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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렁양 Mar 22. 2022

코로나 바이러스 경험기

점점 주위를 옥죄었다. 처음엔 주위에 한 사람도 없었는데, 어느새 건너 건너 사람이 걸리더니, 이젠 내 옆 사람이 걸렸다. 그러더니 아뿔사. 내 차례가 왔다. 


지난 월요일 아침. 눈을 뜨자 마자 목이 평소와 다름을 느꼈다. 며칠 아팠다가도 아니고, 바로 목이 쉬어버렸다. 하지만 그것말고는 다른 증상이 없었기에 설마, 했다. 게다가 그날은 회사 대표님의 생일 점심상을 내가 가져가야하는 날이었다. 그래서 부랴부랴 챙겨 출근을 했다. 쉬어버린 목소리에 다들 '괜찮은 거 맞아?' 걱정반 염려반 했지만, 그 증상 말고는 없었기에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들 우려하는 느낌이고, 나도 몸이 썩 개운하진 않아서 점심을 먹고 택시를 타고 퇴근했다. 작업실에 도착했다. 뭔가 이상하다. 하지만 내내, 설마. 했다. 자가키트를 사고, 병원에 가서 증상을 말했다. 목소리가 이상하구요. 목이 아파요. 몸살 기운도 있어요. 의사가 말한다. 코로나 같은데.. 음.. 열은 37.5인데, 이게 평소랑 같다고 하시니, 그래도 열감이 있음 바로 검사 받아보세요. 라고 했다. 그리고 작업실에서 와서 자가키트 해보니, 음성. 하지만 몸은 점점 가라앉기 시작했다. 


화요일. 많이 이상하다. 목이 많이 아프다. 정말 이상하다. 아무 것도 못하겠다. 아무 것도 못했다. 회사에도 재택을 하겠다고 하고, 사실 아무 것도 못했다. 엄마가 죽을 가져다 주었다. 자가키트는 여전히 음성. 그런데, 그냥 알겠다. 코로나 구나. 


수요일. 어제보단 조금 낫게 느껴진다. 게다가 정신차리고 일을 해야한다. 오늘 내가 교정 보지 못하면, 월간지는 나오지 않는다. 정신 똑띠!!! 차려야한다. 그래서 어떤 정신력으로 했는지 모르나 일을 했다. 내내 죽을 먹었다. 목은 너무 아프다. 아, 그래 코로나 자가키트. 양성이다. 그래 일이 마무리 되자 마자 넉다운. 쓰러져서 지낸다. 


목요일. 뭐지. 어제보다 안좋다. 두통이 심하다. 병원 약 말고도 두통약을 따로 먹어도 잡히지 않는다. 오늘 해야할 일이 있는데 못하겠다. 담당자에게 오늘 도저히 못한다며, 내일 하겠다고 했다. 밥도 먹히지 않는다. 아침 바나나 한개, 점심 바나나 한개, 저녁 바나나 한개, 밤천혜향 1개 이게 먹은 것의 전부다. 약때문에 어쩔 수 없이 먹었다. 목이 너무 아파 음식 먹기 힘들다. 전화도 받기 힘들다. 카톡도 거의 보지 않았다. 그랬더니, 울 언니는 119에 전화할 뻔했다. 내가 전화도 안받고 연락이 안되서 말이다. 


금요일. 그나마 움직일 수 있다. 아무래도 병원에 가봐야겠다. 200미터 거리의 병원에 가서 신속항원검사를 했다. 역시, 양성. 약을 받아가지고 왔다. 그리고 다시 넉다운. 아 이런 첫째 조카도 확진이란다. 죽으로 연명하는 하루하루. 처음으로 샤워했다. 모임을 줌으로 들어가도 말을 잘 할 수 없어 듣기만 했다. 


토요일. 항상 아침이 가장 목이 아프다. 꿀꺽 할 때마다 목이 찢어진다. 아무래도 약과 약 사이 공복이 가장 길어서 그런가보다. 여전히 몸은 좋지 않다. 그래도 마지막 최종 교정을 본다. 일은 해야한다. 그리고 다시 하루 종일 넉다운. 


일요일. 점점 살아난다. 목소리는 여전히 거지같다. 목도 여전히 아프지만, 나아가는 게 느껴진다. 그래 낫고 있다. 다행이다. 


월요일. 거의 나은 듯하다. 목소리는 여전히 쉬어있고, 기침이 더 많아졌지만, 그래도 살만하다. 


화요일. 오늘. 그렇다. 지난 주부터 통화했던 사람들은 이제 목소리에 힘이 있단다. 다행이란다. 그러나 오늘 처음 통화한 사람들은 목소리 왜 이러냐며, 괜찮으시냐고 묻는다. 하하하. 이게 정말 많이 나은 건데 말이다. 이제 일하거나 움직이거나, 홈트하는 데 문제가 없다. 


코로나는, 나는 무지 아팠다. 이렇게 아파본 게 정말 오랫만이었다. 주위 다른 사람들도 너처럼 아픈 건 못봤다고 한다. 그래도 신기하게도 시간이 흐르니, 낫는다. 약도 듣는 거겠고, 내 몸 안에서 싸워댔겠지. 거의 끝나는 가는 마당이라 감사하다. 일주일 넘게 죽과 바나나로 버텼는데, 내일은 엄마에게 맛있는 닭도리탕을 해달라고 했다. 걱정만 하시던 부모님께 이제야 웃는 낯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같다. 


하지만, 나는 몸을 움직일 수가 없어, 병원에서 검사 자체를 늦게 했다. 월욜부터 아팠는데, 금욜에야 병원에 갔으니.. 그래서 나의 자가격리는 목요일까지다. 그러니 그때까진 그냥 잘 있을란다. 어떤 사람들은 일주일 자가격리가 넘나 힘들고 답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지난 주엔 거의 너무 아파 어떻게 지나갔는 줄도 모르겠고, 지난 주말부터 괜찮아지기 시작하면서는 이렇게 밖을 못나가는 게 나쁘지 않다. 원래 혼자서 잘 있어서 ㅎㅎ 성향 따라 다른가보다. 이제 난 이틀만 여기서 잘 보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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