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스페인에 당도하다.

by 널리

#21


정신없이 알베르게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짜고짜(?) Lina를 찾았다. 그랬더니 여기 Lina는 없다고 했다. 응???? 여권을 꺼내 보일까 하다가 여자분이 여기가 맞냐며 재차 확인을 한다. 그래서 잠시만을 외치고 구글에서 알베르게를 찾아 보여준다. 여기가 아니란다, 여긴 공립 알베르게라며. 내가 찾는 곳은 반대쪽으로 나가서 조금만 가면 있단다. 머쓱한 마음에 그라씨아 쓸 만 연발하고 서둘러 나왔다. 'Albergue'라고 적혀있는 표지판만 보고 들어갔던 탓이다. 에너지는 하나도 없고 정신도 하나도 없다. 구글맵에 치니 다행히도 내가 찾는 곳은 아주 가깝다. 터덜터덜 다시 걸었다, 그리고 몇 분 뒤 내가 찾는 곳을 찾았다. 벨을 눌렀다. 리셉셔니스트가 나와서 예약을 했는지 묻고 나는 했다며, Lina란 사람을 통해서 했다고 했다. 자기는 Lina가 누군지 모르겠단다. 그래서 Lina는 Jose의 와이프이고 나는 Bom Caminha라는 호스텔 직원을 통해 그가 Lina와 통화를 했다고 얘기해 줬다. 그러자 그녀는 여긴 Lina란 사람이 없고 다시 자초지종을 말해보란다. 그래서 한숨을 돌리고 침착하게 다시 얘기했다. '두 시간쯤 전에 Caminha에 도착해서 Bom Caminha에서 머물려고 했지만 베드가 없었다. 그래서 그쪽 직원분에게 부탁을 해서 이곳의 Lina라는 분에게 전화를 했다. 더욱이 그분의 남편을 통해 보트 택시를 타고 이곳까지 왔다'라는 장황한 얘기. 내 얘기를 듣고 그녀는 다시 한번 여기 Lina라는 사람은 없고 fully booked 되었다고 얘길 한다. 하지만 아직 예약한 손님 중 한 명이 오지 않았으니 만약 그 사람이 오지 않으면 내가 머물 수 있단 얘기를 덧붙인다.

그녀가 의아한 것처럼 나도 의아해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Bom Caminha 알베르게에 전화해서 한번 물어봐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같은 업종이니까). 그녀는 선뜻 그러고마 했고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내용인즉슨 Lina라는 사람이 Jose의 와이프가 맞고 나는 그를 통해 스페인 땅에 발을 디딘 게 맞다. 그렇지만 너희 알베르게에 예약 전화를 한 건 아니다'라는 내용. 다시 되짚어보니, 내가 그에게 요청한 건 이 알베르게에 가고 싶으니 어떻게 가는지 알려달라고 요청했던 거였고 그는 내가 이 알베르게에 예약이 되어 있다고 짐작한 것(응? 너희 알베르게에 침대 없어서 이리로 가고 싶다고 한 걸 들었잖아?), 나는 알베르게에 가고 싶단 이유가 '여기에 방이 없으니 이 쪽으로 가겠다'는 의미를 내포했던 거였다. 결국 내가 잘못 알아들었던 건데, 이 상황이 웃기기도 하고 이제 어떡하나 싶은 마음에 웃음만 나왔다.


이 상황이 웃기는지 앞에 있던 리셉셔니스트도 웃는다. 그리곤 예약했던 손님에게 확인 전화를 걸고 그녀가 오늘 여기 못 올 거란 얘길 해주며 'You are so lucky!'라며 침대 하나가 비었음을 알려준다. 아... 죽으란 법은 없구나 싶으면서 그제야 숙소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아기자기 이쁜 숙소다, 규모는 작지만 있을 건 다 있고 무엇보다 깨끗하다. 동양인이 지나가길래 한국인인지 일본인인지 대만인인지 헷갈려하던 찰나 '한국분이세요?' 했더니 일본인이란다. 간단히 인사를 하고 올라가서 짐을 풀고 샤워를 하고 2층 침대에 침낭을 깔았다.

오늘의 긴 여정이 드디어 끝이 났다. 발이 많이 아프지만 뭐라도 먹어야겠기에(그리고 차를 타고 오면서 본 풍경은 포르투갈의 그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라) 슬리퍼를 질질 끌며 밖으로 나왔다. 샤워를 하기 전 친절한 리셉셔니스트를 통해 맛집 세 군데를 알아놨다. 작은 마을이라 비슷한 거리에 위치해 있어 일단 나가보기로 했다. 그리고 타파(snack) s는 메뉴에 따라 반만 주문해도 된다는 팁을 얻었다. 나가는 길에 'Is here safe(여기 안전해요)?'라고 물었더니 'for what?'이라길래, 'for everything!'이라고 하자, 이곳의 여덟 시는 다른 곳의 여섯 시와 같다며 걱정 말란다.


밖에 나왔더니 바닷가 마을 특유의 느낌을 풍긴다. 게다가 언덕 위의 집들은 형형색색으로 그 귀여움을 배가하고 있었다. 절뚝거리며 식당 근처에 갔더니 손님이 꽤 많다. 안에도 빈자리가 없다. 덴마크에서는 식당에 들어가기 전 웨이트리스/웨이터가 안내를 해줄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는 경우가 많아서, 빈 좌석이 없는 것 같아 밖에 서있었다.


그런데 한참 동안을 아무런 응대가 없다. 분명 나를 봤는데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는다. 그 사이 몇 명의 손님이 안으로 들어갔고 그들은 안에 그들의 일행들이 있었다. 안 되겠다 싶어 손님들이 한 팀 빠지길래 들어가서 한 명이라고 얘기했더니, '뭐 먹으러 온 거냐?(뉘앙스)'로 묻길래 그렇다고 답했다(도대체 레스토랑에 뭐 먹으러 온 게 아니면 도대체 왜 왔단 거냐 싶은 마음에 조금 울컥했지만 내 나라가 아니고 말도 통하지 않으니 참아본다). 영어 울렁증이 있으신 걸로... 아니면 외국인 울렁증이나... 그도 그럴 게 아시아인은 극히 드물다. 가져다준 메뉴판을 정독을 했다, 하지만 난 이미 뭘 먹을지 생각하고 왔기에 계획대로 Pulpo A Feira(문어) 반과 Zamburiñas A la Plancha Y Albariño(구운 가리비) 반을 시켰다. 문어는 반으로 시킬 수 있지만 가리비는 반으로 팔지 않는다 그래서 추천받은 식초에 간한 홍합(Mejillones A La Vinagreta)을 반 시켰다. 빵은 그냥 나오고 나온 걸 먹으면 어느 정도의 금액을 내야 한다(레스토랑을 세 군데 방문한 결과, 대략 0.6-0.8 € 선이다). 그리고 Galicia(지역 이름)에 왔으면 갈리시아 cerveza(맥주)를 맛보는 게 예의(?)라 생각해 한 병을 주문했다.


홍합은 적당히 식초의 적당히 신맛과 채소들의 달콤한 맛이 잘 어우러져 맥주와 함께 술술 넘어갔다. 남은 채소와 소스에 빵을 찍어먹으니 이것도 맛있다:)


기대했던 문어! 문어가 이리도 부드러운 음식인가요? 그 부드럽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에 반해 맛은 평범한 편. 어쨌거나 어떻게 이렇게까지 부드럽게 만들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두 개를 먹었더니(빵과 함께) 그 양이 꽤 된다. 그래서 문어의 1/3은 남겼다... 스페인에서의 첫 만찬, 성공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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