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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렁양 Oct 02. 2021

소외감


A 모임에서 리더를 맡고 있다. 이런 모임의 리더들이 모여, B 리더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이 리더 그룹에서 나 혼자만 싱글이다. 모두가 결혼을 했다. 8 가정이 있다. 그중 아이가 없는 가정이 있다. 그러나 그런 가정만 해도 세 가정이다. 그러니까 그들도 그룹이 되는 것이다. 서로의 이해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들이 싱글인 나에 대한 이해가 있을까. 



오늘 이런 리더 그룹들이 모이는 날이다. 나는 일이 있어서 가지 못한다고 이미 말을 했다. 그러나 그 일이 오늘 어그러지면서 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가지 않았다. 내가 왜 가지 않는가 생각해보았다. 그들 중에 친한 사람이 없냐고? 아니다. 3~4명은 친한 친구다. 그들을 각자 만났을 때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그렇게 무리로 만나면, 나는 할 말이 없다. 



어제 그 무리 중 한 명과 통화를 했다. 이미 목소리에서부터 어두운 내게 왜 그러냐고 친구는 물었고, 나의 요즘 우울 상태에 대해 말을 했다. 그랬더니, 그 친구 왈, ‘난 너무 고독해. 나보다 낫잖아. 난 회사에서도 일하고 집에서도 일만해.‘ ..대부분의 결혼한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싱글이 자신들보다 더 낫다는 것. 상황적으로 보면 그게 당연해 보이니까, 대부분의 싱글은 가정 가진 이들과 이야기를 할 때 입을 다물게 된다. 어떤 고민을 얘기해도, 그들보단 덜한 고민 같아 보이니 말이다. 



그게 가장 힘든가 보다. ‘비교’가 말이다. 나는 내 힘든 것을 이야기 한다. 상대방도 그냥 자기 힘든 것을 이야기하면 좋겠다. 왜 ‘니가 나보다 편해’라는 걸 왜 증명이라도 하려 듯이 말하는 걸까. 삶을 다 까보면, 누구나 자기 삶이 가장 힘들다. 내 삶도 과거부터 이야기하면 사람들 흔히 말하듯, 두꺼운 책 한 권이 나올 것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비교를 하는 걸까. 그렇게 듣다보면, 나도 ‘그 사람과 결혼한 건 니 선택이잖아.’ 라고 말하고 싶다. 선택하고 힘들다 힘들다 하면 도대체 어쩌라는 건지 잘 모르겠다. 결혼이 핑크빛이라고 누가 하는가. 주위에 결혼하고 너무 행복해라고 말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보지 못했다. 그런데, 나더러 왜 결혼 안하냐고 한다. 이건 뭐지? 왜? 



대부분 사람들의 기준엔 결혼은 꼭 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아닌 사람도 있지만 말이다. 세월이 흘러도 기저엔 그런 생각이 깔려있다. 그렇기에 깊이 있는 대화를 하는 자리가 아니면, 그들은 싱글의 존재에 대해 어떻게 대할지 잘 모른다. 그냥 자기 삶이 가장 불행하다고 말하기 바쁘다. 아니면, 애 없고 남편 없는 싱글을 안쓰럽게 보거나 말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난 여러 상황상 이 모임에서 빠지기는 쉽지 않다. 그러면 계속 이 무리에 있어야하는 데, 그러면 난 어떻게 해야 할까. 요즘처럼 우울감이 내 몸을 감쌀 땐 말이다. 그래서 오늘 선택한 것이 안 나간 것이다. 하지만 매번 안 나갈 수는 없다. 



결국, 나는 내가 나를 보호해야한다. 우울하지 않고, 내가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사랑할 수 있을 때, 그럴 때 나가야한다. 그럴 때가 있냐고? 신기하게도, 있다. 그렇게 내 마음을 잘 다지는 것이 필요하다. 



제기랄. 

근데 참 하기 싫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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