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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일 Sep 26. 2021

양자경 예찬

1980년대 말, 성룡의 코믹 무술 영화와 주윤발의 느와르가 홍콩 영화계를 양분했을 무렵,  총을 쏘며 무술을 하는 여배우가 등장했으니, 바로 양자경이었다. 


예스마담 포스터 (1986)


그녀의 무술 실력은 무협 영화 전성 시대의 여배우들만큼이나 뛰어났다. 얼굴 예쁜 배우가 영화를 위해 잠깐 배운 무용 안무 수준이 아니었다. 특히 발차기의 타격감이 어머어마했고, 다리를 머리뒤로 넘겨 상대방의 얼굴을 가격하던 기술은 남자 스타들은 흉내조차 낼 수 없던 전매특허같은 그녀만의 장기였다. 1980년대의 홍콩 영화는 무협보다 현대물이 인기있던 시대로 영화의 흥행을 위해선 여배우들과 남자 스타들의 로맨스가 성사되었어야 했지만, 양자경만은 자신만의 액션으로 영화를 흥행시킬  수 있던 여배우였다. 양자경 주연의 영화 중 그녀의 로맨스가 기억나는 영화는 <007 : 네버 다이>가 유일하다.


007 내버다이(1996) 본드걸이었기에 어쩔 수 없었던 제임스 본드와의 로맨스


한 때 성룡과 그의 일당들에 의해 점령되었던 ‘무협’이란 장르가 이연걸의 등장과 함께 부활되었고 액션에 특화되었던 양자경의 전성시대가 시작되었다. 호혜중, 관지림, 종초홍, 글로리아 입 등 한 때는 그녀보다 인기었던 80년대 홍콩 여배우들은 90년대에 모두 사라졌고 양자경보다 유일하게 뛰어났던 임청하조차 <중경삼림>을 끝으로 퇴장했지만 양자경은 영화계에 남았고 헐리웃 진출까지 성공하게 된다.


1980년대에 가장 인기있던 홍콩 여배우는 왕조현 이었다. 그러나 그 때만큼이나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배우는 양자경이 유일하다.


어렸을 때 부터 무술을 연마한 것이 아닐까라고 착각이 들 정도로 무술 실력이 뛰어난 양자경은 놀랍게도 미스 말레이시아 출신이다. 말레이시아에서 공교육으로 영어를 배운 덕택에 다른 홍콩 배우들보다 더 나은 억양의 영어를 구사할 수 있었고, 그녀의 영어 실력은 헐리웃 진출의 발판이 된다. 그 후 지금까지도 홍콩과 헐리웃을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누군가의 VCR에서 캡처된 사진으로 추정되는 사진


다작배우이기한 그녀의 대표작을 딱 한 편 꼽으라면 ‘와호장룡’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영화 속 양자경과 장쯔이의 대결은 아직도 무협영화 역사상 가장 멋진 대결로 꼽히고 있고, 나 역시 이 대결 장면을 능가하는 대결은 아직도 본 기억이 없다. 대결에서 승리한, 양자경보다 무려 20살이나 어린 장쯔이는 차세대 양자경으로 잠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언어의 벽을 극복하지 못하고 헐리웃 진출에는 실패한다.


와호장룡의 대성공으로 Time지 표지 모델이 된 주윤발과 양자경 (2000)


20년 전 와호장룡의 메가톤급 성공 이후로도 왕성한 활동을 거듭하던 그녀는 최근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과 ‘라스트 크리스마스’는 영화에 조연으로 출연하다. 이 두 영화가 특이했던 점은 양자경이 전혀 액션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양자경이 액션을 하지 않다니...이 두 영화를 보는 나의 심정은 가려운 곳을 긁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양자경도 나이를 먹으니 더 이상의 액션은 어려워 진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라스트 크리스마스(2019)


2021년 양자경이 출연한 영화가 무려 3편이나 극장에서 개봉했다. 그리고 3편 모두 그녀는 꽤 강도 높은 액션을 선 보인다. ‘리스타트’에선 주인공의 검도 스승으로, ‘건파우더 밀크쉐이크’에선 도서관에 잠입해있는 살인병기로, 그리고 또 한 편은 마블의  ‘샹치 : 텐링즈의 전설’이다. 아직 그녀가 맡을 수 없는 역할도 없고 하지 못하는 액션도 없다. 이제는 정극의 코믹 연기까지 가능한 그야말로 완전체 배우가 되었다.


리스타트
건파우더 밀크쉐이크

생각해보면 아직 1962년생인 양자경을 능가할 수 있는 액션 스타는 아직 없는 것 같다. 고등학교 때부터 즐겨봤던 그녀의 액션을 앞으로도 계속 볼 수 있기에 즐겁다. 


그리고 양자경과 양조위가 마블 영화에 출연하다니..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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