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도착했다.
인천행 비행기의 출발이 가까워지면서 뮌헨 공항 내 한국인의 수가 급증한다. 이곳저곳에서 한국말이 들리고 ‘왜!’라는 짜증 섞인 모르는 사람의 말에도(아마 엄마가 딸에게) 왠지 모를 정겨움이 느껴진다. 오랜만이다, 이렇게 한국말이 들리고 한국사람이 많은 거. 괜히 혼자 신기해서 두리번두리번 거리게 되는 신기한 경험. 24살 이후 해외 생활을 했음에도 올보만큼 한국사람과의 교류가 없었던 곳은 드물구나. 정말 숫적으로도 다른 어떤 면으로도 한국인과의 교류가 쉽지 않은 곳. 하지만 좋은 점이 많았던 것 같다. 만약 내가 일을 하는 환경이었다면 답답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않았기에 좋았던 기억이 훨씬 많다. 생각보다 나, 나만(?)의 덴마크 생활을 잘 즐겼던 듯:) 벌써 그리워지는 건 아닌데 뭔가 조금 낯선 환경에... 나 한국 가서도 잘할 수 있을까 싶은 마음이 울컥울컥. 언제나처럼(?) 어떻게든 되겠지... 그렇지? ㅎㅎㅎㅎㅎ
비행기를 탔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타는데! 내 옆자리는 공석!!!! 개꿀 ㅎㅎㅎㅎㅎ 다행이다. 11시간을 가야 하는데 3-3-3 좌석의 e(정중앙)에서 가려면 얼마나 힘들겠는가!!!!!! 역시 럭키 퍼(r)슨!!!! 이라고 생각했는데 옆 좌석 시람이 조금 늦게 탑승한 것뿐이었다. 11시간을 잠도 못 자고 스크린에 있는 스도쿠와 휴대전화의 체스로 버텼다. 하루 전만 해도 공항과 비행기 타는 게 너무 좋다고 친구에게 얘기했는데, 그 말 취소. 공항은 좋은데 너무 긴 비행은 피로감만 가득인 걸로...
한국엔 도착하자마자 빛이 쨍한 느낌이다. 그도 그럴 게 덴마크는 아주 심한 극야에다 집이나 레스토랑도 주황색 불빛의 빛이 강하지 않은 불빛을 위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너무 밝은 빛에 적응이 쉽지 않은 찰나, 일단 점심을 먹기로 했다. 조식으로 나온 샌드위치와 요구르트 중 간단히 요구르트만 먹은 상태라 배가 많이 고팠다. 도착 게이트를 빠져나오자마자 바로 눈앞에 보이는 한식점으로 들어가서 장터 국밥을 한 그릇 시켰다. 특별할 것 없는 정말 기본적인 음식인데도 왜 이렇게 맛있나. 2년 반 만에 나름 제대로 된 한식이라 그런가. 좀 맵긴 해도 맛있게 잘 먹었다.
속이 아릴 것 같기도 하지만 일단 먹고 보자. 장터 국밥 시키면서 음식 주문하는 곳 앞에 스크린이 있길래 키오스크인 줄 알고 계속 눌렀다 직원이 뭐 드시겠어요 해서 뻘쭘하게 장터 국밥 하나 주세요라고... 뭔가 새로운 것 같으면서도 한국이라는 나라에 하나씩 또 적응해가야겠구나 싶은. 뭐,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하루 이틀이면 완벽 적응하겠지만.
심카드를 사고(요즘엔 eSIM이라고 해서 기존의 심카드에 덮어서 새로운 심카드 등록이 가능하게 되어 있더라, 신기!!!) 새로운 전화번호를 받았다. 일단 영구번호는 아니고 한 달만 사용할 번호:)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 한국에 도착했다.
올보에서 코펜하겐까지 기차 4시간,
하루 숙박하고,
코펜하겐에서 뮌헨까지 1시간 40분,
뮌헨 공항에서 여섯 시간 정도 시간 때우다가,
뮌헨에서 인천까지 11시간,
인천공항 도착해서 밥 먹고 심카드 구입하고,
공항 철도 50여분 타고 서울역으로,
서울역에서 울산역까지 2시간 15분,
울산역에서 양산까지 45분.
키야... 정말 멀구나. 그래도 이제 45분 후면 울산역에 나와있을 가족들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