지 않는다.


movie_image (1).jpg


<데스 위시>는 그냥 스타 배우 주연의 액션 영화이다. 오리지널과 달리 총기 소지와 관련된 그 어떤 이슈도 영화 밖의 사회에 던질 수 없었고, 오로지 배우의 멋짐에만 의존한 영화가 되어 버렸다. 이 리메이크 <데스 위시>는 몇 년 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영화가 되어있을 것이다. 오리지널 데스위시 시리즈의 팬으로서 이 영화가 2주만에 극장에서 내려진 것이 아쉽긴 하지만 이상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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