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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일 Jan 07. 2020

엽문 4

IP MAN 4 : The Final

영화 <천문>에서 세종대왕을 연기한 한석규 배우는 이미 2011년 년 전 <뿌리깊은 나무>란 드라마에서 세종대왕을 연기한 바 있다. <뿌리깊은 나무>는 매우 인기있던 사극이었으므로 <천문> 관객들 중에는 <뿌리깊은 나무>를 기대한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천문>을 <뿌리깊은 나무 2>라고 제목 짓는다면 사기 행위이다. <나랏말싸미>에서 송강호 배우 역시 세종대왕을 연기했지만 <천문>을 <나랏말싸미 2>라고 제목 지어서도 안될 것이다. 이들 영화에는 단지 역사적 인물이었던 세종대왕이 등장할 뿐 이들 영화는 같은 영화가 아니다. 이 정도의 상식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영화 <천문>(좌),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우). 같은 배우가 같은 인물을 연기했지만 다른 컨텐츠이다.


견자단의 <엽문 3 : 최후의 대결>(2015)이 개봉하기도 전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엽문 3>과 <엽문 4>가 개봉되었다. 우리나라에 <엽문 3>, <엽문 4>라는 제목으로 둔갑하여 개봉된 영화들은 실존 인물이었던 ‘엽문’이 주인공인 영화이만 견자단이 주인공인 <엽문> 시리즈가 아니다. 오리지널 포스터에는 숫자가 전혀 적혀져 있지 않다. 우리나라 포탈에 소개되어 있는 <엽문 3>과 <엽문 4 : 종극일전>은 엽문 시리즈가 아니다. 


<엽문 4>로 소개된 영화 <IP MAN The Final Fight>. 오리지널 포스터에는 숫자가 적혀져 있지 않다. 2013년 개봉 당시 이 영화의 관객수는 2,888명이다 


<엽문>을 볼 때 관객들은 엽문이라는 인물을 보고싶은 것이 아니다. 견자단의 액션이 보고 싶은 것이다. 표정 변화없이 팔 다리가 마치 개별적인 생명체처럼 따로 움직이며 몸싸움을 하다가 결국은 나쁜 놈들 – 특히 일본인들 – 의 얼굴에 기관총을 쏘듯 주먹을 퍼붓는 견자단 특유의 액션이 보고 싶은 것이다.  



견자단 주연의 진짜  <엽문 4>가 미국에서 개봉되었다. 관객들이 기대하는 견자단이 출연하고 극중 이소룡의 비중이 더 커졌다. 영화의 배경은 이소룡이 아직은 배우로 대뷔하기 전인 1960년대의 샌프란시스코이다. 견자단을 보는 것 만큼이나 1960년대 샌프란시스코를 재현한 모습이나 이소룡과 꼭 닮은 대니 찬의 연기도 볼만하다. 아버지들의 마음을 울컥하게 만드는 드라마도 들어있다.


<엽문 4>에서 이소룡 역의 대니 찬


엽문과 대결을 해야만 하는 나쁜 일본인의 자리에는 인종차별을 하는 나쁜 미국인들이 차지한다. 이 나쁜 미국인들은 가라데를 함으로써 일본인들과의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즉, 엽문과 대결을 벌이는 나쁜 미국인들은 일본인들과의 대결이기도 하다. 



1960년대 당시의 미국인들의 중국인들에 대한 인종차별을 돌려서 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도 용감하다. 무엇보다 기관총과 같은 견자단의 주먹은 여전히 속시원하다. 

로튼토마토 역시 이 영화에 대단히 호의적이다. <IP MAN 4 : The Final>의 현재 스코어는 91%.  1편보다 재미있다면 과장이겠지만 충분히 만족스럽다. 기존 견자단의 <엽문> 팬들이었다면 실망하지 않을 영화이다.  



<엽문 4>는 영화 역사의 길이 남을 명작이라서가 아니라 재미있는 이야기와 견자단의 액션이 있는 무협 장르의 영화로서 몇 번씩 더 보고 싶은 영화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 영화를 미국에서 관람했다는 것이 나에게는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될 것 같다. 어찌되었건 영화는 중국과 미국의 대결이다. 등장하는 미국인들은 거의 모두 가해자이자 악이고 중국인들은 피해자이고 선이다. 이를 미국 관객들은 이 설정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궁금하시면 댓글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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