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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 Gwon Sep 13. 2024

적금으로 해외여행 가기

오키나와 - 2018


적금을 시작한 계기


지금 생각해보면 어릴때 나는 친구들이 참 많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노는 것을 좋아했을려나

20살에 만난 여자가 바람을 피워서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던 적이 있다

방구석에 처박혀 모든 사람을 미워하던 시기에

나를 집 밖으로 나오게 한 친구들이 있다


우리는 매년 생일마다 만나 서로의 동네로 찾아가 놀러 다녔다

그런 만남들이 지금까지 이어져서 결혼한 친구를 축하해줄 수 있다는게

인연이란 정말 알 수 없다고


우리는 1년동안 적금을 모아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4명이 각자 2만원씩 12개월을 넣었던 것 같다

그렇게 1년을 지나 100만원이 모여서 적금을 깨고 여행을 떠날 준비를 했다


2018년 3월, 제주도 항공권을 찾아보니 가격이 생각보다 비쌌다

이럴 바에 오키나와를 가는 것은 어떨지 의견이 모이기 시작했고

추가 비용은 사비를 더하는 것으로 오키나와 여행을 하기로 결정이 되었다




제주도와 비슷한 오키나와


공항 택시를 타고 숙소로

하늘이 무척 맑았다

정말 중국의 황사와 공장 매연이 문제일까 미세먼지 때문일까

내가 어렸던 그 날의 하늘은 무척 맑았는데

기억의 오류일 수도 있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우리는 오키나와 공항에 도착해

택시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첫 날 숙소는 아메리칸 빌리지 쪽으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생각보다 택시비가 많이 나왔다

메리칸 빌리지

아메리칸 빌리지
아메리칸빌리지
아메리칸 빌리지

오후에 도착하여 금새 해가 졌다

우리는 가볍게 아메리칸 빌리지를 돌아보고

마트에 들러 술과 음식을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 파티

마트 음식은 가격이 매우 저렴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즉석식품이 잘되어있다

아마도 섬나라여서 배타고 어업에 종사하는 문화가 있어서

도시락이 발전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

그런 잡생각은 집어치우고


일본의 주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일본은 주류세가 낮아 우리나라에 비해 주류를 반값 이상으로 싸게 구매할 수 있다

사진에 있는 짐빔 750ml을 1500엔에 주고 샀던 것 같다

우리나라는 3만 3천원이나 주고 사야하는데 이것은 내가 일본에 자주 가는 이유다 (라는 변명)


하이볼과 일본 마트 음식


이미 기타큐슈부터 처음으로 마셨던 하이볼의 매력에 빠져있던 나는

친구들에게 하이볼을 만들어주었다

이때는 지금처럼 하이볼이 유행하지 않았고

일본 현지 젊은 친구들도 하이볼을 좋아하지는 않았던 시절이었다

맛은 거짓말하지 않는 것처럼

하이볼은 유명해졌고 이제는 한국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마실 수 있게 되었다




나하 시내로

오리온 캔맥주

어제 그렇게 마시고도 맥주가 남았다

오리온 맥주는 오키나와를 대표하는 맥주 중의 하나다

굳이 비교하자면 롯데에서 나온 피츠나 카프리 정도로 가볍고 청량한 맛이 좋았다

숙소에 체크아웃을 하며 한잔씩 원샷을 하고 나하로 떠났다


나하는 일본의 소도시 같으면서도 차가 다니는 도로가 매우 넓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미군 기지가 있기 때문에 군용차량이 지나가야하기 때문일거라고 짐작해본다

하지만 그런 거리를 퍼레이드로 사용하는 오키나와 사람들이 있었다

그 날은 주말이라 그런지 여러 퍼레이드나, 마술, 춤을 추고 있었다

나하 시내
나하 시내 길거리
나하 시내에서 한 컷

오키나와는 고기 국수로 유명했다

우리는 해장할겸, 점심으로 국수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갈비 소바라고도 불리는 이 국수는 돼지로 육수를 뽑아

육향이 면에 배어있는게 맛도 참 좋았다

국수를 빠르게 해치우고 우리는 나하 국제거리 포장마차로 이동했다

술을 또 먹으려고 간 것은 함정이지만

오키나와 고기 국수로 유명한 갈비 소바
갈비 소바
국제거리포장마차 입구
국제거리 포장마차 스시

낮에 도착한 포장마차는 사람도 없었고 문을 여는 식당 역시 많이 없었다

우리는 가볍게 맥주와 스시를 먹고 이자카야로 가서 술을 마시기로 했다

먹고 마시고 먹고 마시고

그렇다

우리는 술을 마시러 온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오키나와 이자카야
자판기로 계산하는 술집



오키나와에서 만난 소녀


우리는 얼큰하게 취해 숙소로 돌아와 친구 2명은 쉬기로 하고

아직 아쉬웠던 친구와 나는 함께 나하 밤거리를 다니기로 했다

밤바람이 생각보다 셌고 취기가 좀 더 필요한 우리는

편의점에서 제일 강한 알콜 9% 사와를 사와서

아무도 없는 해변 근처에 앉아 밤바다 파도를 보며 한잔씩 홀짝이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옆에 또래로 보이는 오키나와 소녀 2명이

옆에서 자리를 잡고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아무도 없는 이 곳에 우리와 오키나와인 2명이 술을 마시는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뭔가 어색해진 우리는 술도 취했겠다 뭔가 일본 현지인과 소통을 하고 싶어져서

우리는 사진을 찍어달라는 핑계로 말을 걸었고 한동안 이야기를 하다 헤어졌다


처음으로 현지인과 대화를 하던 순간은

어떤 짜릿함과 동시에 외국어로 더 잘 이야기 하고 싶은 갈구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제는 혼자여행을 더 선호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나는 사실 친구들의 우정을 핑계로 동행하며 현지인을 무서워하고 있었던 것 같다

현지인이 아니라 그 소통을 해야하는 그 순간을 만들고 싶지 않았던 것

또 외로울 거란 그런 두려움 때문에 친구들을 데리고 여행을 했던 것 같다

분명 혼자보다는 두명이, 두명보다는 사람이 많을 수록 여행의 재미가 더 해진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내가 완전히 하고 싶은 것을 못하거나 미루게 되는 상황도 마주한다

바람을 맞으며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다음 여행은 혼자여행을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오키나와 소녀들이 찍어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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