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킬리만자로 등반 1-3

by 널리

#이제야오른다

#Kilimanjaro3

언니에게 긴급히 입금받은 돈으로 단원 카드를 활용해서 계산을 하고 드디어 등반을 하고자 하였으나, 시간이 너무 늦어 점심 먹고 가잔다. 웃기기도 하고 어이도 없었지만, 늦어버린 시간에 땅바닥에 앉아서 런치 박스를 열었다. 이 와중에 또... 맛있다. 간단한 샌드위치, 삼부사, 망고 주스, 사과, 요구르트, 작은 케이크, 튀긴 닭 한 조각이 있다. 밥이 아니면 그리 많이 먹지 못해 가이드 아저씨에게 이것저것 건넸다. 가이드 아저씨가 웃으며 말을 걸어도 웃으며 말을 건네지 못한다. 속이 좁아 아직 이들과 여행사 아저씨들이 한 패인 것 같고 내 속이 속이 아니다.​


어쨌든 간단히 요깃거리를 했더니 기분이 좀 나아졌다. 역시 속이 좁은 만큼 단순하다.

이제 정말 등반을 한다.​


수목원에 온 것 같은 흙내음, 산내음이 가득하다. 상쾌한 공기가 온몸을 감싼다. 등산의 묘미란 이런 거란 생각에 조금 마음이 풀어진다. 같이 가기 시작한 일행은 단원 한 명과 가이드 두 명, 그리고 요리사 한 명.

가이드 아저씨의 이름은 공교롭게도 둘 다 Ponsian. 그래서 가볍게 kubua(큰), kidogo(작은)으로 나눠 부르기로 한다. 요리사의 이름은 Dismas(별명은 크리스마스래서 mwezi kumi na mbili 12월이라는 라임을 맞춰봤다.)이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포터 겸 웨이터의 이름도 Dismas였다. 두 Posian과 한 Dismas, 그리고 단원 한 명과 길을 걷는다.​


나이는 42살과 34살, 치프 가이드는 딸내미 아들내미 다 똑똑해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고 막내 딸내미는 내년에 대학교에 진학한단다. 이 아저씨 능력자다. 여기 대학교 다니려면 수재여야 할 뿐 아니라 엄청난 학비도 감당해야만 한다.​


이런저런 얘길 도란도란 나누다 첫 번째 잠시 쉬어갈 곳에 도착했다. Kisambioni, 간단하게 탁자와 의자가 있고 간이 화장실도 있다. 딱 게이트에서 한 시간 반이 걸리는 코스다. 정말이지 저질 체력이라 생각했으나, 단원과 나는 한 시간 반에 첫 번째 구간을 끊을 수 있었다. 예상보다 선전했달까.​

키삼비오니에서 마랑구까지 1시간 반

남겨뒀던 사과를 한 입 깨 어문다. 달콤한 과즙이 입 안 가득 퍼진다. 옆에 있던 외국인 언니가 인사를 건넨다. 미국인이란다, 그런데 잠비아, 르완다, 탄자니아에서 몇 십 년째 살고 있단다. 탄자니아에만 6년째, 그리고 킬리만자로도 6번째. 여행사를 하고 있다는데 이번엔 본인 짐을 본인이 지고 올라가 보기로 해서 그러고 있단다. 헐, 나는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들다.

새로운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올라가는 등산길은 반갑고 기쁘기만 하다. 언제 마랑구 게이트에서 한바탕 했는지 벌써 잊힌다. 조금의 앙금은 남아있으나 흐릿해지는 것 같긴 하다.

2016.10.17일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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