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째 계속되는 우울감을 나를 바닥에서 올리지 못했다. 나는 머저리고, 나는 살고 싶지 않고, 나는 아무튼 그랬다. 집에 가던 길거리에서 호떡파는 아줌마를 보았다. 날은 가을인 것 뽐내듯 선선하고 하늘을 파랬다. 그래서인지, 호떡집 앞에는 삼삼오오 호떡을 사기위해 기다리는 이들이 있었다. 나도 거기에 동참했다. 호떡을 잘 먹진 않지만, 아부지가 좋아하시니까 사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혹시 두 분도 사가셨을지도 몰라서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께 다 전화 드렸지만, 받지 않았다. 집에 안계시니, 사가진 않으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떡 든 봉지를 들고 집에 갔다.
잠시 후,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왜 전화했어?' '아, 집에 호떡 사가냐고 전화했어. 어디야?' '엄마 사우나야. 그러 사다놔.' '응. 사왔어.'
또 잠시 후, 아빠에게 전화가 왔다.'무슨 일이야?' '응 집에 호떡 사가냐고 전화했어.' '아빠 지금 밖인데?' '알아.' '그럼 사가지고 와' '응 사다놨어. 난 이제 오후에 잠깐 회사 가야해.' '아 그래? 어떻게 해. 아빠가 못데려다줘서 미안해.' '아니야~ 잘 놀다가 오세요.'
정신없이 나갈 채비를 하고, 부랴부랴 버스를 탔다. ... 그리고 가는 내내 눈물을 참았다. 칠순의 아버지가 늙은 딸을 데려다 주지 미안하다는 말이 우울감으로 바닥을 치던 마음에 와 닿았다. 오전 내내, 아니 집에서 나가려고 씻으면서 울었다. 살기 싫다고 노래를 부르면서 말이다. 나는 내가 미워 죽겠는데, 이런 나를 딸이라는 이유로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의 최선의 사랑을 보여주신 부모님께 죄송하다.
"아빠가 미안해. "
'아니, 내가 미안해요.'
'잘 살다는 말은 못하겠지만,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살아보려 노력할께요.
주신 사랑, 잊지 않을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