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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 Gwon Sep 13. 2024

베트남 고수 먹기 훈련

나짱 & 하노이 - 2018


똥남아시아


학창 시절 반 친구 중의 몇 명은 동남아시아인이 지나가면

'(코를 막으며) 으 똥남아다, 똥남아 지나간다'라고 놀렸다

상대적으로 피부가 검고 못 사는 나라의 사람을 지칭했다

명백한 인종차별이었지만 나는 그런 친구들에게 지적을 잘하지 못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예민한 사람이었다

무엇인가 잘못됐다고 느껴지면 잘못됐다고 한 소리를 했어야 했다

(나의 어머니는 불의를 보면 화가 머리끝까지 나는 분이었으므로)

하지만 이 마음은 누군가와 관계를 맺을 때 좋지 않았다

특히 친구와의 관계에서는 자기를 가르친다고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분위기가 싸해지는 순간을 여러 번 경험하고 대부분 상황에서 오지랖을 하지 않기로 했다

친구 관계가 틀어지면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던 그 시기였으므로

혼자가 되는 것이 왜 그렇게도 무서웠을까

나에게 학교는 그런 곳이었다



고수의 고수


그날도 나는 술을 마셨다

어릴 때 마신 술을 생각하면 아직까지도 살아있는 게 신기하다

베트남 식당이었고 쌀국수가 한국에서 조금씩 유행을 하던 시기였다

셀프바가 있던 식당이었고 고수를 김치처럼 퍼담아서 먹을 수 있었다

이 것이 그 유명한 고수구나 한 입을 씹으니

씁쓸한 비누향이 입안을 휘감아가기 시작했고

고수는 정말 고수들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구나

좀 더 훈련이 필요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을까

나는 이상한 고집을 갖고 있다

음식은 먹는 것, 이 세상에 못 먹는 음식이 있을 수는 없다

그날 이후로 베트남으로 현지훈련을 하러 가야겠다는 그런 마음을 갖고

나는 베트남으로 떠나기로 했다

공항에서 나트랑 시내로

베트남은 동남아에서 바다를 옆에 두고 길게 뻗어져 있는 나라였다

베트남의 역사는 우리와도 관계가 있어서 약간의 궁금증이 있었지만

우리는 무엇보다 먹는 것을 우선하기로 했다


그렇게 베트남 항공을 타고 호찌민을 경유하여 냐짱에 도착했다

공항 출국장을 나오자마자 사우나와도 같은 동남아의 날씨에 우리의 얼굴은 금세 사색이 되었다

햇빛은 따갑고 공기는 무거웠다

우리는 택시를 불러 에어컨을 쐬며 숙소로 향했다

차 사이로 지나가는 오토바이 무리를 보며

우리가 정말 베트남에 오긴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트랑 쌀국수 맛집 퍼홍
퍼홍 쌀국수 (2,800원)

숙소에 짐을 풀고 나오자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

베트남하면 가장 대표적인 음식 Pho(퍼)를 먹기 위해 맛집을 검색하였더니

우리나라 여행 프로그램에서도 방문해 유명한 Pho Hong(퍼홍)으로 가기로 했다


첫 베트남 현지 음식이라 약간 떨렸었다

고수나 다른 향채 때문에 맛이 없으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들은 무색하게도 입에 너무 잘 맞아 국물까지 싹 비웠다

칠리소스와 해선장 그리고 느억맘 소스를 섞어

고기를 찍어먹으니 입맛이 확 살아났고

고기 육수와 야들야들한 면이 멈출 수 없는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우리나라에서 먹는 쌀국수면과 현지에서 먹는 쌀국수면은 정말 큰 차이가 있다

쌀 내가 나지 않으며 부드러운 식감이 면이 살아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향채와 고수가 너무나도 맛있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입안을 개운하게 씻어주면서 음식의 섭취를 도와주고 있다고 느껴졌다

베트남에 도착한 지 3시간 만에 우리는 고수와 향채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빈펄랜드


숙소 앞 아무 식당에서 먹은 쌀국수(2,000원)

다음 날 우리는 빈펄랜드라는 곳에 가기로 했다

빈펄이라는 리조트에서 운영하는 놀이공원 같은 곳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출발해야 했으므로 숙소 앞에 위치한 쌀국숫집에 가서 일일일쌀을 실천하기로 했다

첫날부터 향채에 중독된 우리는 향채를 듬뿍 올려놓고 쌀국수를 흡입했다

나짱 거리
빈펄랜드로 가는 나짱의 거리

빈펄랜드로 가기 위해서는 케이블카를 타고 가야 했다

숙소와 생각보다 가까워 걸어가기로 했는데 잘못된 판단이었다

날씨는 너무 뜨거웠고 온갖 선크림과 옷으로 온몸을 감았는데도 살이 타는 느낌이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빈펄랜드로 이동

우리는 케이블카 탑승장에 도착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1층부터 탑승장까지 빼곡히 줄을 서고 있었다

나름 질서가 있다고 생각했을 때 중국인 가족이 내 앞으로 아무렇지 않게 밀고 들어왔다

사실 입구부터 나랑 같이 줄 서 있던 베트남 사람들은 새치기에 밀려 이제는 안 보일 정도로

이곳은 중국인들의 새치기가 성행을 하고 있었다


저번 유럽 여행을 하면서도 중국인들의 무례함에 대해 익히 경험하였다

새치기는 기본이고 조용한 곳에서 크게 소리를 치거나 남을 무시하는 태도에 진절머리가 났었다

분명 젠틀한 중국인들도 많다 하지만 관광지에서의 중국인들은 그러지 않은 사람이 훨씬 많다

가뜩이나 더운 날씨와 유럽여행 때 겪어었던 무례함이 떠올라 화가 잔뜩 차오른 나는 그들에게 소리를 치며 경고를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위험한 행동이다

왜냐하면 이곳의 중국인이 70프로 이상은 있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영어로 화를 내는 한국 청년의 얼굴은 매우 상기되었고

무례한 중국인 가족들은 영어는 모르지만 잘못한 것은 아는 것인지

그제야 새치기한 자리를 내주며 빠지는 것이었다

빈펄랜드 입구

화를 냈더니 어지러웠다

아니다 해가 뜨거웠나

우리는 빈펄랜드에 도착했다

동물원, 놀이기구, 수영장, 오락실 등 즐길 거리가 많았고

우리는 88만 동을 내고 입장료를 내고 들어왔기 때문에

뽕을 뽑기 위해 더위 속을 빨빨거리며 돌아다녔다

빈펄랜드 입장권 - 2018
빈펄랜드 4D 슈팅 게임

우리는 물놀이를 하고 와서 오락실에 왔다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에서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거기서 재밌어 보이는 슈팅게임 앞에는 줄을 꽤 서있었다

4D안경을 쓰고 총을 쏴서 적을 처지하는 게임인데

우리는 베트남인 3명과 매치되었다

생각보다 재미있었는데 결과를 보니 친구와 나는 1등과 2등을 했다

그렇게 승리의 기쁨을 마시고 나니 배가 고파왔다

케찹맛 국수와 베트남 333맥주

아무 식당에 들어가 우리는 메뉴판에 아무 음식을 골라 시키기로 했다

새로운 음식을 먹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기 때문이랄까

내가 시킨 것은 해산물이 들어간 케찹맛나는 국수였고

친구는 소고기와 간장맛이 나는 국수였다

맛은 약간 분식집 음식을 먹는 것 같았지만

맥주를 얼음컵에 따라 시원하게 한잔하니 더위가 금세 식었다

배도 부르고 아침부터 노느라 지친 우리는 다시 숙소로 향했다




나짱의 밤문화


나짱 베트남 레스토랑


숙소에서 한숨 자고 나왔더니 저녁이 되었고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베트남 레스토랑에 갔다

모닝글로리, 쌀국수, 스프링롤 등

베트남 대표음식을 주문하고 신나게 먹어댔다

저렇게 많이 시켜 먹었는데도 가격이 2만 원도 안 나왔다

꽤 비싼 레스토랑으로 기억하는데 물가자체는 확실히 낮았다


비치 파티
돌처럼 질겼던 돼지 스테이크

레스토랑 근처에 파티를 한다고 해서

내일 하노이로 떠나야 하는 우리는 잠깐의 유흥을 즐기기로 했다

자리값으로 뭔가를 시켜야 할 것 같아서 돼지스테이크를 시켰는데

정말 돌처럼 딱딱하고 질겨서 거의 먹지를 않았다

생각보다 디제잉의 노래가 신나서 술맛은 꽤 괜찮았다

어느 순간 취기가 올라와 숙소로 돌아갔고

나짱의 마지막 밤을 떠나보냈다




베트남 공안의 뒷짐


하노이 성요셉 성당

확실히 하노이는 나짱에 비해 수도라 그런지 어딘가 조용하고 정적했다

도시 거리에는 유명한 기업들이 눈에 띄게 많이 보였고

하노이의 일정은 생각보다 짧았기 때문에 우리는 한국에 사갈 선물을 미리 쇼핑하고

호안끼엠 호수에 도착했다

굳이 따지자면 우리나라 홍대처럼 이 호수로 젊은이들이 모여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우리는 하이랜드 'Phin sua da(삥 쑤어 다)' 커피를 마시며 호수 주변을 돌아다녔다

호안끼엠 호수 야경
넴느엉

호수 광장 쪽으로 오니까 길거리 음식들을 팔고 있었는데

우리는 '넴 느엉'을 맛보고 싶어서 1개를 주문했는데 무려 8개나 나왔다

식감은 핫바 같은데 찰기가 좀 더 있었다

간단하게 맥주와 함께 먹었더니 금세 배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입 맛이 올라온 우리는 여행자의 거리로 가서 BBQ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베트남 BBQ

오빠, 오빠 하는 호객들을 뒤로하고

우리는 BBQ라고 적혀있는 곳으로 가서 앉았다

이 거리는 수많은 플라스틱 의자와 플라스틱 상들로 놓여있었고

우리가 주문하자 금세 음식이 나왔다


직원은 마가린으로 달군 팬에 고기와 야채를 볶듯이 구웠다

냄새부터 맛있어서 입 안의 침을 얼음 맥주로 달래고 있었다

다 구워진 고기를 한 입 먹자 마가린향이 입안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고

이것이 맛없다면 그건 정말 큰 반칙이라고


한창 먹고 있는데 갑자기 내 등 뒤로 우두두둑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순간 엄청난 소나기가 오나 하고 고개를 뒤로 돌렸다

고개를 돌린 그곳에는 군용 트럭 한 대가 있었고 우리 쪽을 향해 전조등을 쏘고 있었다

공안은 보조석에서 내려 전조등 앞으로 뒷짐을 지며 서 있었다

그러자 각 가게의 직원들은 그 수많은 플라스틱 의자와 플라스틱 상들을 접어치우기 시작했다

마치 모세의 기적처럼

공안의 한걸음, 한걸음 걸을 때마다 길이 열리는 것이았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상들을 치워야 했으므로 직원들이 미안하다며 우리를 식당 입구로 보냈다

음식을 들고 식당 문턱에서 앉으면서 공안의 걸음을 지켜보는 것이 생각보다 신기한 경험으로 남겨져있다

형식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을 하며 공안이 지나가자

식당 직원들은 다시 의자와 상을 깔았고

우리는 다시 플라스틱 의자에 앉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베트남 훈련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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