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길을 마치다.
#43
비가 계속 내리고 발은 아프고 택배가 잘 도착했나 알 길은 없고... 성당을 둘러보는 게 수순이지만 과감히 포기했다(5년 내 한번 더 오겠다란 의지 표명이기도). 그리곤 숙소에 전화를 걸어 택배 도착 유무와 어디서 택시를 탈 수 있는지를 물었다. 내가 지금 있는 곳은 택시가 들어갈 수 없는 지역이라 조금 걸어 나와서 택시를 타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전화번호를 줄 테니 택시 회사에 전화해서 택시를 불러 타고 올 수 있다며. 전달받은 번호로 전화를 계속해보지만 받질 않는다. 가까운 곳에 또 다른 택시 회사나 탈 수 있는 곳이 있지 않을까 하며 구글맵을 뒤져본다. 한 곳이 나온다. 구시가지를 돌아 돌아가보니 아무런 표시가 없다. 그곳이라고 되어있는 곳의 카페에 들어가 이곳을 찾고 있다 물으니 스페인어로 뭐라 하시기에 잘 모르겠단 표정을 얼굴에 띄웠다. 답답하셨는지 문 밖으로 직접 나와 손가락을 저 건물 뒤편을 가리키며 가보라고 한다. 가봤더니 아무것도 없다. 다시 앞의 카페에 가서 물어보니 거기 서있으면 된단다. 울며 겨자 먹기로 일단 조금 기다려보기로 했다. 택시가 도착하고 무리 지어 서있던 사람들이 택시에 탄다. 따로 예약을 한 것 같진 않는데... 사람들이 떠나고 조금 기다리니 택시 한 대가 도착했다. 내가 타도 되냐 묻자 그렇다고 하고 내려서 짐을 싣는다. 구글맵에 taxi ooo이라 쓰인 이유가 이거였구나. 아무런 표지판이 없지만 택시를 잡아탈 수 있는 장소인가 보다.
마스크를 써달란 소리에 가방에서 주섬주섬 마스크를 꺼내 쓴다. 그리고 16 km 정도를 달려서 숙소에 도착했다. 마을 안에 있는 숙소로 내가 걸어왔던 길이었던 것 같다. 숙소가 여기 있는 줄 알았다면 짐을 맡겨두고 산티아고를 갈 걸 그랬구나 하는 잠깐의 후회가 있었다. 사람들의 질문에 바쁘게 대응하고 있는 리셉셔니스트가 반갑게 맞아준다. 이름을 말하니 드디어 왔냐며 택배를 전달해 준다. 받은 지는 꽤 됐는데 자기가 아닌 주인이 받아놓곤 얘기를 안 해줘서 이메일에 답을 못했다면서 아주 안전하게 도착했다고 했다:) 그리곤 으레 하는 것처럼 샤워실, 방, 세탁실 등을 안내해 줬다. 역대급 시설이다. 1층에 침대를 배정받고 서둘러 샤워를 했다. 빨래를 하고 싶었지만 현금이 똑 떨어져 할 수가 없었다. 시내와 거리가 좀 있는 이 알베르게에선 식재료도 팔고 있었는데 모조리 현금 박치기를 해야 하는... 아주 다행히 사놓았던 라면이 있어 굳이 굳이 식재료를 살 이유는 없었다. 마지막 날 이런 고급진 숙소라니, 러키 펄슨(lucky person)의 행운과 나 자신의 안목이라니:)
고급진 키친웨어를 사용해 끓인 라면을 고급진 그릇과 커틀러리 동원해 먹자니 하하하, 이 또한 너무 감동스러운 날이다.
새벽에는 어제 같이 같이 공항으로 택시를 타고 오자고 약속했던 2층 사람과 왔다. 내겐 조금 이른 일정이지만 택시를 반값으로 절약할 수 있고 새벽에 무섭지도 않고:) 게다가 간단히 아침 식사도 같이 했다. 나는 현금이 없고 택시비는 내가 카드로 내버리고 그녀는 내게 줄 현금이 없었다. 수하물을 보내야 해서 내 수속시간이 길었는데도 불구, 먼저 들어간 그녀가 쭉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행기 시간이 촉박한 줄 알았던 나는 그리 크지 않은 돈에도 나를 쭉 기다려줘서 굉장히 고마웠다.
간단히 식사를 하고 잘 가란 인사와 그녀를 보내고 게이트로 와 멍하니 있었다.
그리곤 탑승하기 전까지 하염없이 기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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