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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일 Mar 03. 2019

콜드 체이싱

이 영화는 테이큰과 다르다

우리 나라에서 리암 니슨이란 배우는 <테이큰>(2008)의 브라이언으로만 기억된다. 리암 니슨의 열혈 팬들조차도 그가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인 <쉰들러 리스트>의 주인공이자 <러브 액츄얼리>의 한 에피소드를 담당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려 들지 않는다. 

<쉰들러 리스트>와 <테이큰> 사이에는 수많은 문제작들과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있고, 그 중에는 <스타워즈>와 <다크나이트> 시리즈도 있건만 리암 니슨은 늘 <테이큰>의 브라이언이다. <쉰들러 리스트>가 <테이큰>보다 100배 더 훌륭한 영화이고 <테이큰> 3부작의 수익을 모두 합쳐도 <스타워즈 에피소드 원> 한 편의 수익에도 미치지 못하건만 관객들은 리암 니슨에게서 오스카 쉰들러나 제다이 마스터를 떠올리지 않는다.


영화 <테이큰> 중


<테이큰>에 출연하기 전까지 리암 니슨에게 축적된 이미지는 ‘대리 아버지’였다. 이상적인 아버지의 모습으로 등장하여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퇴장하는 것은 영화의 장르에 상관없이 리암 니슨에게 기대되는 역할이었다. 

그러나 <테이큰>에서 리암 니슨은 이전까지와는 전혀 달랐다. 그는 대리 아버지가 아닌 실제 아버지로 등장하고, 그와 교감하는 인물들은 영화에 없었다. 딸을 구하기 위해 설득 대신 폭력을 사용하는 그의 캐릭터는 영화 자체의 매력과 시너지를 일으키며 관객들은 열광시켰고, 스타일리시 액션 영화인 <테이큰>은 21세기의 <다이 하드>가 되었다. 그 후 1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리암 니슨의 대표작은 <테이큰>이다.


우리 나라에서 리암 니슨의 태표작은 <테이큰>이다.


50대 중반이란 나이에 리암 니슨을 액션 스타로 만들어 준 <테이큰>은 고마운 작품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테이큰> 이 후 리암 니슨의 연기는 한 걸음도 진전이 없었다. 본인은 물론 관객들조차 리암 니슨의 영화를 볼 때는 <테이큰>을 기대하고, 이 기대에서 어긋난 영화들은 외면 받아왔다. <테이큰>은 리암 니슨에게 날개였지만 동시에 족쇄였던 것이다. 30년동안 브루스 윌리스가 <다이 하드>로 기억되고, 주윤발이 <영웅본색>과 <첩혈쌍웅>으로만 기억되듯이 연기파 배우였던 리암 니슨은 이제 <테이큰>의 주인공으로만 기억될 운명에 처했다. 



리암 니슨 주연인 최신작 <콜드 체이싱>은 탱크같은 재설차를 운전하는 아버지가 아들을 죽인 마약 밀매범들에게 복수하는 내용이다. 영화의 포스터와 예고편을 본다면 <테이큰>의 또 다른 아류작 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생긴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영화는 <테이큰>과는 전혀 다른 영화다. 영화의 예고편은 리암 니슨의 팬들을 낚기 위한 미끼였을 뿐이다. 


<콜드 체이싱>에는 무용 안무와도 같은 잘 짜여진 액션 시퀀스는 등장하지 않는다. 타격감이 중요한 주인공의 액션에서는 시각적 쾌감 보다는 복수의 통쾌함이 더 선명하게 느껴진다. 주인공의 액션 동력은 피끓는 복수심이 아니라 궤도를 찾고 싶은 욕망이기에 악당들을 처리할 수록 점점 정상으로 돌아오는 콕스맨의 모습은 기존의 리암 니슨의 이미지와도 많이 다르다. 이처럼 <테이큰>과 많이 다른 <콜드 체이싱>에 리암 니슨이 출연은 승락한 이유는 아마도 이제 그만 <테이큰>을 지우고 싶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들 중 실제로 벌어진 일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없다. 진실은 관객만이 알고 있다.


<콜드 체이싱>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그 구성이다. 복수극이라는 기본 플롯이 있지만 다음 복수 대상과 복수의 방법을 끊임없이 궁금하게 만든다. 주인공 뿐 아니라 악당들과의 캐릭터가 중요하고, 사건의 빅픽처는 모든 등장인물들의 시선을 목격한 관객들만 알 수 있도록 만든 구성되어 있다. 


<콜드 체이싱>은 <테이큰>과는 전혀 다른 영화이기에 <테이큰>을 기대했다가 당황한 관객들도 많을 것이다.주인공이 의도하지 않게 두 범죄조직을 소탕하게 된다는 내용의 이 영화는 <테이큰>보다는 <요짐보>를 더 많이 닮았다. 이 영화도 <요짐보>처럼 배우의 영화가 아닌 작가 감독의 영화이다.


예측 불가능한 전개의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 <콜드 체이싱>은 추천할 수 있는 최고의 영화이다. 액션 뿐 아니라 웃음의 수위도 매우 높다. 그러나 이 영화의 포스터를 보고 <테이큰>이나 <논스톱>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영화가 끝났을 때 욕을 하면서 극장을 나서게 될지도 모른다. 


<콜드 체이싱>은 배우의 영화가 아닌 작가 감독의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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