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

by 궐리버

넣을까, 말까, 조마조마하다가 눈 질끈 감고 넣어버렸다. 그러고 며칠 뒤 들려온 면접 소식. 공고엔 아무것도 써져있지 않았다. 내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무슨 자격이 필요한지. 단지 근무시간, 09시부터 18시까지. 임갈굴정-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의 마음으로 나는 어쩌면 길어지는 공백을 메꿀 자신도 여력도 없어 마지막 필사적인 발악이었을지 모른다.


썩 유쾌한 면접은 아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나는 체념하고 다른 길을 걸어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들려온 소식은


'합격'.

주변에선 나보다 더 기뻐하는 눈치였다. 나는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다. 나의 체면을 구겨가며 얻어낸 합격이라는 소식이 그래도 누군가를 기쁘게 해 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렇게 나는 들숨에 회의를 마시고 날숨에 자기혐오를 내뱉던 뿌옇고 매캐한 방 안에서 나와 사회로 접속하게 되었다.


휴면상태였던 나는 예열단계에 돌입해 점점 몸을 활성화시켜야만 했다. 지난 아침형 인간의 기억이 조금씩 돌아와 몸이 반응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러며 알람을 미루고 미뤘고, 갓 일어나 없던 입맛을 되돌려 꾸역꾸역 아침밥을 밀어 넣었다. 얼굴에 물을 끼얹어 정신을 차리고, 무엇을 입을까 고민을 하다가 대충 걸친 채로 차에 몸을 실었다. 항상 애매한 시간에만 나가던 나는 교통체증을 다시 몸소 느끼며 출근을 실감하곤 했다. 경직됐지만 최대한 밝은 척 보이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모닝커피를 텀블러에 담아왔다. 그렇게 일과가 시작되었다.


매일 무슨 점심을 먹을까 고민도 지치고, 지루한 오후를 견디며 퇴근을 기다리고, 퇴근 후 씻고 밥을 먹고 나면 벌써 잘 시간이 되었다는 것에 참 시간이 빠르다 싶었다. 그렇게 치열하게 한 주가 지나가고 주말이 되었다. 나는 원래 나의 삶으로 되돌아온 것만 같았다. 한없이 늘어지고 간만의 여유를 느끼며 한가로움을 즐기기보다는 약간의 불안함을 가지곤 했다. 내가 사회생활을 하고 있나 고민하던 찰나에 일요일 밤이 되고, 다가올 월요일을 마주하니 꿈은 아니었구나 싶었다. 다시 사회로 접속할 시간이 되었다.


자기 전 나는 갑자기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평일의 내가 진짜 나의 삶일까, 아니면 주말의 내가 진짜 나의 삶일까. 열심히 살았던 사회에 던져진 내가 진짜 나의 삶을 살고 있는 걸까, 아니면 모든 걸 내려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그냥 별일 없이 보낸 하루가 진짜 나의 삶일까.


헷갈리는 와중에 나는 눈을 감았다 뜨면 주말이 오길 바라며 월요병을 걱정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니 여느 보통의 사람과 비슷해졌다는 걸 느꼈다. 그렇게 우측 화살표를 연신 갈기며 건너뛰고 싶은 평일을 맞이하는 나는 비로소 불안에 떨던 매일이 아니라,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내일을 걱정을 하게 되었다. 한없이 길었던 이 밤이 아니라, 보내기 아쉬운 이 밤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