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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널리 Apr 21. 2023

조카와의 에피소드 2

버려진 딸기에몽에 대한 조카의 생각

어느 날, 태권도를 마치고 돌아오는 가온이를 픽업하기 위해 서있다가 멀리서 다가오는 태권도 차량을 보고는 그쪽으로 걸어갔다. 차에서 내리는 기사님께 인사를 드리고 가온이가 내려 기사님께 인사를 드린다.


“태권, 큰 꿈을 가지겠습니다!”

그리고 내게는 “잘 다녀왔습니다!”


태권도 차량에서 집까지는 아주 짧은 거리이지만 아직 미취학아동이기에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게 하지 않는다. 하반기가 되면 또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엘리베이터로 가는 길, 태권도는 어땠는지 뭘 배웠는지, 누굴 만나 놀았는지 등을 묻는다. 짧게 대답하고 아파트 건물로 들어서는 길, 가온이가 “어, 이모! 누가 쓰레기를 버려놨어요!”


엘리베이터 앞에는 누군가 다 마시고 남겨둔 딸기에몽 각이 버려져있다. 소임을 다한 딸기에몽은 옆으로 누워있었고 우린 그걸 집어다 집에 와서 버렸다. “누가 이렇게 비양심적인 일을 했을까? 이러면 안 되겠지, 가온아?” “그러게요. 그럼 안 되죠!”


그리곤 자기도 딸기에몽을 마시고 싶다 특별 주문을 한다. “이모가 내일 딸기에몽 사다 줄게, 규빈이는?” “이모, 나는 초코에몽이 좋아요!” 둘은 취향도 성격도 참 다르다. 반대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취향이 확실하다. 그게 또 신기한 나는 생각해 보니 언니와 나도 그렇다. ENTJ-A(가끔 I가 되기도 한다만... E 중에 가장 내향적이라는... 뭐, 나는 양향적 인간이긴 하다만 ㅎㅎㅎㅎㅎ)인 나와 ESFP-T인 언니가 다른 것처럼.


어쨌든 그러고 하루가 지났다. 아침에 밥을 먹다가 딸기에몽 얘기가 다시 나왔다. 그러자 설거지를 하고 있던 엄마가 “어떤 어린이가 그렇게 쓰레기를 버렸을꼬?”라고 얘기하자 가온이가 말하길 “할머니, 딸기에몽 버린 게 어린이가 아닐 수도 있~죠!”


순간 “우와!”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이야, 가온이가 진짜 대단하네요, 엄마, 그죠? 그러게... 딸기에몽을 꼭 어린이가 먹었단 증거도 없고 그걸 버린 게 어린이라는 단서도 없는데 우리는 당연히 어린이라고 생각했네요! 아주 작은 확률로 어른일 수도 있는데 말이에요!!!”


그렇다, 아무런 의심 없이 어린이라고 가정한 사실과 그걸 입으로 내어 말한 것이 어린이의 눈에는 그리 보이지 않았던 것! 당연하게도 그런 가정이 어른인 엄마와 나의 머릿속에 존재했던 것. 선입견과 편견이 일곱 살인 가온이에겐 존재하지 않았던 것. 이렇게 또 조카에게서 하나를 더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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