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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일 Mar 06. 2019

감정의 오판 : 전문가의 미래

많은 사람들이 인류의 불행의 원인을 감정의 탓으로 돌린다. ‘싫음’, ‘미움’이란 감정만 없었더라도 인류 역사에 등장하는 수많은 전쟁들은 성사되지 않았을 것이다. 미래를 배경으로 한 많은 영화들도 인간의 감정을 ‘악’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악의 근원을 감정이라고 설정한 영화 <이퀼리브리엄>


감정은 인간들의 생존을 위해 필요했다. 인간이 오감을 통해 받아들인 정보를 무의식에 의해 처리된 결과로서 나타나는 것이 감정이다. 이런 감정이 없었다면 우리는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호랑이를 봤을 땐 도망가기 위해서는 두려움을 느껴야 한다. 상한 음식을 먹었을 때 뱉어낼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감정은 혐오감이다. 이런 우리는 감정 덕택에 거의 반사적으로 중요한 판단을 하였고 그 결과 생존할 수 있었다. 꼼짝도 할 수 없을 만큼의 두려운 감정도 도망가는 것보다 생존할 확률을 높여주는 감정인지도 모른다. (숲 속에서 곰을 만났을 땐 뛰는 것보다 죽은 척하는 것이 낫다.)


영화 <스윙걸즈> 중


우리는 감정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를 경험이라 부른다. 호랑이가 무섭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호랑이를 보고 도망가지 않을 것이다. 상한 맛이 무엇이고 상한 음식이 몸에 들어왔을 때 탈이 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뱉을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이 감정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경험이 필요하다. 


젊은이들을 빠릿빠릿 하다고 표현한다. 통계적으로 젊은이들이 노인들보다 더 빨리 결정을 내리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젊은이들이 노인들보다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지는 또 다른 문제다. 


젊은이들이 노인보다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노인들보다 부족한 경험 때문이다. 경험이 제한적이므로 고려할 사항이 적어진다. 위험한 일을 하다가 죽을 뻔한 일도 없고, 남들로 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도 적다. 두려운 감정을 만들어 낼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경험이 없으므로 더 빨리 결정을 내린다. 

이들과 달리 인생의 수많은 경험을 거친 노인들은 생각할 것이 많아진다. 이들은 지킬 것도 많고 두려움도 많이 겪었다.   


만일 감정이 개입하지 않는다면 더 빠른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영화 <인턴> 중


감정은 자주 틀린다. 토마토가 독이 있는 식물이라는 잘못된 데이터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토마토를 보고 혐오감을 느낄 것이다. 사기꾼들에게 주로 호감을 느끼는 이유도 감정의 오판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사기를 당하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지날 수록 감정은 점점 더 많은 오판을 한다. 세상의 그 어떤 포식자도 사람의 생명을 자동차보다 많이 빼앗지 않았건만 아직도 우리는 수족관의 상어가 우리집 주차장에 서 있는 자가용보다 무섭다. 전쟁과 전염병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은 자동차를 보고는 아무런 두려움을 느끼지 못한다. 


감정보다는 이성에 의존할 일이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감정은 여전히 우리에게 남아있고, 이러한 오래된 습관 때문에 우리는 자주 오판을 한다.


인간들은 아직도 포식자를 두려워 한다. 영화 <언더 워터> 중

 

감정은 여전히 중요하다. 감정이 없다면 우리는 마트에서 올리브유를 사야할 지 식용유를 사야할지 선택할 수 없을 것이고 어느 회사의 식용유를 사야할지도 결정할 수 없을 것이다. 자유 시간에 책을 봐야 할지 영화를 봐야 할지 선택할 수 없을 것이며, 4대강 사업에 우리의 세금이 쓰여졌단 사실에 분노하지도 않을 것이다. 다행인 점은 우리에게서 감정이 사라지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감정보다 데이터에 더 의존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나는 이것이 싫지만 데이터에 의하면 이것을 선택해야 한다.”라는 일들은 점점 더 많아지고, 그런 판단을 도와줄 전문가의 중요성은 점점 더 높아질 것이다. 


의사결정은 '감'이 아닌 '데이터'에 의해서 이루어져야한다. '감'이란 '감정'의 줄임말에 불과하다. 영화 <머니볼> 중


전문가란 자신의 전문성에 근거하여 의사결정을 대신 내려주는 사람이다. 그러한 전문가의 가치는 의사결정의 결과로 증명된다. 시간이 지난 후 자신의 주장이 옳았음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그 전문가는 가치를 상실한다. 자주 틀리는 전문가는 시장에서 소외된다. 


스타 배우들의 스타일리스트, 혹은 코디네이터는 의상 전문가이다. 그들은 스타들이 입어야 할 옷을 결정한다. 코디의 선택은 스타 개인의 취향을 반영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들은 자신이 고용한 코디들의 전문성을 신뢰하고 그들이 골라준 대로 옷을 입는다. 코디가 입으라는 옷이 자신에게 더 맞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고, 코디는 이에 대해 결과로 보답해야 한다. 


“XXX 배우 옷 잘 못 입는다.”란 소문이 나는 순간 그 코디는 해고될 것이다. 코디의 전문성이란 그 스타의 팬들이 어떤 옷을 입어야 좋아하는지를 알아내는 능력이다. 스타일은 스타의 개성에 따라 다르므로 BTS와 유재석이 똑 같은 스타일로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코디의 전문성은 미적인 감각이라 불리워지지만 유명 코디네이터의 미적 감각의 정체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옷을 입혀본 경험에서 비롯된다.  


영화 <미스 에이전트> 중


세상에서 가장 유능한 전문가도 실수할 것이다. 전문가도 사람이므로 실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럴 때를 대비하여 필요한 것이 데이터이다. 자신의 판단에 근거로 삼을 수 있는 데이터가 없이, ‘감’과 제한된 경험으로만 판단하는 전문가들은 결국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다. 한낮 데이터가 자신들의 경험을 능가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은 새로운 데이터를 모으기 싫은 전문가의 변명에 불과하다. 


앞으로 빅 데이터를 이길 수 있는 전문가란 존재할 수 없다. 모든 결정은 데이터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20년 경력이 20분만의 웹서핑 결과보다 못한 일이 수시로 발생할 것이다. 데이터의 결과가 데이터는 전문가의 믿음과 일치하지 않는 일도 수없이 발생할 것이다. 그러므로 전문가는 늘 데이터와 친해야 한다. 자신의 감을 주장하는 사람이 시대를 앞서간 예술가가 될 수있을지언정 고액 연봉의 전문가가 될 수는 없다. ‘전문가’라고 불리고 싶다면, 그리고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고 싶다면 데이터와 친해져라.

원일 소속 직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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