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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널리 Jan 17. 2023

#2_런던

런던에 도착하다.

기다림의 끝을 잡고 비행기에 탑승하려고 하니 갑작스레 쏟아붓는 비!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지 않고 기다리고 있는데, 앞에 타던 사람들이 계단에서 올라가지 못하고 대기하는 중이었기 때문에, 뒤에 있던 영국 사람들이 허공에다 운을 띄웠다. ‘영국 가기 전 때마침 영국 날씨를 연습하게 되네요!’라고. 그 얘기에 서있던 사람들 모두가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사람들이 비행기에 타자마자 그런 일 없었다는 듯 비가 그쳤다, 이게 머선 129?!?!!!!

해변이 일자로 쫙 펼쳐져있는 장관! 뭔가 땅과 바다가 툭하고 심해로 바로 나뉠 것만 같은 풍경!

많은 사람들이 북적북적, ePassport지만 뭔가 시스템이 안 받쳐줘서 나는 튕겼다. 영국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 엄청 좋아한다더니(오징어 게임부터 손흥민까지 인기가 엄청나다고 유튜버들이 얘기하는 걸 들었다) 여권 검사하는 분이 이번에 새로 바뀐 한국 여권 엄청 예쁘다며 여행 후에 한국 돌아갈 거냐길래 아니, 덴마크로 가 이랬더니 레지던스 카드 보여달라고, 카드 보여줬더니 내년까지 있는 거냐 그래서 '아니 과정은 이번 연도에 끝나고 아마 이번 연도에 돌아갈 거야' 했더니 그러냐고 여행 잘하라고 말해줬다. 뭔가 엄청 외향은 친절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는데 따뜻한 말을 해줘서 좋았다:)​


그리곤 나와서 환전소에서 기다리고 서있는데 앞에 사람도 덴마크인. 돈 바꿔주시는 분이 '오, 덴마크에서 왔군요! 혹시 여왕님이랑 차 약속이 있으신 건가요?' 묻고 덴마크인이 '아, 이번엔 그런 약속을 잡지 않고 왔네요'하고 받아쳤다. 처음 본 사람들의 절묘한 티키타카에 혼자 속으로 쿡쿡거렸다. 여기까진 환상적으로 좋았으나, 환전을 했는데 완전 눈 뜨고 코 베였다. 분명 환율 앱으로는 1,700 덴마크 크로네가 대략 195 파운드였는데 환전 후 수령액이 140 파운드 밖에 안 되는... 나 너무 신뢰사회에서 살다 왔나 봐. 일말의 의심도 없이 돈 바꿔버린 사람, 나야 나!!! 너무 들뜬 마음에 확인을 안 했다. 그런 상황과 동떨어지게 아저씬 마지막까지 너무 친절하셨다는 후문.

난 아주 당연히(?) 덴마크에서 사용하는 심카드가 그대로 영국에서도 작동될지 알았는데 안 돼서 WHSmith 가서 제일 싼 라이카 심카드로 25 파운드 내고 샀다(여행이 다 끝나고 생각해 보니 로망 버튼을 켜지 않았던 것). 쉥겐 국가가 아니라서 그런 거니?!!! 공항인데 왜 와이파이 안 되는 거니?!! 앞에 있던 사람이 뜬금포 와이파이 되냐고 묻길래 '아니, 난 안 돼서 심카드 샀어, 저기서'라고 얘기해 줬더니 시무룩해서는 그냥 나가더라는.

함께 여행하는 언니를 만나서 내셔널 익스프레스 버스 티켓 구입! 원웨이는 한 사람 당 16 파운드인데 리턴 티켓으로 구입하면 22 파운드! 같이 간 언니 덕분에 세이브할 수 있었다. 사실 너무 시골(?)에 살다와서 아무 준비 안 하고 마실 나오는 느낌으로 여행 온 사람, 다시 한번 나야 나!!!!

도착일과 다음날 트레인 운행은 안 한다고 적혀있었는데 언니가 아마 파업 때문인 것 같다고... 그랬구나... 여기저기서 난리구나. 한국은 물류업계가 총파업했다고 들었는데...

버스를 타고 오는데 멀미가 나서 조금 힘들었지만 1시간 40분 정도 걸려 Stansted airport에서 Liverpool street station까지 왔다. 티켓팅할 때 담당직원에게 Tower of London 간다고 했더니 거기까지 가면 될 거라 그랬는데 찾아보니 Whitechaple까지만 가도 숙소에서 비슷비슷한 거리. 아직 어디가 어딘지 몰라 대강 얘기하고 발품 팔아 찾아다니고 있다. '뭐, 이런 게 여행이지' 하면서!

시내로 들어와서 가장 먼저 도착한 Stratford city bus station에서 이층 버스가 굉장히 런던스러운 것 같아 찍었는데 한국도 요즘은 이층 버스가 다닌다고... 그렇구나...;

런던에 도착했다!!!!!


2022년 6월 11일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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