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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쎄스글이다 Jun 29. 2023

아기의 첫 복숭아 그리고 나의 엄마

올해 첫 복숭아가 도착했다.

귀하디 귀한 복숭아. 그냥 복숭아가 아니다. 




때는 작년 12월.

브런치(스토리) 작가 지망생으로 만난 우리는 작가 데뷔 후에도 여전히 끈끈하게 서로를 다독이고 있다.

나는 게으른 지망생이라 데뷔의 짜릿함을 맛보고는 글쓰기와는 냉담중이지만  단체방에서 쫓겨나진 않았다.

마음이 넓은 나의 동기들이 있는 따뜻하고 정이 넘치는 곳이다.

나는, 우리는 이곳에서 늘 축하와 응원을 주고 받는다.

이 예쁜 복숭아의 시작도 우리의 그곳이다.


동기 작가님 한 분이 올리신 글에는 복숭아농사를 짓는 농부이신 남편에 대한 사랑이 그득했다.

청년농부.  작가님이 남편을 이르는 예쁜 글자다.

잊을 수 없이 여운이 남는 문장도 있었다. 그 문장을 읽고는 다시 돌아와 내내 그 문장을 눈에 담았다. 

장면이 그려졌다. 참으로 따듯하고 뭉클했다. 코끝이 시큰해졌다.

그러고나니 복숭아가 궁금해졌다.

이렇게 아내의 지지와 사랑을 듬뿍 받는 청년농부가 키우는 복숭아의 맛은 틀림없이 달고 몰랑거릴 것이야.

나의 아기가 처음 먹는 복숭아는 이 복숭아여야만 해.


그렇게 특별한 경로로 나와 아기는 올해 첫 복숭아를 만났다.

상자에서도 향이 나는 듯했다. 

복숭아를 처음 보는 아기가 구멍난 포장지 사이로 복숭아를 꾹꾹 눌러본다. 

꼼꼼하게도 하나하나 다 눌러본다. 

아기가 검수를 마쳤다.  아기의 손가락 자국이 남은 복숭아를 집어들었다.

식전이지만 당장 맛봐야했다. 극강 P 엄마라 괜찮다.  

내 아기가 선택한 첫 복숭아. 향긋한 냄새가 물에 닿으면 옅어지진 않을까하여 아기와 함께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털도 너무 수북하지않고 있는 듯 없는 듯한 정도.

적당히 몰랑거려서 껍질벗기기가 좋았고, 아기가 먹기에 최적화된 물복이라 감사했다.

생김새도 예쁜데 맛은 더 예쁘다. 간결한 달콤함.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내가 복숭아를 주는 속도가 여간 답답했는지 아기가 스스로 마구마구 집어먹기 시작했다. 미안, 엄마도 먹어야해서 그랬어.


나와 남편은 과일을 좋아하지 않아서 직접 과일을 사는 일은 없었다.

누군가가 사다주는 과일도 냉장고에 들어가 썩어야만 나올 수 있었다.

그런데 임신을 하고 파인애플, 귤, 딸기를 그렇게 사다먹었다. 

특히나 귤은 먹었다하면 체할 정도로 멀리하는 과일이었는데 말이다.

남편을 비롯한 나를 아는 모두가 신기해했고, 보나마나 딸이다 했다.


딸 같은 아들로 태어나 지금 내 옆에서 미끄러운 복숭아를 집어서 입으로 가져가려 안간힘을 쓰는 내 아기.

신기하게 과일을 좋아한다.

덕분에 나와 남편도 제철과일을 섭렵중이다. 

남편 나이 마흔 다섯, 내 나이 서른 다섯(어제부로 두 살을 다시 살게 됐다.)이 되어서야 과일의 맛을 알아가는 중이다.

올 여름이 시작되며 아기에게 참외, 수박, 멜론을 소개했다. 

좋아는 했지만 스스로 집어먹을 정도로 적극적이진 않았는데 복숭아에게만큼은 상당히 공격적이다. 

아직 복숭아가 많이 남아 다행이다싶을 정도.


이렇게 잘 먹는 아기를 보고있으면,  내 아기를 보는 나를 또다른 내가 보고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땐 꼭 엄마생각으로 이어진다.


    엄마에게는 복숭아털 알러지가 있다.

그래서 복숭아를 씻는 엄마의 손에는 늘 고무장갑이 끼워져있었다.

어떤 날은 그렇게 복숭아를 씻다가 온몸에 두드러기가 일어나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 때는 몰랐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두드러기가 일어나도 괜찮은 줄 알았고, 복숭아털 알러지가 있어도 우리가 먹고싶으니 엄마가 복숭아를 씻어주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일이 속상해진다. 

누구 하나 엄마의 고무장갑을 벗기고 대신 복숭아를 씻겠다는 이는 없었다.

그렇게 씻어온 복숭아를 깎아 우리입에 넣어주며 엄마는 행복해했다.

우리더러 잘 먹어서 이뻐죽겠다고 했다. 그리고 엄마의 입에는 복숭아가 없었다. 


그렇게 키운 엄마의 딸도 엄마가 되었다.

나의 엄마처럼 되려면 한참이나 멀었지만 말이다.


큰 복숭아 한조각을 겨우 집어 입에 넣고 오물오물 거리고있는 내 아기를 보고있자니

그 때 고무장갑을 끼고 복숭아를 빡빡 씻는 엄마의 뒷모습이 한참이나 생각이 나 마음이 물복만큼이나 몰랑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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