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천천히 가겠습니다.
#26
이틀간 조금 규모가 있는 Vigo에 머물려던 계획은 변경되어서(큰 도시는 되려 볼 게 없다는 에릭(스페인)의 말에 혹해서) Sabaris에서 버스를 타고 Vigo를 가서 Vigo에서 Redoldela-Picota까지 기차를 타고 알베르게가 있는 Cesantes로 가기로 했다. 8:08에 Vigo로 가는 버스가 있다길래 구글맵이 알려주는 곳에 10분 정도 전에 가서 서있었는데 아무리 봐도 바스 정류장 같지 않지만 이른 아침이라 딱히 물어볼 사람도 없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순례자들인지라 물어도 알 것 같지도 않고.
이런 분위기 속에 일단은 별다른 대안이 없어 그냥 시간이 될 때까지 기다리기로. 그리곤 도착 예정시각이 10분 넘었을 때 저 앞에 보이던 카페에 가서 물어보기로 했다. 물어보고 놓친 거면 화장실도 가고 아침도 먹으면서 기다릴 요량으로. 물어봤더니(영어는 안 되고) 뭔가 여기 좁은 골목이 아닌 한 블록 더 가서 큰 길가에 차가 온단다. 그래서 일단은 주문하기 전에 가서 버스 정류장이 있는지 확인을 했다. 응... 있구나... 구글맵이 잘못 알려준 거구나... 다시 돌아와서 cafe bombon(연유와 에스프레소 샷)과 슈가 파우더가 뿌려져 있는 크로와상 하나를 주문했다.
말해 뭐 해, 맛있지, 뭐! 그런데 연유와 에스프레소 조합에 아무 생각 없이 같이 나온 설탕을 뿌려서(그도 그럴 게 층이 따로 져있는 게 아니라 그냥 에그프레소인 줄 착각함) 궁극의 단 맛을 경험했다. 예기치 않은 극강의 당 충전에 정신이 번쩍!!!
다음 버스는 10:10에 도착한다고 하니 내겐 꽤나 여유로운 시간이 생겼다. 미뤄뒀던 기록을 하면서 딩가딩가 기다리기:)
10시가 다 되어가자 사부작사부작 움직여 버스 정류장으로:) 큰 길가에 있는 버스 정류장 의자에 앉아 멍하니 차들이 지나가는 걸 바라보며 기다리고 있는데 왁자지껄(?)한 노부부 두 쌍이 버스 정류장으로 다가온다. 뭔가 딱 봐도 스칸디나이바 사람들 같길래, 'Buen Camino'를 외쳤더니 어디 사람이라고 물어서 한국 사람이라고 답하고 덴마크에 산다 그랬더니 자기들은 스웨덴 사람들이란다. Dansk 하냐고 묻길래 'Jeg taler lidt dansk(덴마크어 조금 할 수 있습니다)' 했더니 씩 웃으신다. 그리곤 바로 영어로 대화... 본인들도 버스를 타고 Vigo를 간단다. 한 부부는 Goteborg에, 또 한 부부는 남쪽에 산다며 이렇게 만나게 돼서 반갑다고. 한참을 얘기하다 다행스럽게도 버스가 제시간에 도착해 탈 수 있었다. 버스 승객들이 다들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기에 누가 뭐라 하진 않았지만 주섬주섬 마스크를 꺼내 썼다. 그리곤 나도 모르게 꿈나라로.
사람들 내리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서는 백팩을 챙겨 기사님에게 Vigo가 맞냐 묻고 부랴부랴 내렸다. 기차역까지는 대략 2 km를 더 걸어야 된단다. 20 km 이상씩 걸었는데 1 km야 이젠 우습다. 힘차게 기차역으로 향했다.
동영상을 찍으며 기차역에 단숨에 도착했다. 기차역은 다른 도시로 이동하려는 사람들로 북적북적. 구글맵을 보니 내가 가려는 Cesantes를 가기 위해서는 Redondel-Picota라는 역에서 내려야 한다. 기차표는 2.35 €로 대략 15분 정도 타면 되는 거리다. 걸으면 몇 시간을 걸어야 하는 거리인데... 시간이 좀 남았기에 화장실을 갔다 밖으로 나가서 의자에 앉아있는데 뭔가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아까 아침에 같은 버스를 타고 온 스웨덴 노부부들. 여기서 또 만나냐며 반갑게 인사를 한다. 옆에 앉아서 이런저런 얘길 하며 사진도 찍고 에어드롭으로 교환도 했다.
두 부부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서 재밌는 조합이다 싶은. 그도 그럴 게 이 부부는 얼굴에서부터 장난기가 흘러넘치고 다른 부부는 뭔가 진중함이 느껴지는 인상인지라. 진중함의 부부 중 아내분이 건네준 사과를 덥석 깨물어 먹었다. 어라, 맛있네?!! 나눠준 거라 더 그런가 싶어 게눈 감추듯 먹어치웠다.
그리곤 기차를 타고 목적지로:)
역에 내리니 노부부들도 같은 역에 내려 잠시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나는 예약한 숙소를 구글맵으로 검색하고 1.3 km 정도 떨어진 곳을 향해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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