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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 Gwon Oct 17. 2024

프라하 성 그리고 올드타운브릿지탑 야경 (4)

비엔나&프라하 - 2018

어제 압생트를 마셨더니 속이 조금 안좋았다

마트에서 산 빵과 우유를 마시며 우리는 시내로 향했다

오늘은 프라하성에 가는 날이다

버스를 기다리며
성비투스 대성당

버스에서 내려 프라하 성에 있는 성비투스 대성당으로 몸을 움직였다

날씨는 아침부터 우중충하여 깜빡하면 비가 하늘에서 내릴 것 같았다

프라하 성 교대식

런던 버킹엄 궁전에는 해마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린다

영국왕이 훌륭해서?보다 근위병 교대식을 성스럽게 의식하기 때문일까

프라하 성에도 근위병 교대식을 진행한다

절도있고 근엄한 표정에 관광객들은 아무 말 없이 교대식을 지켜본다

프라하성 내부

프라하 성 내부는 생각보다 넓었고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았다

먼저 성 비투스 대성당으로 들어가 관광을 시작했다

입구에 들어서자 대성당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높은 천장이 우리를 맞이했다

안쪽으로 들어서자 종교적인 벽지와 스테인글라스, 동상들이 곳곳마다 자리잡고 있었는데

하나, 하나보다 전체적으로 오는 느낌이 뭔가 신성하다라는 느낌이 들어 나도 모르게 엄숙해졌다

성 비투스 대성당 내부
성 비투스 대성당 내부
성 비투스 대성당 내부

대성당을 돌아보니 어언 1시간이 지났다

1시간이나 돌아볼 생각은 없었는데 그만큼 볼 것이 많았다고 해야할까

나는 사실 천주교를 다녔었다

어릴 적 어머니께서는 나를 강제로 성당으로 보냈고 그렇게 천주교인이 되었는데

20살때 성당에서 만난 여자친구는 바람끼가 상당하여 나를 힘들게 했다

밤마다 클럽과 나이트를 가는 것을 좋아했고, 술을 자주 마셨는데 소주 1병이면 몸을 전혀 가누질 못했다

나는 늘 불안했고 술을 마시러 간다하면 집에 온전히 그녀의 문자를 기다렸다

그렇게 밤마다 다른 남자와 노는 그녀를 업어 집에 바래다줬다

어렸었고 나는 쿨하다고 생각했다 성인이니까 이런게 사랑이지 뭐, 같은 생각을 하며 살았나

그날도 그녀는 술에 인사불성이 된 채로 집에 바래다주던 길이었다

버스는 덜컹거렸고 마침 그녀의 핸드폰이 떨어졌다 그녀에게는 뭔가 이상하게 자주 만나던 사람이 있었는데 그에게 "어제 좋았다"고 연락이 와있었다

나는 원래 그녀의 핸드폰을 검사하지 않지만 그저 뒷 얘기가 궁금했는지

이제는 그녀의 실체를 알아채고 헤어지고 싶었던 것인지


그런 나쁜 사람을 성당에서 만났고 나는 신이 있다면 이런 시련을 주지 않았으리라

헤어지고부터는 나는 더이상 성당에 다니질 않았다

프라하 성을 돌아다니다보니 슬슬 배가 고파왔다

어느새 오후 1시를 넘어가고 있었고

체코 전통음식인 스비치코바를 먹으러 맛집을 찾아본 곳으로 향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빠르게 갈 수 있었지만 우리는 걸어서 가기로 하였다

주변에 볼 것이 아직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존 레논벽, 프란츠 카프카 박물관을 관광하고 오니 시간은 벌써 4시가 되었고

무척이나 배고파서 꼴레뇨와 스비치코바를 주문했다

프라하 시내
프라하 존 레논 벽
프란츠 카프카 박물관
꼴레뇨(왼쪽) 스비치코바(오른쪽)


꼴레뇨

정말 배고팠는데 꼴레뇨의 맛은 전에 먹었던 레스토랑이 훨씬 맛있었다

그냥 무난한 꼴레뇨라 할까? 누가 보면 체코에서 최소 한달은 산 사람이라고 생각하겠다만

전 날 먹었던 꼴레뇨가 그만큼 맛있었다는 뜻이다

스비치코바는 소고기의 등심에 크림 소스를 끼얹고 크네들리키라는 쫀득한 체코 빵과 함께 먹는 요리인데

이것도 무난했다

처음 먹어보면 다음에 또 먹어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데 아무래도 맛집보다는 술집으로 잘못 찾아온 것 같다

까를교 올드타운 탑 전망대
까를교 야경

밥을 먹고 나오니 어느새 저녁이었다

뭔가 여행을 하면 내가 도저히 따라잡기가 벅찰정도로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면 개운한 것보다 아쉬울때가 많았다

원래는 아침부터 돌아다녀 피로하기도 하고 날이 좀 추워 집으로 가서 쉬고 싶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야경을 보러 가기로 했다

올드타운 탑을 올라가면 까를교와 프라하 성, 프라하 구시가지를 전부 둘러볼 수 있다

적어도 몇 백년전부터 걸어올라갔을 계단을 밟으며 어느정도 올라가자 땀이 나기 시작했다

누군가 적어놓은 낙서들과 중간, 중간마다 창문으로 보이는 야경이 뭔가 기분이 오묘했다

그렇게 한참을 올라가자 전망대에 도착했다

전망대라 하기에는 굉장히 좁아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도 힘들정도여서 사진을 찍기도 불편했는데

그곳에서 바라본 프라하는 아름다웠고 까를교에서 바이올린 소리가 우리를 낭만있게 만들어줬다

그렇게 프라하의 마지막 밤이 저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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