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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널리 Jan 16. 2023

#1_런던

런던으로 간다.

코로나로 인해 가지 못하고 있던 해외여행을 뜻하지 않은 기회에 가게 됐다. 여러 유럽인들은 작년 상반기부터 자유로이 움직였지만 굳이 싶은 마음이 들던 나는 여행이 일상화됐었던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조금 주저하고 있었더랬다. 이런 나에게 10년 전 뉴질랜드에서 만났던 한 언니가 유럽 여행을 가게 됐다면 연락을 해왔다, 런던을 들러 내가 있는 곳까지 여행을 오겠다며. 그렇다면 나도 슬슬 움직여볼까 싶은 마음이 런던에서 조인하기로 했다. 그도 그럴 게 오랜만에 만나는 인연과의 만남에 대한 기쁨과 더불어 런던의 물가, 특히 숙소 물가는 꽤 비싸서 홀로 여행자에게는 부담이 된다. 그렇다면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으리라.​


오랜만의 해외여행에 설렌 마음에 쓰레기도 못 버리고 나왔다. 집에서 공항으로 가는 버스 시간을 잘못 계산해 정신없이 움직인 탓이다. 우여곡절 끝에 올보(Aalborg)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 규모가 굉장히 작은데 반해 사람들이 북적북적하다. 현재 일을 하고 있지 않은 나는 좀 여유로운 시간에서 살고 있는데 생각해 보니 휴가철이다. 때마침 잘 왔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북적북적

사오십 분 정도 남았길래 커피 한 잔을 하려고 발걸음을 옮겼다. 올보 공항은 작지만 그래도 아기자기하니 카페도 있고 면세점도 조그맣게나마 마련되어 있다. 그중에 페니레인이라는 올보에서 유명한 카페의 분점으로 발길을 옮긴다. 덴마크에 와서 생긴 이상한 수면 습관으로 어제도 세 시간밖에 자질 못했다. 이런 상태에서라면 커피는 언제나 정답이다. 플랫화이트 한 잔을 주문하고 비행기들이 서있는 밖을 볼 수 있는 곳의 바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친구랑 수다를 떤다고 전화를 붙잡고 있다가 여권 수속(영국은 Brexit으로 EU가 아니다, 덴마크에서 출국 시 여권 수속이 필요한 국가다)을 했다. 새로 나온 여권이 신기한지 담당자 분이 이리저리 돌려보신다. ‘꽤 잘 나온 이번 여권 디자인은 저도 마음에 들만큼 멋지다고요! 이제 보내줘요!’라고 속으로 외치며 여권 수속을 마쳤다.

페니레인

항공기 탑승 체크인을 하는데 갑자기 제동이 걸렸다. 뭔가 절 안 되는 것 같아 1분만 기다려 달라고 하더니 옆에 있던 직원이 내 뒤에 있던 사람들부터 수속을 한다. 내 여권을 가지고 있던 직원은 이리저리 확인하더니 레지던스 카드 좀 보여달라고 했다. 레지던스 카드를 보여줬더니 또 이리저리 확인해 본다. 잠시 옆에 있던 의자에 앉아 기다려달란 말을 하곤 전화를 건닼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아 보고 있던 만화책으로 눈을 돌린다. 몇 분이 지나고 직원이 ‘지금 들어갈 거니 좀 있다 들어갈래?’ 묻길래 ‘지금 가야지!’ 했더니 이유는 설명 않고 그냥 눈웃음으로 때우길래 그러려니 했다. 덴마크야, 나 잡지 마, 오랜만의 해외여행이 엄청 들뜬상태라고!!!!

예이! 여행이다!!!

알게 모르게 늘어난 짐에 약간 긴장했는데 내가 탈 라이언 에어는 따로 기내 수하물 검사를 하지 않아 안심했다. 저가항공이라 괜히 까다롭게 검사하면 어쩌나 싶은 걱정을 안고 있었는데, 휴우. 라이언에어의 기준보다 조금 뚱뚱한 나의 백팩은 다행히도 좌석 앞 빈 공간에 잘 들어맞았다. 이제 정말 가는구나, 런던!

라이언에어는 그냥 백팩 하나일 경우 40*25*20이다

2022.6.11일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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