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 Gwon Sep 13. 2024

일본 우정 여행

오사카 - 2017


특이한 친구


나의 학창 시절은 돌+아이였던 것 같다

그냥 돌+아이가 되고 싶었던 것 같다

지금은 쇼츠나 유튜브에 올라온 병맛 같은 영상을 보면서

요즘은 그런 병맛을 잘 받아들이는 것 같은데

그때의 나는 정말 병맛이었다

그럼에도 주변에 친구들은 그런 나를 좋아해주었고

지금도 우리는 자주 만나지는 않지만 안부를 묻고 지내고 있다

2017년은 첫 해외여행을 다녀오고

유럽여행을 다녀오고

회사를 다니고 있는 와중에도 그 때의 나는 연차를 사용해

친구들과 오사카에 2박 3일 우정여행을 가기로 했다




2017년의 초겨울


일본의 초여름은 우리나라 여름이었으니까

일본의 초겨울은 우리나라의 늦가을쯤 됐을 거라고

코트와 후드티 같은 가을 옷을 챙겨갔다

친구들은 내가 유럽을 다녀오고 나서

공항에서 주변을 신기해하며 둘러보지 않는 나를 보며

해외 잘 다니는 척한다며 장난식으로 놀렸지만

실제로도 내면의 내가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유럽여행에서 배운? 것이 있어서 그랬을까

문제가 일어나지 않고 매끄럽게 여행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우리는 진에어를 타고 오사카에 도착했다

(그 시기의 진에어는 비행기 내 방송에서 오사카에 도착했습니다 오늘도 재미있게 진에어~ 라는 멘트를 썼던 것으로 기억한다)

간사이 공항에서 우리는 엔화와 라피트 열차 티켓을 교환하고

난바 밑에 위치한 신이마미야로 움직였다




할렘가는 어느 곳에 있는가


지금의 나는 어느 정도 많은 나라를 다녀왔다

어떤 나라는 보이는 할렘가가 있고

어떤 나라는 안보이는 할렘가가 있다

요즘에는 할렘가를 리뷰하는 유튜버도 있고,

나는 사실 할렘가에 대해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약점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으므로

이건 내가 오래 전부터 갖고 있는 방어 기제 때문인 것 같다

나의 약점을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이 분들도 그러지 않을까 하는 그런 거만한 연민의 마음 같은


우리가 도착한 신이마미야는 도심가 난바와 그 밑 할렘가 니시나리구 사이의 위치한 곳이다

그 사이라 그런지 노숙자분들도 있으셨고 물가도 도심보다 무척이나 저렴했다

할렘가는 불행하게도 급성장한 도심 옆에 위치하게 된다

도심쪽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되니

거기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어떤 이유로 외곽으로 밀려나가거나

우리는 이 곳에 숙소를 잡았다 물론 이 곳이 그런 곳일 줄은 전혀 몰랐고

에어비앤비가 무척이나 저렴했기 때문이었다


신이마미야 숙소 앞


숙소 주인은 나이가 어느정도 있어보이는 중년이었다

왕년에 야쿠자같은 일을 했을 것처럼 몸이 굵으셨고 문신들도 간간히 보였다

우리는 약간 무서웠지만 주인분은 이미지와는 다르게 친절하고 상냥하셨다

우리는 일본어를 못했으므로 번역기를 돌려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았고

숙소에 짐을 풀고 여행을 시작하기로 했다


난바로 가는 일본 지하철




주유패스로 오사카 뽕뽑기


우리는 오사카에 대해 어느 정도 들은게 있었다

도쿄는 쇼핑하느라 탕진하고

오사카는 먹느라 탕진한다는 말이었다

지금의 우라나라처럼 일본문화, 일본음식은 그렇게까지 인기가 없었던 시절이라

우리는 오사카를 전체적으로 둘러볼 수 있는 주유패스를 신청했다

주유패스는 오사카 전역의 지하철을 1일권, 2일권처럼 하루동안 무료로 사용할 수 있고

여러 유명한 곳의 입장료를 지불하지 않고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관광상품이었다

1인당 1일권은 2500엔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물가상승 때문에 더 비싸진 거 같다

일단 우리는 헵파이브, 덴포잔 대관람차, 우메다 스카이빌딩 등

2500엔(당시 2만 5천원)을 뽕뽑기로 했다


세계에서 제일 거대했던 덴포잔 대관람차
밑이 투명한 대관람차


나는 아무래도 고소공포증이 있는 것 같다

관람차의 9시와 12시는 정말 식은 땀이 흘렀다

가랭이의 근육들이 뻗뻗하게 당기는 느낌

이 날 관람차를 타고 7년이 지난 지금까지 관람차를 타지 않는다


오사카 성


윤봉길 의사가 구금되었던 형무소 근처 오사카 성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그렇다


우메다 잇푸도 라멘


저녁이 되자 우리는 우메다역으로 이동했다

우메다는 관광객보다 일본 현지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었다

일본의 옛 수도 교토로도 갈 수 있어서

우리나라로 따지면 청량리역이라고 해야할까

많이 북적이고 길 또한 복잡한 곳이었다

우리는 저녁으로 라멘을 먹기 위해 잇푸도로 들어갔다

이치란 라멘이 유명하지만 유명한 것을 먹기 싫었다

사실 네이버 블로그에서 소개하는 곳을 가면 한국인들이 많아서 가기 싫었던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잇푸도에서 산토리 맥주와 돈코츠라멘을 먹었다

진한 국물이 밥까지 말아먹으면 좋았을 것 같았다

사골기름이 묻어있는 입술을 맥주로 씻으며

우리는 우메다 공중정원으로 향했다


공중정원에서
우메다 전경
전망대에서 아무 의미 없는 그런 사진


사실 우메다 공중정원의 입장료는 많이 비쌌기 때문에

주유패스로 뽕을 뽑기 위해서는 필수 코스였다

생각보다 전망대가 잘 되어있어서 우리는 우메다의 야경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 했다




오사카에 먹으러 왔습니다


다음 날 우리는 도톤보리에 가서 음식들을 뿌시기로 했다

쿠로몬시장에 가서 신선한 초밥과 해산물 꼬치구이를 먹으며 에피타이저를 시작했다


쿠로몬시장 스시
스키야 네기규동


그렇게 도톤보리로 이동하여 규동도 먹고

타코야끼도 먹고 우동도 먹고 술도 마시고

그렇게 먹기만 했더니 저녁이 되었고

우리는 그 유명한 돈키호테에 가서 선물로 사갈 쇼핑을 했다

내일 떠나야하므로 우리는 숙소에서 짐을 정리하고

페밀리마트, 로손, 세븐일레븐 편의점과 슈퍼타마데에서 야식을 사먹으며 여행을 마무리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예술병에 빠져 유럽 여행을 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