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길들이기> 1편이 개봉되었던 2010년에는 크리스틴 위그(Kristen Wiig)란 배우를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그녀는 2003년부터 7년간 미국 오리지널 SNL의 고정 멤버로서 미국의 TV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코미언이었지만 여배우라고 불릴 만한 필모그래피를 갖추지 있지는 못했다.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Bridemaids, 2012) 중 한장면
그런 그녀가 코미디언으로서 얻은 인기를 바탕으로 저예산 영화였던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2012)의 주연으로 출연하였는데, 영화가 기대 이상으로 성공한 덕택에 그녀는 스타 배우가 되어버린다.
2013년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던 그녀는 2016년 블록버스터 히트작이었던 <고스트 버스터즈>의 주인공으로 출연하여 이제는 파파라치를 몰고 다니는 헐리웃을 대표하는 여배우 중 한 명이 되었다.
코미디언 출신이란 이미지 때문에 연기의 폭이 넓지는 않지만 남자 주인공 없이도 관객들을 모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여배우이기도 하다.
아마도 <드래곤 길들이기 3>의 여러 목소리 연기자 중 2019년 현재 몸 값이 가장 높은 사람은 러프넛의 목소리 연기를 한 크리스틴 위그일 것이다.
스타 배우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의리를 저버리지 않고 러프넛이란 시시껄렁한 캐릭터의 목소리 연기를 해 준 그녀에게 드디어 원샷이 들어왔다. 이번 <드래곤 길들이기 3>에서는 별 활약없이 찌질하던 러프넛의 단독 개인기가 펼쳐지는데 이는 물론 크리스틴 위그의 개인기이다.
<드래곤 길들이기 3>를 관람하고 난 솔직한 의견을 말하자면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았다는 것이다.
<드래곤 길들이기 1>이 너무도 뛰어난 애니메이션이었던 까닭에 그보다 더 재밌는 스토리를 고안해 내기가 어려웠을 것이란 점은 이해한다.
사람들보다 드래곤들을 위하여 헌신하는 히컵의 고뇌에 공감하기 어렵고, 어린 시절 기억때문에 나이트 퓨리를 무조건 잡아야 한다는 악당의 설정도 와 닿지 않는다.
무엇보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라이트 퓨리>가 어떻게 악당의 계획대로 행동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너무도 부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설연휴에 가족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단 한편만 고르라고 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드래곤 길들이기 3>을 추천하겠다. 그 이유는 여전히 놀이동산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용을 타고 나는 것 같은 체험의 즐거움, 그리고 더 이상 <드래곤 길들이기>를 볼 수 없다는 아쉬움 때문이다. 그리고 자식을 떠나보내는 것 같은 마지막 장면은 어른들도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현실 세계의 살아있는 크리스틴 위그가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되어 연기하는 것을 보는 것만 같은 러프넛의 개인기도 이 영화를 재밌게 만들어주는 큰 이유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