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과 장사의 경계
여드름이라고 생각했다.
이 나이에 여드름이라니 싶었지만, 사춘기 때도 여드름 하나 없던 피부였으니 그냥 그러려니 했다.
2주가 지나도 가라앉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
진단은 피지낭종.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간 병원에서 마취를 하고, 수술을 하고, 처방전을 받아 나왔다. 생각보다 일이 커졌다.
약국에 들어가니 머리가 희끗한 중년의 여약사 한 분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처방전을 한참 들여다보던 약사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병원으로 전화를 걸었다.
“원장님, 반 알 처방이 맞나요?”
잠시 기다림.
“맞다고 하시네요.”
그러더니 다시 전화기를 들었다.
“5일치인데, 6일치로 나가면 안 될까요?”
순간 귀를 의심했다.
의사의 처방에는 이유가 있다.
약의 양, 횟수, 기간은 모두 경험과 판단의 결과다.
그걸 약사가 ‘이렇게 해도 되지 않겠느냐’고 묻는 장면은 꽤 낯설었다.
다행히 의사는 완고했다.
만약 바뀌었다면, 나는 거부할 생각이었다.
약사의 의도는 어렵지 않게 읽혔다.
반 알씩 5일을 나누면 마지막 반 알은 남는다.
버려지는 약이 생긴다.
그 계산이 머릿속을 스친 것이다.
그 순간, 약사는 없었다.
전문가는 사라지고, 물건을 파는 사람만 남았다.
그녀의 사정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행동은 자신의 직업이 가진 품격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일이었다.
마지막에 필요 없어 보이는 면봉까지 덧붙여 내미는 모습을 보며, 그 생각은 더 굳어졌다.
나는 교사다.
직업윤리를 입에 달고 살 만큼 대단한 사명감을 가진 사람은 아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상대 앞에서 내 직업의 격을 떨어뜨리는 선택은 하지 않으려 애쓴다.
무언가 말하고 싶은 마음을 겨우 눌러두고 약국을 나왔다.
그리고 조용히 다짐했다.
이곳에는 다시 오지 않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