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기 정도를 선택하는 버거라닛!
인생 최고의 버거를 맛보다!
날씨 요정의 힘이 정해진 일정 소화로 약해졌는지 갑작스러운 소나기. 비가 올 것 같긴 했는데 호텔에서 안 나오기엔 너무 아까운 마음이 들어 나왔는데 밥 먹으려고 맛집 찾아다니는 와중에 비가 쏟아졌다. 급한 대로 가까이 있던 처마 밑에 자리를 잡았는데 배도 고프고 때마침 open-air area를 정리하던 직원분이 다가오시길래 여기 어떤 음식을 전문으로 하냐 물었더니 일단 비도 피할 겸 들어와서 메뉴 확인하라고, 레스토랑도 있고 바도 있으니 선택지가 넓다면서(아, 이 얼마나 훌륭한 서비스 마인드인가!).
일단 들어갔다. 아무리 좋아 보여도 덴마크보단 싸겠지 싶은 마음으로 ㅎㅎㅎㅎㅎ
확실히 고급짐이 가격으로 표현되는 ㅎㅎㅎㅎㅎ 비도 오고 배도 고프고 오랜만에 머리를 힘들게 사용한 나를 위해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
처음엔 오랜만에 생선을 좀 먹어볼까 싶어서 'fish of the day'가 있길래 어떤 생선이냐 물었더니 못 알아듣는 생선 이름을 말하고 웨이터 분의 영어도 능숙하지 않아서 그냥 포기하기로. 두 번째로 정해놓았던 SIGNATURE DISH DUKES BURGER(Black Angus beef | foie gras | truffle | fries | fresh salad)를 시켰다. 시그니처는 시그니처인 이유가 있겠지 싶은 마음으로. '굽기 정도가 어느 정도가 좋겠냐'라고 묻길래 '미디엄 레어'로 부탁했다.
오호, 이런 분위기에서 버거긴 하지만 패티의 굽기 정도를 물어본다?!!! 기대치가 올라간다. 그리곤 Genys라는 초콜릿과 커피 맛의 달콤함이 곁들여진 맥주를 한 병 시켰다. '나에게 주는 상이야'란 마음으로. 분위기가 좋다. 약간 비교하자면 잔지바르 하얏트 호텔 라운지 바 같은 분위기. 거기다 앞에는 덴마크 가족 세 명과 투자를 받기 위한 현지인 또는 이탈리안계 분으로 보이는 분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덴마크에 산 지도 2년이 지나가다 보니 덴마크가 아닌 다른 곳에서 덴마크 사람들을 곁눈질로라도 인식하게 되면 내적 친밀감이 드는 게 인지상정:)
슬리퍼 끌고 고급진 이곳에 앉아있자니 이래서 돈을 벌어야 되겠구나 싶은 마음이 퍼뜩 들었다. 11월부터 제대로 일하는 것으로!
맥주가 도착했다, 세 종의 소스(머스터드, 케첩, 마요네즈)와 같이. Genys 전용 잔에 흰색 장갑을 끼고 따라준다. 현지 소규모 양조장에서 만든 맥주란다.
일단 전체 메뉴가 나오면 사진을 찍을 요량으로 맥주를 마시지 않고 기다렸다. 10분 정도 기다리니 전체 메뉴가 나왔다.
일단 통통해 보이는 버거가 마음에 든다. 정갈한 상차림 같은 느낌의 담음새도 좋다.
다시 정식으로(?) 사진을 한 장 더 남기고!!!!
칼로 썰어 한 입 베어 물었더니 육즙이 쫙 퍼지면서 부드러운 살코기들이 혀 안에서 알알이 춤을 춘다.
감자튀김도 케첩과 머스터드를 푹 찍어 먹었다. 제대론데?!!!! 샐러드는 고급진 트러플 올리브 오일을 기본 소스로 노랑 방울토마토, 얇게 슬라이스 한 순무와 여러 가지 채소를 버무렸는데 아주 약간의 소금간만 한 것 같다. 이게 또 맛있다.
그리곤 달콤 쌉싸름한 흑맥주를 목으로 넘기니 이 어찌 만족스럽지 아니하랴!!!!!
내 최애 버거는 뉴질랜드 퀸즈타운에 있는 퍼거스 버거의 베이컨 뭐 버거였는데, 경신했다!
인생 버거 등극!!! 물론 가격적인 면에서도 버거치곤 아주 너무 비싸지만, 덴마크에 살다 보면 그냥도 1.5-2만 원은 기본이라...
와, 진짜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물론 약간의 허기가 평가에 영향을 조금 미치긴 했겠지만)
리투아니아, 널 어쩌면 좋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