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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만자로 등반 1-4

by 널리

#Kilimanjaro4​


#Kisambioni부터 또 길을 오른다. 마랑구 게이트는 1,860m 정도이고 우리가 오늘 도착해야 할 숙소인 #Mandarahut 은 대략 2,715m 정도에 있다. 산 길은 우거진 나무 밑에 그리 어렵지 않게 있어 그리 힘들진 않다. 도란도란 얘기하며 거닐기에도 좋다. 물론 계단 혹은 다리를 조금이라도 평균 높이 이상 들어야 하는 구간에선 땅 밑에서 무엇인가가 다리를 잡아당기는 것만 같지만.

오랜만에(정말 진심으로 오랜만이다, #SriLanka의 #Sripada 2,243m 이후로는 처음, 스리파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이어진 계단으로 가는 길이 되어있는데 그 계단의 수가 5,500여 개에 이른다.) 산을 오르려니 별의별 생각이 든다. 하지만 킬리만자로 산은 비 전문 등산인이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산이라고 알려져 있으니, 이 좋은 기회를 쉬이 흘려보낼 수는 없다. 더욱이 탄자니아에 살면서 앞산이라고 얘기해 놓고 안 가기에는 너무 매력적이다.​


나뭇잎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햇볕이 따사롭다.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숨이 조금씩 가빠온다. 아마도 운동을 너무 하지 않은 탓이리라. 이런저런 핑계 대어가며 몸을 움직이지 않은 내 탓이니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노릇, 무거운 몸을 속도를 늦추어가며 움직여본다.​


일행과 엎치락뒤치락하며 길을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아 가이드에게 도대체 언제까지 가야 하냐며 칭얼대기도 한다. 저 고개만 넘으면 금방이란다. 정말 코너를 딱하고 돌았더니 오늘 묵을 숙소가 눈앞에 있다. 기쁜 마음으로 마지막 힘을 짜내어본다. 계단에 닿자마자 엉덩이를 계단에 마찰시킨다. 다리가 조금 후들거린 탓이다. 가이드는 수속을 해야 한다며 곧장 리셉션으로 올라간다. 그런 가이드를 따라가 보고 싶은 마음과 다섯 발자국만 떼면 되는데도 계단에 붙어버린 엉덩이를 뗄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런 나에게 가이드는 조금만 기다리라고 한다.

한숨을 돌린 후 가이드에게로 가서 간단히 이름과 나이, 성별, 여행사명, 가이드 이름, 사인을 하고 수속을 마친다. 마치고 바로 가이드가 하루 묵을 숙소로 안내해 준다. Hut은 4명이 사용하게 되어있고, 1층에 'ㄷ'자로 3개의 침대가 그리고 'ㄷ'자의 'ㅣ' 위쪽에 2층 침대가 있다. 아무래도 2층은 불편할 것 같다. 들어가자마자 외국인 한 명이 본인이 어질러놓은 짐을 치워주겠다며 서두른다. 나는 왼쪽 문쪽으로 자리를 잡는다. 그 와중에 포터 한 명이 미지근한 물 한 바가지를 가져다준다. 간단하게 얼굴을 씻는다. 말 그대로 때 구정물이 한 바가지 가득이다. 그래도 미지근한 물을 얻기는 쉽지 않으니 양말도 벗고 발도 씻는다. 최소한의 위생을 지키기 위한 방법이나, 이 행위 자체가 주는 상쾌한 기분은 어디에다 비교할 수 없다.​


가이드가 차가 준비되어 있다며 우리를 부른다. 날씨가 쌀쌀해지고 땀이 식었기 때문에 따뜻한 초콜릿우유를 택한다. 마일로 두 스푼과 우유 분말 두 스푼을 넣고 뜨거운 물을 보온병에서 옮겨 붓는다. 어? 마일로가 #SriLanka에서 먹던 그 맛이 아니다. 단 맛이 너무 적다. 그때 그 시절 #SriLanka의 팩에 든 마일로는 스타벅스의 휘핑크림 잔뜩 올린 캐러멜 마끼아또와도 버금가는 맛이었다. 단맛은 덜하지만 그래도 온기는 어느 정도 느껴진다.

그러고 조금 있으니 코스 요리가 시작된다. 오이 수프, 이게 이상할 것 같지만 크림수프에 오이가 살짝 섞인 맛이다. 그래서 마법의 가루를 넣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그리고... 뭘 먹었더라, 역시 기록은 그때 그때 남겨야 한다. 10일 정도 지난 지금은 기억의 일부분이 흐릿해지고 있다. 어쨌든 엄청나게 만족한 식사를 했었던 걸로 기억이 난다. Dismas chef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며 식사를 마쳤던 기억과 함께.

첫날이라 밤늦게 다른 무엇인가를 하기보다는 빨리 잠자리에 드는 것을 택했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니까.

2016.10.21일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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