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과 아픔이 만날 때

by 주렁양

그런 날이 있다. 몸이 축축 쳐지다 못해서, 바닥에 눌러 붙은 날. 눈은 웃어지지 않고, 시간이 갈수록 다크 써클이 심해지는 날. 기운은 없고 온 몸이 쑤신다. 아니 쑤시다 못해서 무겁고 아리다. 거기에 두통까지 겸비하면 금상첨화다. 몸이 그렇게 아픈 날은, 꼭 맘도 따라 아프다. 작은 문제도 크게 보인다. 크게 보이는 그 문제가 나를 짓누른다. 깃털 같던 상실감이 쇳덩이보다 무겁게 마음에 와서 박힌다. 주위에도 내 아프고 우울한 사실들이 전달된다.



그런 날.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누워서 넷플릭스만 끄적인다. 밥도 먹히지 않았다. 수면유도제가 든 두통약을 두 알 삼키고, 초저녁부터 누웠다. 아파서 힘들고, 살아 숨쉬는 것마저 힘들게 느껴졌다. 모두가 날 버린 것 같았고, 모두가 귀찮게만 느껴졌다. 왜 사는가 의문이 들었다. 할 것은 많은데 누워있어야 하는 내 몸뚱아리도 너무나 미웠다. 울다가 아프다가 외롭다가 지쳐서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오만가지 카톡을 받는다. 놓쳐버린 이야기에 사과를 입에 달고 오전을 보냈다. 여전히 머리는 지끈거렸다. 다시, 두통약을 먹었다. 그리고 나니, 어제보단 살만하다. 그리고 오늘은 정말 일을 해야 한다. 그래서 일어나 컴퓨터에 앉았다. 일을 했다. 일을 하면서 정신이 차려졌다. 그리고 전날엔 먹히지 않던 밥도 먹었다. 에너지가 생기나 보다. 일할 기운이 생긴다. 그렇게 멍하니 일하며 하루를 보냈다.



밤이 되고, 책상에 앉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뭐가 문제일까? 왜 몸이 아프면, 맘도 따라 아픈 걸까? 이런 상황을 도대체 얼마나 더 만나야하는 걸까? 알고 있다. 아주 어릴 적보다는 지금이 낫다는 것을. 아주 어릴 적엔 이런 상황엔 그저 죽고 싶기만 했지. 죽여달라는 기도를 정말 많이 했었지. 어릴 땐, 게다가 지금보다 더 심각하게 아팠으니까 뭐, 그럴만하다고 치자. 지금은 그정도는 아닌데, 왜 여전히 버티지 못하는 걸까?



아픈 순간의 나를 그려보았다. 무거운 몸. 내려앉은 눈꺼풀, 지친 어깨, 어쩔 줄 몰라하는 발걸음들, 컴퓨터를 켜놓고도 아무 것도 못하는 내 손가락, 결국 이불을 펴고 눕는 나. 울다 지친 내 얼굴. 아파하는 내 마음.



.. 잘했다. 또 잘 버텼구나.

그 순간에 밀려오는 어린 날의 아픈 기억들도 잘 만나줬구나..



그냥 그래야겠다.

그렇게 잘 버틴 나를 위로하자.



그리고 기억하자.

분명히 또 아픈 날들이 올 텐데,

그 순간에 나를 미워하지 말자고.

그 순간에 내가 나를 안아주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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