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 Gwon Sep 23. 2024

혼자서 해외 여행하는 이유

오사카 - 2018


혼자가 되는 법


나는 항상 외로웠다

습관처럼 나는 하루종일 여러 친구들과 연락을 유지해야했고

주말이 되면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으로 놀러가야 기분이 좋아졌다

어느 순간 나는 타인의 에너지를 갈구하며 살고 있었다


그 날도 외로웠던 것일까

아무 생각 없이 오사카행 비행기를 예약했다

같이 갈 친구를 구하고 날짜를 정하고 항공권을 검색해서 떠났던 내가

아무도 없는 외국으로 떠나 이방인처럼 떠돌아다니자고

그렇게 혼자가 되어보기로 했다


간사이 공항 역



여유


1년 전, 친구들과 같이 왔던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 혼자서 도착했다

친구들과 같이 왔을 때는 첫 오사카 여행이라서 그랬을까, 아니면 친구들이 옆에 있어서 그랬을까

정신없이 숙소로 향하느라 공항이 어땠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도착한 간사이 공항의 느낌은 너무나도 조용했고 일본 특유의 냄새가 났다

(이 냄새는 병원 냄새 같기도, 튜브 냄새 같기도)

냄새를 뒤로 하고, 공항 문을 열어 간사이 공항 역으로 캐리어를 끌고 가는데

캐리어 바퀴 소리가 생각보다 커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렇다, 나는 지금 혼자였다

공항을 떠나기 위해 사람들이 바쁘게 지나치는 이 거리 사이에서

긴장감과 설레는 감정들이 복받쳐 오르고 있었다

이 기분은 내가 앞으로도 지긋한 여행에 못 헤어져 나올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갑자기 이러고 있는 내 모습이 부끄러워, 난바로 향하는 기차표를 교환하러 얼른 몸을 움직였다

나는 라피트 특급 기차를 예매했기 때문에 난바까지 40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

시간이 여유로웠고 마음이 한가했다

숙소는 에어비앤비로 혼자 지내기에는 조금 큰 일본 집을 빌렸다

쿠로몬 시장 옆쪽으로 주거지역에서 생각보다 찾기가 어려웠다

이 곳에서 머물면서 오사카와 교토를 돌아다닐 예정이었다


간사이-난바 라피트 기차
난바로 갈때 내가 좋아하는 구간



히또츠 쿠다사이


숙소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노을이 질때 도착했는데 밖을 보니 어느새 밤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말은 즉, 배가 무척이나 고팠다는 얘기다


나는 한국에서 혼자 밥을 절대 못 먹는 사람이었다

편의점이나 롯데리아를 가는 것이 아니면 나는 누군가와 함께 먹어야했고

혼자서 식당 문을 여는 것 조차 어색하다고 생각하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곳은 일본이고, 외국이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 혼자였기 떄문이었을까

혼자서 식당에 들어가는 것이 어색하지 않았다 아니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저녁이었기 때문에 나는 술과 함께 곁들여 먹을 야끼토리집을 찾았다

숙소 앞에 있는 '토리키조쿠'에 들어가보기로 했다

이 곳은 모든 메뉴가 299엔 이었고 혼자서 식사를 하기에 좋은 다찌가 있었다


'히또츠, 히또츠 쿠다사이(하나, 하나 주세요)'

일본인 친구가 알려준 간단한 일본어를 사용하여 닭꼬치 2개와 하이볼을 주문했다

처음으로 혼자 외국 식당에서 주문한 메뉴였다


우라난바 밤거리
우라 난바 밤거리
토리키조쿠 야끼토리와 하이볼




비가 내리는 교토


다음 날, 이른 아침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부터 우산을 챙겨오지 않았기 때문에

가까운 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 우산을 500엔 주고 구입했다

오늘은 교토에 가는 날이었다


일단 교토로 가기 위해서는 우메다역으로 가야했다

우메다는 오사카 북부쪽에 위치한 신도시였다

난바와 도톤보리는 세계적인 관광지로 유명하다면

우메다는 높은 빌딩이 눈에 띄게 많았고 그 곳에는 현지 회사들과 현지인들이 많이 있었다

이곳에서 현지 생활을 하고 있는 나를 상상을 하며

한큐패스 티켓을 한 손에 들며 교토행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큐패스는 교토 가와라마치부터 고베 산노미야까지 무제한으로 하루종일 기차를 이용할 수 있었다


교토행 기차는 진한 갈색을 띄는 기차였고

뭔가 과거로 떠나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교토 가와라마치역
아끼소바와 스시

한 시간정도 빗소리를 들으며 기차를 타고 왔더니 어느새 교토역에 도착했다

교토에 오니까 확실히 일본에 온 것 같았다

높은 신식 건물이 없고 고즈넉한 거리와 역사 장소들이 눈에 보였다


일단 우산을 쓰고 근처 마트에 들어가서 간단하게 점심으로 먹을 야끼소바와 스시를 구입했다

가격이 합쳐서 800엔밖에 되지 않았던게 놀라웠고

마트 내의 전자레인지 앞에 탁자가 있어서 거기서 섭취를 하려했으나

종업원이 달려와 여기서 먹으면 안된다고 해서 놀랐다


그렇게 나는 마트밖으로 나와 비를 맞으면서 스시와 야끼소바를 먹었다

눈물 젖은 빵처럼 빗물 젖은 스시는 생각보다 맛이 있었다

슬슬 배가 불러와 기요미즈테라로 몸을 움직였다


법관사
비오는 법관사

구글 지도를 보며 기요미즈테라 쪽으로 걷는데 일본의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어깨와 발 밑이 이미 한창 젖어들어서 비도 좀 피할 겸 카페에 가고 싶었다

그 당시 우리나라는 저렴하고 테이크아웃 카페가 유행처럼 퍼지기 시작할때라

우리나라보다 개항을 먼저하여 카페에 더 친숙할 일본의 커피가 궁금했기 때문에 가까이 있는 카페에 들어갔다

그 곳은 '%' 일명 '응' 카페였는데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맛있다고 소문난 곳이었다

(그 당시 내가 아는 카페는 이디야, 스타벅스가 전부였던)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비가 조금 저물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 놈의 비는 더 촘촘하게 내리고 있었다

그 사이 나의 아메리카노가 나왔고 나는 첫 모금을 먹자마자 정신이 바짝 들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먹는 아메리카노보다 진하면서도 고소하면서도 다채로운 향이 입안을 머금었다

아직도 비가 내리는 날이면 이 날 먹던 커피가 생각나곤 한다


아메리카노
응커피 내부

커피를 다 마시고 나는 다시 길을 떠났다

아까보다는 비가 조금 그쳐서 시야가 트이기 시작했다

전통가옥과 전통 식품, 전통 물품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니넨자카에서 산넨자카에 다다랐을때는 전통 일본의 과거로 돌아온 것 같았다


니넨자카
니넨자카
산넨자카
산넨자카
산넨자카


고풍스러운 거리를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기요미즈테라에 도착했다

청수사라고도 불리는 이 불교사찰은 비가 내린 덕분이라 할까

구름이 끼어있으니 뭔가 신비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기요미즈테라
견학온 일본 유치원 아이들

여기에 혼자 온 여행객은 많이 없었다

아니 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수학여행으로 교복 입고 온 학생들, 유치원 아이들, 서양 관광객들, 기모노를 맞춰 입은 친구들, 가족들 사이에서 나는 혼자 멍하니 서있었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나는 여기서 그저 보는 것 말고는 할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혼자라서 좋았는데 혼자라서 아쉬웠다

아름다운 감정을 공유할 사람이 옆에 없다는게 왜 이리도 씁쓸한지

다음에는 동행이라도 만들어 교토에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을 남겼다

다시 교토역으로 내려가는 길에 한 신사에서 전통 결혼식 행사를 진행중이었다

보고 있는데 뭔가 정적이어서 그런지 슬픈 감정이 밀려왔다

(솔로라서 그럴수도)


전통 결혼식



일본인 친구


교토에서 숙소로 돌아오니 마지막 밤이 되었다

한달 전 우연히 알게된 오사카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기로 했다

오사카 친구는 나의 첫 외국인 친구이자 일본어 선생님이자 한국어 학생이었다

우리는 서로 서툰 언어로 소통을 했는데 옹알이 같은 말들이 뭐가 그렇게도 웃겼는지

시간은 어느새 새벽이 되었고 우리는 편의점에서 술과 안주거리를 사와 3시까지 마셨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외국인 친구가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했다

이자카야 안주
식감이 미끌미끌했던 안주와 하이볼
마지막 밤, 술자리 흔적

1,500엔 한 끼


한국에 돌아가기 3시간 전, 나는 난바역 근처에 있는 요시노야를 찾았다

요시노야는 규동(불고기 덮밥)으로 간단하게 요기를 할 수 있는 24시간 밥집이었다

요시노야, 스키야, 마츠야 대표적인 3대 규동 체인점에서 가장 오래되고 원조라 할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맛이 조금 궁금했다

가게에 들어가 테블릿으로 메뉴판을 구경하는데 규동이 생각보다 가격이 저렴해서 깜짝 놀랐다

한 그릇에 330엔밖에 하지 않는다니 나의 수중에는 1,500엔이 있었고

여행하면서 굳이 돈을 아낀 것은 아닌데 마지막 날 아침으로 다 쓰고 떠나야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규동만으로는 택도 없어 보였다

그때 마침 우나기동(장어덮밥)의 가격이 800엔 이상으로 꽤 비싼 편이라 우나기동과 마 갈은 것과 밥 없이 나오는 불고기를 주문했더니 딱 1,500엔이 되었다


전날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속이 조금 거북했지만 이정도는 먹어야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다

사실 이번 일본에 오기 전에 심야식당과 고독한 미식가를 정주행하고 왔기 때문에

토로로고한(마밥), 규동(불고기덮밥), 우나기동(장어덮밥) 같은 음식이 너무나도 맛있어 보였는데

여행중에 까먹고 있다가 다행히도 맛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하지만 전날 술 때문이었을까

전부 무난했던 맛이었고 미소 시루와 얼음물이 시원했던 기억밖에 남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간사이 공항으로 떠났다


요시노야 우나기동, 마, 미소시루, 규



매거진의 이전글 베트남 고수 먹기 훈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