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순례길에서의 '맛'.

by 널리

#40


마지막날이라고 동영상을 엄청 찍어놨다. 동영상을 많이 찍은 만큼 사진이 별로 없다는 게 함정...


비가 추적추적 오는 하루, 우의를 입고 한발 하반 조심스레 산티아고로 향한다. 이른 아침에 나온 덕분인지 길을 걷는 순례객의 수도 적당하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조용한 주택가를 관통하는 구간이 많아 집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좀 걷다 발도 아프고 좀 쉬어갈까 해서 들렀던 카페에서 또 유디스와 친구들을 만났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cafe con leche를 한잔하고 또다시 길을 나섰다.


길 가다 무궁화가 피어있어 한컷 남겼다. 무궁화 맞나... 비슷하게 생겼는데...


스페인에 유독 잘 설치되어 있는 거리가 표시되어 있는 비석. 그 위에는 순례객들이 올려놓은 자갈들이 쌓여있다.


순례길을 약간 비켜난 도시의 맛집으로 보이는 곳에 무작정 들어와 앉았다. 밖에는 빗줄기가 강해졌다. 점심을 먹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강한 빗줄기에 조금 쉬다가기로 했다. 식사 준비로 바빠 보이는 요리사분이 13:15분은 돼야 식사가 가능할 거란다. 도착한 시간은 12:40분 정도, 기다리기로 했다. 엄마랑 통화를 하면서 식당 내부도 보여드렸다. 맛집의 향기가 나는 곳 같다면서 수다를 떨다 보니 어느새 밥 먹을 시간이 다 됐다. 메뉴를 봐도 잘 모르겠기에 치킨을 시켰더니 그릴과 엄청 큰 국그릇에서 끓고 있는 요리가 있다고 했다. 식당에 들어왔을 때 시작한 요리라 그걸로 달라고 했다. 그리고 ㅇㅇㅇ 패드론 페퍼르고 적혀있던 요리를 시켰다. 패드론 페퍼에 대한 강의도 들었겠다 먹어봐야 할 요리다. 그리곤 요리사분이 파티션 옆좌석으로 옮기지 않겠냐 그래서 봤더니, 바와 식사 공간이 분리가 되어있었다.


조금 기다리자 식탁들이 사람들로 들어찬다, 음... 동네 맛집이 맞았구나! 빵이 서빙되고 곧바로 치킨 요리가 나온다, 큰 치킨 두 조각과 감자와 파스타. 맛있다. 어제 먹었던 메뉴 델 디아에 포함된 그 파스타보다 한 수 위다. 어제 것도 몸을 따뜻하게 해 줬는데 이것도 베이스는 같은 맛인데 간과 향이 좀 더 진하다. 게다가 파스타도 알덴테보다 살짝 더 삶아져 식감이 꽤나 좋다:) 맛있게 먹고 났더니 그릇을 치워준다.


그리고 나온 ㅇㅇㅇ 패드론 페퍼... 어라? 내가 생각한 비주얼이 아닌데? 왜 등갈비가 나왔지? 주문 오류였을까???? 뭐, 어쨌든 나왔으니 먹기로 했다. 이미 치킨을 먹어 배는 어느 정도 찼지만, 등갈비라니 참을 수 없다. 서빙하시는 분이 홈메이드 소스가 약간 매운 게 있다며 가져다줄까 묻길래 당연히 갖다 달라고 부탁했다. 소스를 찍지 않은 채로 맛을 봤다. 어라... 왜 맛있냐고?!! 잡내가 전혀 없이 잘 구워진 등갈비 맛이 난다. 이건 뭐, 다른 말이 필요 없다. 같이 갖다 준 홈메이드 소스는 시원하면서 마지막엔 매콤함이 감도는 맛이었다. 아... 소스에 패드론 페퍼가 들어간다는 걸 내가 시켰던 걸까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하며 등갈비를 알차게 뜯었다. 아, 너무 만족스러운 식사다.


그리 크진 않지만 꽉 채워진 식당에 주인으로 보이는 분 한분과 서버는 바쁘게 움직인다. 빌을 달라고 했지만 한참을 지나도 주질 않길래 카운터로 가서 계산을 했다. 빌을 받았더니 또 빵값이 포함되어 있길래 빵은 먹지 않았다고 하자 다시 계산해서 준다. 계산한 가격이 맞지 않길래 수정을 하고 값을 치르고 나왔다. 아, 만족스러운 식사였어! 왜 이렇게 먹는 것마다 맛있을까... 순례길 내도록, 많이 걸어서여서였는지, 아니면 정말 음식이 맛있었던 건지 의문이 계속 들었다(바르셀로나 여행을 한 결과 기본적으로 음식이 맛있었다는 결론:).


밖에 나왔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활짝 갠 날씨가 나를 또 반겨줬다.


순례길에서의 더 생생한 이야기는 아래의 유튜브로!

https://youtube.com/@humanveings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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