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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만나러 갑니다 그리고 7년의 밤

성공한 컨텐츠의 선순환을 기대하며

by 원일

아직 4월이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을 정도로 올해에는 많은 일본 출판물 원작의 영화들이 국내에 개봉하였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작>은 일본 추리소설의 대가 히가시노 게이고 원작 소설의 영화이고, 상영중인 <내 이야기>나 <한낮의 유성>은 모두 성공한 일본 순정만화 원작의 영화들이다.


movie_image.jpg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여배우 나가노 메이가 <내 이야기>, <한낮의 유성>에 모두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지난 2월에 개봉 했었던 강동원 주연의 <골든 슬럼버>는 이사카 고타로 작가의 일본 소설인 <골든 슬럼버>가 원작이다. 같은 원작으로 일본에서는 이미 2010년에 <골든 슬럼버>가 한차례 영화로 만들어졌고 우리나라에 개봉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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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슬럼버>란 비틀즈의 마지막 앨범에 실린 노래의 제목이다. 이 영화의 주요 줄거리는 유명 정치인 암살범이란 누명을 쓴 주인공의 도주이므로 이화의 제목과 비틀즈의 노래 사이의 큰 상관 관계는 보이지 않는다. 굳이 <골든 슬럼버>란 제목을 사용한 이유는 제목 자체가 주는 ‘쿨’한 느낌과 함께 수백만의 원작 소설 독자들을 이 영화의 관객으로 만들고 싶은 제작사의 바램 때문일 것이다.


DXLKI7DX0AMaUax.jpg 한국판 <골든 슬럼버>에서 영화 제목의 의미는 주인공이 과거에 활동하던 아마츄어 밴드 이름이다.


<리틀 포레스트>는 동명의 일본 만화 원작 영화이다. 이미 이 만화 원작의 일본 영화 <리틀 포레스트:여름과 가을>(2014), <리틀 포레스트:겨울과 봄>(2015), 두 편이 개봉되었고, 우리 나라 영화 <리플 포레스트>가 개봉에 맞춰 일본 오리지널 <리틀 포레스트> 시리즈의 한 편 편집본인 <리틀 포레스트:사계절>이 개봉되었다. 일본의 만화 원작의 일본 영화와 한국 영화가 한국 극장가에 동시에 상영된 것이다. 도시에서의 삶이 지친 주인공이 잠시 고향에 내려와 농사를 짓고 음식을 해 먹는다는 큰 줄거리는 같지만 두 영화에서 보여주는 전혀 다른 음식들을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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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일본 컨텐츠를 발굴하여 한국 영화로 만드는 노력은 끊이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2년 개봉한 변영주 감독의 <화차>를 제외하면 일본 출판물 원작의 한국 영화가 크게 성공한 사례는 기억나지 않는다. 일본 원작자의 작품을 한국 사람들의 이야기로 옮겨놓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최근 대단히 매력적인 한국 영화가 한 편 개봉했으니, 바로 <지금 만나러 갑니다>이다. 이미 소설을 읽었거나 일본판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관람한 관객이라도 이 영화는 매우 재밌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들의 설정도 매우 설득력있고, 주인공들의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는 너무 재밌다. 게다가 소지섭 손예진이라는 남녀 주인공들은 그냥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영화를 매력적으로 만든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우리나라 영화사에 남을 걸작은 아니다. 하지만 어벤저스가 점렴한 극장가에서 찾아볼 수 있는 한 편의 휴식과도 같은 영화이다. 한국판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성공은 14년전 개봉한 일본판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국내 재개봉하게 만들좋은 컨텐츠 선순환의 올바른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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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나 만화책으로 이미 접했던 이야기를 굳이 또 영화로 한 번 더 보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우리는 새로운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이 아니라 단지 새로운 캐랙터가 보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같은 동화책을 엄마가 읽어줄 때와 아빠가 읽어줄 때 다르듯,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조금 다르게 보고 싶은 것이 아닐까?


movie_image (4).jpg 같은 이야기이지만 소지섭이 나오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나카무라 시도의 오리지널 <지금 만나러 갑니다>와는 너무도 달라보인다.


성공한 소설이 자주 영화로 만들어지는 일본과 비교한다면 우리나라 소설들이 영화화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런데 최근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한국 영화가 한 편 개봉하여 눈길을 끈다. <7년의 밤>이라는 영화는 정유정 작가의 동명의 원작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이고, 소설만큼이나 긴장감있고 관객으로 하여금 사건에 몰입하게 만드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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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은 지독하게 나쁜 악당이 피해자가 되어 가해자를 추적하고, 너무도 선량한 우리 주변의 아버지가 가해자가 되어 범죄를 은폐하려는 구도가 매우 스릴있는 영화다. 영화를 관람하는 동안 긴장감을 내려 놓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영화의 완성도에 비해서 관객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여 아쉽다. 혹시 <어벤져스>나 거대 괴물이 나오는 영화가 너무 싫은 관객이라면 이 영화를 찾아서 관람해 주기를 권유하는 바이다. 우리나라의 컨텐츠도 일본에 선순환 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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