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 증명서를 받다.
#42
길게 늘어선 줄이 줄어들고 완주 증명서를 받아 든 사람들의 얼굴에선 만족과 성취의 미소가 퍼진다. 발 아픈 것 말고는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 줄이 줄어들기만을 바라면서 서있다 내 차례가 됐다. 화면에 내 번호가 뜨고 내가 가야 할 카운터 번호가 떴다. 카운터로 가 여권과 크레덴시알을 건넸더니 한국인인 걸 확인하고는 다른 카운터 번호로 가라고 한다.
어, 한국분이 계시다. 한국분은 한국어로 잠시만 기다리라고 말하곤 완주증명서를 발급하고 있던 앞사람의 완주증명서 발급을 서두르신다. 신기하다, 한국인분이 여기 계신 것도 영어/스페인어 하시면서 일하시는 것도. 내 차례가 됐다. 오늘만 한국인 분들이 아주 여러분 오셨다며 반갑게 인사를 하시곤 순례길에서 한국인 분들 많이 만났었나 묻는다. 나는 그렇진 않았다고 하며 여기서 일하시는 거냐고 물었다. 아니라고, 자기는 봉사활동 중이라며 완주증명서를 발급하고 계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봉사활동 중이라고 설명해 주셨다. 그러면서 완주한 기분이 어떠냐고 묻기에 '너무 힘들다고, 그런데 너무 재밌었다'라고 말했더니, 뭐가 그렇게 재밌었냔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내 한계도 경험하고 이 래저래서 재밌었다고 했다. 신기하듯 바라보시기에 '순례길 걸어보셨어요?' 물었더니 아니란다, '꼭 한번 해보시라고 진짜 재밌다고 나는 다음에 한번 더 할지도 모르겠다'라고 얘기했다. 그리곤 맛집을 물었다. 맛집은 현지인에게 묻는 게 제 맛이라. 바르셀로나로 넘어갈 거라 얘기하니 바르셀로나에는 다 냉동된 재료를 써서 요리를 하니 여기서 마지막으로 맛있는 거 많이 먹고 가라며 한 곳을 영수증에 적어주셨다. 그분 덕에 더 기분 좋게 완주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참고! 필그림스 오피스는 다섯 시가 아닌 일곱 시까지 한다고... 괜히 서둘러 왔다.
비가 또 쏟아질 것 같아 급히 카페로 들어갔다. 그리곤 콜라를 한잔 시켜 벌컥벌컥 들이켰다. 완주의 맛이란(나중에 이걸로 좀 힘들어지긴 했지만)! 으스스한 날씨에(마지막 완주증명서 발급받고 나오는 길에 비를 조금 맞아) 평소에 시키지도 않던 차를 한잔 시켜 마셨다.
하... 대략 280 km의 길을 내가 걸었구나... 이제... 끝났나 싶은 마음과 아쉬운 마음이 조금 뒤섞여 시원섭섭하다. 내리는 빗방울은 더 굵어지기만 해서 멍하니 창밖을 보며 앉아있었다.
순례길에서의 더 생생한 이야기는 아래의 유튜브로!
https://youtube.com/@humanveings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