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원일 Feb 03. 2019

우리가족 : 라멘샵

싱가폴로 떠나는 식도락 투어

라멘 요리사였던 부모를 잃은 주인공 마사토(사이토 타쿠미)가 어머니의 고향인 싱가폴로 여행을 떠난다. 잃어버린 어머니의 손맛을 다시 찾기 위해서이다. 여행을 통해 그동안 모르고 있던 가족들과의 오랜 갈등과 마주하게 되고, 갈등을 해소하면서 결국 멋진 요리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이 영화의 주요 줄거리이다.



이 영화에서 표현된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은 일본과 싱가폴의 역사적인 갈등을 대변한다. 영화는 두 국가간의 갈등 해소를 위한 큰 그림까지 그리고자 하였으나, 가족들간의 갈등만 해소하는 선에서 안전하게 마무리 된다. 


일본인 주인공이 자신의 역사를 마주하고도 반성하는 않은 채 피해자들을 대변하려 한 것은 아마도 일본 관객을 고려한 제작사와 감독 간의 타협이었을 것이라 추측한다. 싱가폴 국적을 가진 에릭 쿠 감독은 일본이 싱가폴에 저지른 만행에 대해 할 말이 많이 보이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은채 영화는 끝이 난다. 이 엉성한 타협은 더 큰 영화가 될 수도 있었던 <우리가족 : 라멘샵>을 그저 그런 영화로 만들어 버렸다.


마사토는 전형적인 일본인이다. 일본 식민 피해자들에게 "나도 피해자"라 외치며 자신들의 부끄러운 역사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한다.


게다가 영화는 누구의 시선인지도 알 수 없는 플래시백들이 남발된다. 돌아가신 부모님의 데이트 장면은 마사토가 본 적이 없건만 마사토의 회상씬으로 여러차례 등장한다. 누구도 본 적이 없을 과거 장면들의 플래시백도 등장한다. 플래시백 남용의 안 좋은 사례이다.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


하지만 <우리가족 : 라멘샵>을 그냥 요리 영화로 한정한다면 꽤 흥미로운 시도를 많이 한 작품이다. 아름다운 요리를 보여주고 말로만 맛있다고 외치는 다른 요리 영화들과는 달리 요리하는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하면서 그 맛을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요리의 맛이 머리 속에서 느껴진다. 여러 차례 요리 영화를 감독한 경험이 있는 에릭 쿠 감독 만의 장기이기도 하다.


일본 가요계의 전설이었던 마츠타 세이코를 볼 수 있는 것도 이 영화를 관람하는 소소한 재미 중 하나이다. 80년대 일본의 대표 아이돌 가수이자 수많은 안티팬를 거느리고 있기도 한 그녀가 이 영화에 비중있는 조연으로 출연한다. 끝까지 노래를 부르지 않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1962년생 마츠다 세이코(우). 하나도 늙지 않았다는 말이 접대멘트가 아니다.


만일 당신에게 사소한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있다면 공복 상태에서 이 영화를 보게 하라. 배고픔의 고통을 참아가며 영화를 관람해야 하기에 잠시 동안의 소소한 복수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레이디 버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